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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아시아 선수로서 사상 최초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을 차지한 손흥민(30·토트넘)은 정말 혼신을 다해 뛰었다.
어차피 친선경기인 만큼 승패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이를 통해 전력을 단단히 만드는 게 평가전의 목적이다. 그런 측면에서 봐도 이날 파라과이전은 많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무엇보다 손흥민의 활용법에 대한 물음표가 커다랗게 붙은 경기였다.
이날 손흥민은 동갑내기 황의조(보르도)와 공격 투톱을 이뤘다. 벤투 감독은 브라질전과 칠레전, 그리고 파라과이전까지 계속 손흥민을 다른 방식으로 기용했다. 지난 2일 브라질전 때는 4-2-3-1을 가동하며 손흥민을 2선 측면 공격수로 기용했다. 원톱으로 황의조가 나왔다. 황인범(서울)과 황희찬(울버햄턴)이 손흥민과 나란히 섰다. 한국은 황의조의 골이 터졌지만, 1대5로 크게 졌다. 손흥민의 공격력이 좀처럼 살아나지 못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파라과이전에도 '실험'을 감행했다. 이날은 독특하게 4-1-3-2 포메이션을 가동하면서 손흥민을 황의조와 투톱으로 세웠다. 2선 공격수로는 권창훈 황인범 나상호를 배치했다. 월드컵 본선무대를 앞두고 선수들의 개별 역량을 최대한 이끌어내서 팀 전력을 극대화 하는 라인업을 찾아보겠다는 의도는 납득할 수 있다.
문제는 손흥민이 계속되는 위치 변동으로 인해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파라과이전에서 손흥민의 활동 범위는 경기가 진행될수록 넓어졌다. 처음에는 최전방에만 있더니 이내 중앙과 후방까지 넓은 범위를 커버하기 시작했다. 팀의 플레이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자 '캡틴'으로서의 책임감을 발휘해 열심히 뛰어다닌 결과다.
그러나 별다른 효과는 내지 못했다. 오히려 몇 차례 부상의 위험을 겪기도 했다. 시간이 갈수록 손흥민 혼자 고립되는 듯한 양상마저 나타났다. 벤투 감독도 후반에 엄원상 조규성 정우영 등을 투입하며 손흥민의 위치를 조정하려 했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결국 손흥민은 공이 멈춘 상태에서 프리킥 한방으로 자신의 특출함을 보여줬을 뿐이다.
결과적으로 벤투 감독은 아직까지도 손흥민을 어떻게 활용해야 가장 큰 효과를 낼 수 있을 지 결정하지 못한 듯 하다. 그러나 이제 서서히 결정을 해야 한다. 월드컵 본선 무대가 열리기 전까지는 온전한 해법을 찾기를 바랄 뿐이다.
수원=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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