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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를 위해 희생한 선수들, 더 큰 존중받는 축구 문화가 필요하다."
휘슬 직후 쌍용은 적에서 절친으로 돌아왔다. '서울 유스 출신 레전드' 이청용과 고명진은 서울 벤치쪽으로 걸어가 윤주태, 양유민 등 후배들의 손을 일일이 잡으며 응원의 마음을 전했다. K리그 레전드 김도훈 울산 감독 역시 박주영, 기성용, 고요한 등 '국대 후배'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했다. 전쟁같은 그라운드에서 절친들의 우정과 축구 선후배의 훈훈한 정이 오갔다.
고명진과 이청용의 즉석 제안으로 11년만의 깜짝 인증샷도 만들어졌다. 이청용, 기성용은 FC서울에서 함께 청춘을 바쳤고, 대표팀의 중심에서 동고동락한 박주영, 고명진, 고요한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뭉클한 순간이었다. 이청용은 "가장 친한 선수들이고 어린 시절을 같이 보낸 특별한 사람들이고, 지금은 이 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오랫동안 보고 싶은 마음이다. 또 언제 만날지 몰라서, 사진을 남기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저랑 (고)명진이형이 요청했다. 서울 선수들이 경기를 졌음에도 같이 찍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이청용은 한국 축구를 위해 청춘을 바친 선수들을 소모품처럼 쉽게 잊는 세상, '저 선수 다 됐다'고 쉽게 말하는 세상, 당장의 승부에 매몰된 채 레전드에 대한 존중과 역사를 잊은 축구 문화에 진한 아쉬움을 전했다. "해외에 있으면서 선배들의 모습을 봤을 때 한국축구를 위해 크게 희생하고 기여한 선수들이 나이가 들고 나면 존중받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했다. "우리 축구문화도 바뀌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내려올 시기가 있다. 나이가 들게 되면 팬들의 예전 기대만큼 보여드리지 못할 때도 생긴다. 우리는 예전 기억은 금세 잊고 당장의 모습만 보고 판단하고 '저 선수는 끝났구나'하는 걸 볼 때마다 안타까웠다"고 했다. "오늘 만난 선수들도 국가대표로서 한국 축구에 많은 기여를 한 선수들이다. 당연히 더 많은 존중을 받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울산=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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