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이 8강에서 이기고 나서…." 2023년 6월 5일. 대한민국 축구가 또 한 번 '4강 신화'를 썼다. 김은중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U-20) 대표팀은 2023년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2회 연속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날 김 감독은 라커룸에서 선수들에게 '생수세례'를 받았다. 대회 내내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던 그의 얼굴엔 기쁨과 미안함의 눈물이 뒤섞여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시아의 자존심을 지킨 '리틀 태극전사'
김 감독은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우리가 세계적인 무대에 나가는데 관심이 많이 없었잖아요. 선수들도 그걸 알았어요. 얼마나 속상했겠어요. 그래도 내가 원하는 훈련을 성실하게 잘 해줬어요. 8강에서 나이지리아를 꺾으며 선수들이 잠재력을 입증했어요. 나를 믿고 따라줘서 고마웠어요"라며 미소지었다.
이번 대표팀은 '골짜기 세대'로 불렸다. '김은중호'는 하나로 똘똘 뭉쳐 환하게 빛났다. 김 감독은 "그 누구도, 사실 나조차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어요. 월드컵이 쉬운 무대는 아니잖아요. 아시아를 대표하는 나라로 자존심을 세웠다고 생각해요"라고 했다.
끊임없는 도전과 노력, 김은중의 축구 인생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리틀 태극전사의 도전은 김 감독의 축구 인생과 닮아있다. 그는 한쪽 시력을 대부분 잃은 상황에서도 K리그 최고 스타로 우뚝 섰다. 끊임 없는 노력과 도전의 결과였다. 김 감독은 은퇴 뒤 열정 하나로 유럽 진출에 나섰다. 투비즈(벨기에)의 코치를 거쳐 한국 23세 이하 대표팀 코치로 합류했다. 2021년 12월, U-20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그는 "U-20 대표팀 감독이 된다고 하니 주변에서 '멤버 안 좋다', '감독 첫 자리로 굳이?' 등의 반응이었어요. 그래도 도전을 택했어요. 가장 힘들었던 것은 코로나19 때문에 학교에서 훈련을 하지 못하는 선수들이 있었거든요. 체력적으로 너무 떨어져 있었어요. 팀을 더 강하게 만들 수밖에 없었어요"라고 돌아봤다.
매일 새로운 축구, 선수 돕는 지도자로 또 다시 도전
쉽지 않은 도전의 결과는 '해피엔딩'이었다. 그는 "선수 때는 나 혼자의 도전이었잖아요. 이번에는 리더로 팀을 이끌어야 했어요. 선수, 코칭스태프, 지원스태프까지 다 묶어서 원하는 목적지까지 낙오자 없이 끌고 가야했죠. 최고의 도전이 아니었나 생각해요"라고 했다.
김 감독은 대회 뒤에도 축구 공부에 여념이 없다. 그는 "답이 있으면 싫증이 나는 데 축구는 매 경기 새로워요. 질리지 않죠. 대회 뒤 선수들에게 '이제 진짜 시작'이라고 했어요. 프로에서 본인 스스로 이겨내야 해요. 만족하지 말고, 어려운 경쟁에서 부딪히고 경험해야 더 발전할 수 있어요. 저도 더 노력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 선수들이 더 발전할 수 있고, 세계로 나갈 수 있도록 돕는 지도자가 되고 싶어요"라며 웃었다.
대전=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