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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애끊는 프로정신에 감동했다.'
한국대표팀의 파울루 벤투 감독과는 크게 대조적이다. 아무리 국내파로 대표팀을 꾸렸다지만 숙명의 라이벌 일본에 참패하며 대회 4연패에 실패했다는 사실 때문에 국내 여론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에 반해 얀코비치 감독은 '최종 3위'를 덮어버릴 수 있는 의미있는 성과를 보여줬다. 중국 23세이하 대표팀 감독을 겸하고 있는 그는 이번 동아시안컵에서 전체 엔트리 가운데 4명을 제외하고 A매치 경험이 없는 23세이하 선수들로 꾸렸다.
한국에 참패를 당한 후유증을 딛고 강호 일본의 예봉을 철저하게 봉쇄하며 일본에 찜찜한 우승을 안겼다는 것만으로도 중국 축구팬들은 위안으로 삼았다.
이처럼 눈에 보이는 성과 외에 얀코비치 감독이 칭송받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부친상을 당한 아픔을 감추고 대회에 임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얀코비치 감독은 대회 출전을 위해 일본으로 출국하기 3일 전인 지난 13일 고국 세르비아에서 아버지가 별세했다는 비보를 접했다. 중국축구협회는 얀코비치 감독에게 세르비아로 돌아가 장례식을 치르고 서둘러 돌아와도 좋다고 권유했다.
하지만 얀코비치 감독은 "대회 출정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다. 돌아가신 아버지도 이해해 주실 것이다. 어린 선수들이 동요할 수 있고, 중요한 시기에 감독이 자리를 비우는 건 도리가 아닌 것 같다"며 제자리를 지켰다고 한다. 이후 얀코비치 감독은 선수들에게 부친상을 내색하지 않은 채 동아시안컵을 끝까지 무사히 치렀다.
이에 중국 언론과 축구팬들은 감동했다. 중국 포털사이트 '소후'는 '중국 축구에 대한 얀코비치 감독의 책임감에 중국 축구 관계자들은 정말 부끄럽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의 정신과 행동을 절반이라도 따랐다면 중국 축구가 이렇게 추락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그런 마음가짐이 있었기에 한국전보다 더 강력한 압박축구를 구사한 일본을 상대로 귀중한 승점 1점을 획득했다. 얀코비치 감독의 프로 정신은 칭찬할 만하다'는 찬사도 쏟아지고 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