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결국 선택은 손흥민의 몫이다.
손흥민은 아시아 최초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차지한 것을 비롯해, 숱한 영광을 이뤄냈다. 2020년 한해 가장 멋진 골을 기록한 선수에게 주는 FIFA(국제축구연맹) 푸스카스상, 4번의 EPL 이달의 선수상, 9번의 베스트 풋볼러 인 아시아상 등을 수상했다. 이밖에 열거하지 못한 상까지 포함하면, 누구보다 빛나는 커리어를 쌓았다.
|
부상 등이 겹치며 '에이징 커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냉정히 뜯어보면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전술적 이유가 크지만, 확실히 전성기만큼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토트넘은 손흥민과의 재계약을 주저했다. 당초 손쉽게 장기 재계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동행을 결정했다. 그것도 연장 옵션을 발휘하는데 그쳤다. 손흥민은 2026년 여름까지 토트넘에 남기로 했다.
'언터처블'이었던 손흥민의 토트넘 내 입지도 달라졌다. '지난 시즌 17위에 머문 토트넘이 이제 새판을 짜야 한다'는 여론이 이어지며, '핵심' 손흥민을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생겼다. 토트넘은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경질하고 토마스 프랭크 감독을 데려오며, 변화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손흥민의 주포지션인 왼쪽 날개에 마티스 텔을 완전 영입한데 이어, 모하메드 쿠두스까지 데려왔다. 쿠두스는 오른쪽 윙어 뿐만 아니라, 왼쪽 날개,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등을 모두 소화할 수 있다. 2022년 아약스를 떠나 웨스트햄에 온 쿠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65경기 출전, 13골-12도움을 기록한 특급 날개다.
|
쿠두스의 영입으로 손흥민의 입지는 더욱 줄어든 모습이다. 12일 영국 '더스탠다드는 '쿠두스의 합류는 손흥민 없는 토트넘을 보여주는 첫 걸음'이라며 '새로운 시즌 토트넘은 왼쪽에 텔, 오른쪽에 쿠두스를 기용할 전망이다. 손흥민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손흥민의 가치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더스탠다드'는 손흥민은 텔과 함께 레프트윙에서 로테이션을 돌 수 있다. 이는 나쁜 일이 아니다. 지난 시즌 텔이 보여준 활약으로는 그가 선발로 나설 준비가 됐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손흥민은 여전히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주장이면서 팀 내 최장수 선수이기도 하다. 그는 그라운드 밖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비록 출전 시간이 다소 제한되겠지만, 오히려 토트넘이 아직도 손흥민에게 크게 의존한다면 그것이 더 걱정 요소'라고 했다.
손흥민의 거취는 사우디 혹은 잔류로 행선지가 좁혀지는 분위기다. 최근까지 거론됐던 미국 메이저리그사커행은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았다. '더미러'는 '손흥민이 진지하게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행을 고려했지만, 결국 LA FC의 제안을 거절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더선' 역시 'LA FC가 손흥민 영입에 실패할 것으로 보인다'며 '현 단계에서 손흥민의 미국 이적은 어려울 전망이다. LA FC가 손흥민을 데려가기 위해서는 올 겨울이적시장이나 내년 여름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신 다시 사우디행이 거론됐다. 8일 유명 베팅업체 '스카이벳'의 다음 시즌 손흥민의 소속팀이 사우디 리그가 될 것이라며 배당률을 무려 4/9로 책정했다. 확률로 치면 69.2%, 약 70%에 달했다. 베팅이 자유로운 영국에서 이슈마다 가장 민감하고, 정확한게 도박사다. 언론사 이상의 정보력을 갖고 있다. 이런 베팅업체에서 손흥민의 다음 행선지를 사우디로, 그것도 70%의 확률로 전망했다는 것은 지켜볼 대목이다.
|
손흥민이 사우디와 연결된 것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는 사우디는 특급 스타들 영입에 혈안이 돼 있는데, 당연히 '아시아 최고 스타' 손흥민은 영입 1순위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 규정상 아시아 선수들의 가치는 클 수 밖에 없다.
영국 공영방송 'BBC'와 유력지 '더 타임즈' 역시 손흥민의 사우디행 가능성을 다루며 '브랜드 가치와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사우디 국부는 현재 자국 리그의 글로벌 중계권 확대와 스포츠 관광산업 육성 전략을 적극 추진 중인데, 사우디가 아시아 최고의 브랜드를 가진 손흥민을 통해 프로젝트를 완성하려고 한다는게 영국 현지의 분석이다.
사우디는 2023년 여름부터 손흥민을 원했다. 알 이티하드가 강력한 구애를 보냈다. 이적료 6000만유로에, 연봉은 3000만유로, 4년 계약을 제시했으니 총액은 1억2000만유로에 달했다. 하지만 손흥민은 "대한민국 캡틴은 중국에 가지 않는다"는 기성용(서울)의 말을 인용해, 거절의 뜻을 전했다.
|
사우디의 알빌라드는 '올 여름 알아흘리와 알나스르, 알카드시아가 그의 영입을 위해 이적료 4000만 유로(약 634억 원) 제안을 준비하고 있어 이적설 불씨가 다시 타올랐다'며 '특히 지난 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인 알아흘리는 지난 1월 포르투에서 브라질 출신 윙어 갈레누를 품에 안았음에도 측면 보강에 가장 열성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사우디 매체 HIHI2 역시 '알나스르와 알카드시아의 경쟁 속에서 알아흘리가 손흥민 영입에 임박했다'고 했다.
일단 영국 '팀토크'에 따르면, 사우디의 복수 구단들은 손흥민에게 연봉 3000만 유로(약 482억 원), 3년 총액 9000만 유로(약 1446억 원)라는 천문학적인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 대로라면 손흥민은 현존 아시아 선수 중 최고이자.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돈을 벌게된다.
잔류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토트넘 최대 커뮤니티 '릴리화이트 로즈'의 운영자이자 구단 내부 소식에 밝은 존 웬햄은 "손흥민이 잔류한다면, 그는 로테이션 자원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어 "손흥민을 붙잡는 데에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모두 있다"며 "그는 풍부한 경험을 갖춘 선수고, 여전히 팀에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예전처럼 매 경기 선발로 나설 수는 없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
같은 날 토트넘 소식을 전하는 '스퍼스 웹'도 '손흥민은 토트넘에 남을 수 있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멘토 역할을 맡을 수 있다. 경험이 부족한 젊은 선수들에게 지혜를 전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손흥민이 토트넘에 남는 게 옳다고 본다. 손흥민이 라커룸에 있으면 분명 장점이 있다. 젊은 선수들에게 도움을 줄 것이다. 무어 역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다. 지난 시즌 경기력은 실망스러웠지만 토트넘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공격수는 맞았다. 트로피를 따자마자 떠나는 건 그의 유산을 보존할 좋은 방법일지 모르지만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항상 훌륭했고 잔류를 원하는 건 칭찬을 받아야 한다. 토트넘에서 마지막 1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결국 손흥민의 미래는 프랭크 감독과의 미팅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토크스포츠'는 '손흥민과 토트넘은 서로를 존중하고 있다. 손흥민은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 많다'고 했다. 이어 '여기에는 재계약을 요구하거나, 프랭크 감독 체제에서 얼마나 많은 출전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했다. 이에 앞서 영국 '스카이 스포츠'는 '토트넘이 손흥민의 이적 여부를 선수 본인에게 완전히 일임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풋볼런던 역시 '토트넘은 10년 동안 헌신한 손흥민을 위해 마지막 이적료를 얻으려고 등을 떠밀기보다는 그의 선택에 맡길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
|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