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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이상기(34)는 화려한 경력을 쌓은 골키퍼는 아니었지만, 수원 삼성, 성남 일화(현 성남FC), 강원FC, 서울 이랜드, 상주 상무(현 김천 상무), 수원FC 등 많은 프로팀에서 활약한 '프로 골키퍼'다. K리그에 관심 있는 팬이라면 누구나 알 만한 이름이다.
이상기는 '자의'로 선수 생활을 끝냈다. 새로운 도전에 나설 적기라고 판단했다. 제2의 인생에 대한 기대감이 얼마나 컸는지, 보통 눈물로 범벅 되기 마련인 은퇴식도 해맑게 웃으며 마쳤다.
16일 오전 서울 강남 사무실에서 만난 이상기 '큐엠아이티'(QMIT·Questions Meet Information Technology) 대표는 "은퇴식인데 팬들 앞에서 '앞으로 어떤 걸 하겠다. 기대된다'는 얘기를 줄줄 했던 것 같다"며 웃었다.
이 대표는 은퇴한지 얼마지나지 않은 2017년 겨울 사업자 등록을 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스타트업 종목은 당시로선 생소한 스포츠 과학 솔루션. 'IT 기술로 스포츠 문화를 바꾸겠다'는 일념 하에 과감히 스타트업에 도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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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 이야기를 듣고 피드백을 해주는 걸 좋아했다. 대화를 통해 느낀 게 많았다. 선수들이 가장 관심있어 하는 건 '몸'이다. 지도자들도 선수들이 최고의 컨디션으로 경기에 나서길 바란다. 지도자, 선수 나아가 일반인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관리 앱 서비스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데, 지금까지 누구도 그 단순한 걸 하지 않았더라. 그래서 한번 해보자고 했다."
"해리스 코치님은 영국에서도 워낙 유명했던 분이라, 그 분에게도 배우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랜드에 입단했었다. (김)영광이형이 있어서 주전으로 뛰기 어렵겠다는 건 알았다.(웃음) 해리스 코치님은 아침마다 종이를 주고 수기로 제 컨디션을 직접 적으라고 하셨다. 예를 들어 오른쪽 햄스트링이 좋지 않다고 하면 훈련 때 그 부위를 사용하지 않는 훈련을 시키셨다. 충격을 받았다. 아픈 걸 참고 뛴 적이 많았는데. 그때 서른이 넘은 나이였는데 몸이 올라오는 걸 보니까 신기했다."
이 대표는 초기 '팀 매니저'라고 불린 B2B 서비스를 운영했다. 하지만 B2B 비즈니스 모델만으론 '모든 운동선수들이 사용하는 앱 서비스'라는 기업의 모토를 실현하기엔 부족하다고 느껴 새로운 B2C 비즈니스 모델로 확장에 나섰다. 그렇게 만들어진 게 '플코'(plco)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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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축구·스키·핸드볼·야구 등 15개 스포츠 종목에서 사용 중이며, 선수들이 본인의 상태를 꾸준히 데이터화하여 스스로 관리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이 대표는 "지도자들이 선수들의 출전여부를 판단할 때 '감'에 의존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우리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선수들의 컨디션을 꾸준히 체크하기 때문에 소위 데이터화가 된다. 이 데이터를 보면 선수 출전여부를 결정하기가 더욱 수월해진다"며 "실제로 지난해 우리 서비스를 사용하는 중·고등학교 팀 중 몇 팀이 예년대비 부상 없이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런 걸 볼 때 뿌듯하다. 최상위 레벨인 프로팀까지 진출하면 좋지만 지금은 유스 레벨에서 어린 선수들이 부상을 예방했다거나, 좋은 성적을 거뒀다거나, 하는 얘기를 듣는 게 더 좋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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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유명 프로팀에서도 관심을 보이는데, 프로팀까지 감당하려면 인력이 더 필요하다. 지금도 인재를 찾고 있다"라고 말했다.
직원 규모를 키우려는 또 다른 이유는 해외진출에 있다. 서비스를 본 해외 스포츠 팀의 코치들이 먼저 연락이 와서 사용을 문의하는 이메일과 비디오콜을 주기도 했다고. 이 대표는 "우리는 라운드를 정해 그 라운드마다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다. 3년 정도 지났을 때에도 새로운 라운드를 거치고 있을 텐데, 그때는 직원도 수백명이 되고, 국내뿐 아니라 해외 모든 선수들, 그리고 팬들까지 플코 서비스를 사용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이어 "10년 뒤에는 스포츠를 통해 사회에 감동을 줄 수 있는 그런 회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스포츠에는 그런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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