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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서 '4강 신화'를 쓴 '고독한 승부사' 박종환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영면했다.
1938년 황해도 옹진에서 태어나 춘천고·경희대를 졸업하고 대한석탄공사에서 선수 생활을 한 박 전 감독은 1970년대 중반 약체팀이던 전남기계공고를 전국대회 우승으로 이끌며 감독으로 이름을 날렸다. 박 전 감독은 1983년 멕시코 청소년대표팀 감독 지휘봉을 잡아 한국 축구 사상 처음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4강 신화를 썼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진출 전까지 한국축구사에 가장 찬란한 업적이었다. 이 대회에서 보인 한국은 기동력과 패스워크로 해외 언론으로부터 '붉은 악령'이라는 별명으로 불렸고, 이는 한국 축구대표팀 서포터스인 '붉은 악마'의 유래가 됐다.
박 전 감독은 이후 대표팀 감독을 이어가다, 프로 무대에 발을 들였다. 1989년에는 신생 프로팀인 일화 천마 감독을 맡았고, 1993년부터 3년 연속 K리그 챔피언을 차지하는 등 '명장'의 면모를 과시했다. 2001년 창립한 한국여자축구연맹의 초대 회장을 지냈고, 2002년 창단한 대구FC와 2013년 첫발을 내디딘 성남FC의 감독을 지냈다. 이후 2018년 K3 여주 FC 창단 총감독으로 부임해 2020년까지 활동했다.
장례위원장을 맡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유족을 시작으로 축구계 인사들의 헌화가 이어졌다. 영결식 뒤 참석자들의 배웅 속에 운구차는 화장장으로 떠났다. 성남 일화 시절 고인의 애제자였던 이상윤 해설위원은 "나만 미워한다고 생각했는데, '축구 선수' 이상윤으로 만들어주셨다. 잊지 못할 분"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정 회장은 "1983년에 이미 벌떼 축구, 토털 축구를 실현하신 감독님은 한국 축구의 기준을 제시해주셨다"며 "감독님이 이끈 청소년대회 4강은 우리 연령별 대표팀이 최근 좋은 성과를 내는 기반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추도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