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인터뷰]이민성 신임 대전 감독 "코치만 11년, 이제는 내 축구 펼칠 때가 됐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20-12-17 05:45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이제는 때가 됐다고 생각했어요. 자신 있습니다."

이민성 신임 대전 하나시티즌 감독의 목소리는 자신감이 넘쳤다. 지난 시즌 기업구단으로 변신, 승격이 아니면 실패일 수 밖에 없는 대전의 무게감이 부담스러울 법도 했지만 "나도 내가 이상하다. 감독이 된 후 오히려 편안한 것 같다"고 하는 말투에서는 차분함 마저 느껴졌다.

이 감독이 자신 있는 이유가 있다. 풍부한 경험이다. 이 감독은 현역 시절 명수비수로 이름을 날렸다. 특히 1997년 프랑스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일본 원정에서 터뜨린 '도쿄대첩' 결승골은 이 감독 커리어의 하이라이트였다. 이 감독은 현역 은퇴 후 용인시청 플레잉코치를 맡으며 지도자로 변신했다. 많은 팀을 오갔다. 용인시청, 광저우 헝다. 강원FC, 전남 드래곤즈, 울산 현대, 창춘 야타이, U-23 대표팀 등 국내외 프로팀에 대표팀까지. 무려 11년간 코치 생활을 했다.

이 감독은 "다른 사람들이 별 코치 경력도 없이 빨리 감독이 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왜 이렇게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 적도 있었다. 참 오랫동안 코치 생활을 했고, 이제야 기회를 얻었다"고 했다. 이 감독은 "처음 대전에서 제안이 왔을 때 '이게 맞는 선택인가',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 싶었다. 두려움은 아니었다. 솔직히 자신 있었다. 시행착오는 있겠지만, 감독이 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많은 감독들과 함께 하며 그들의 장점을 배웠다. "모든 분들의 영향을 받았다. 그 분들이 생각하시는 축구 철학이 내 생각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제 여기에 세부적으로 내 색깔을 입힐 생각"이라고 했다. 특히 최근까지 U-23 대표팀에서 함께 한 김학범 감독에 대한 고마움이 크다. 이 감독은 "많은 것을 배웠다. 감독님께 바로 연락을 드렸더니 '넌 할 수 있다. 분명 좋은 감독이 될 것'이라고 덕담을 해주셨다. 참 감사했다"고 했다.

마침내 수장이 된 이 감독은 그간 준비한 그만의 축구를 대전에 입힐 생각이다. 이 감독은 "내 축구의 핵심은 전체적인 공수 밸런스다. 좋은 팀, 앞으로 좋아질 팀 모두 밸런스가 중요하다. 밸런스가 갖춰져야 압박도 할 수 있고, 역습도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볼을 주는 사람, 받는 사람의 타이밍을 맞추면 템포가 빨라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승격이라는 목표로 가기 위해서는 분명한 색깔이 있어야 한다. 물론 어느 시점에 타협점을 찾아야 하는 순간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는 승격에 무게를 두고, 절충하는 방법도 찾을 것"이라고 했다.

이 감독은 U-23 대표팀 코치로 많은 현장을 누볐다. 최근 K리그 경기는 누구보다 많이 봤다. 이 감독은 "대전 경기도 많이 봤다. 경기력적으로 봤을 때는 밸런스가 좀 깨진 모습이었다. 선수들 자체의 퀄리티는 나쁘지 않은데 간절함이 좀 부족해 보였다. 감독 후보 면접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했다. 이어 "K리그2가 정말 호락호락한 무대가 아니다. 치고 받는 경기가 많다. 체력적으로 잘 준비가 돼야 하고, 변수도 많다. 1위부터 10위까지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더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초보 감독 같지 않은 여유있는 마인드, 이 감독은 "믿는 구석이 있어서 그런가 보다"고 했다. "시작을 하면 달라지겠지만 지금까지는 편안하다. 남들은 조심스러운데, 나는 허정무 이사장님의 존재가 오히려 더 좋다. 그 분처럼 많은 경험을 쌓은 분이 어디 계신가. 서로 존중하고, 필요할 때 의지하고, 그렇게 하다보면 팀이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이미 선수 보강 작업도 시작했다. 이 감독은 "구단에 모든 리스트를 다 전했다. 다 해주면 좋겠지만, 구단의 입장이라는 게 있다. 만에 하나 내가 원하는 선수가 안된다고 하더라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며 "그래서 내려놨다. 지금 지지고 볶고 해봐야 못 올 선수가 올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차라리 비우면 하나하나 만든다는 점에서 더 편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이 감독은 16일 선수단 상견례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2021 신축년(辛丑年) 신년 운세 보러가기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