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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벤투 감독이 홍 철 몸상태에 대해 물어보고 뽑았다면…."
대표팀 사령탑을 경험하고, 불과 얼마전까지 대한축구협회 전무로 활동한 홍 감독은 한-일전 개최 확정 발표 전후로 대표팀 운영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하지만 막상 이렇게 많은 선수가 뽑히자 홍 감독도 당황한 눈치였다. 그는 "이렇게 많이 뽑힐거라고 예상을 못했다. 대표팀에서는 우리의 기록, 경기력 등을 보고 뽑았을 거다. 대표팀에 많은 선수들이 가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11명 중 6명의 선수들이 나가게 됐는데 클럽 입장에서는 난감하다. 이 선수들 없이 준비하는게 막막하기도 하다"고 솔직한 심경을 드러냈다.
홍 감독이 진짜 아쉬운 부분은 6명이라는 '숫자'가 아니었다. 홍 감독은 "정상적이고, 건강한 선수들은 뛰어야 한다"며 "벤투 감독이 우리 선수들을 잘 봤으니까 벤치가 아닌 피치에서 좋은 활약해서 승리를 갖고 오도록 빌겠다"고 했다. 당초 약속한데로 차출에 적극 협조하는 모습이었다. 다만 선수 선발 과정에서의 '소통 부재'에는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실제 홍 철은 이날 제주전 명단에서 제외됐다. 소속팀 경기도 소화할 수 없는 몸상태의 선수를 선발한 것은 대표팀에도 큰 실이다. 벤투 감독은 이전부터 K리그와 소통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 명단 발표 후에도 적지 않은 K리그 관계자들이 "5일 이상 자가격리를 해야하는 경우 차출을 거부할 수 있는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대로라면 이번 한-일전 소집을 반대할 수도 있다.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승적 차원에서 허락했다. 그런만큼 K리그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했다. 적어도 명단 발표 때 K리그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결국 중요한 것은 상생이다. 홍 감독이 이번 발언을 한 요지도 여기에 있다. 홍 감독은 "앞으로 월드컵 예선도 시작하지만, 리그도 이어진다. 정상적인 선수들은 괜찮지만, 부상에서 돌아온 선수들은 다르다. 선수도 보호해야 한다. 대표팀 감독과 K리그 감독들도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홍 감독의 작심 발언이, 벤투 감독-K리그간 소통의 물꼬를 틀 수 있을까.
울산=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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