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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도대체 에릭 텐 하흐 감독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그는 분데스리가 단 2경기를 지휘하고 짐을 쌌다. 분데스리가 역사상 최단 경기 해고다. 기존 5경기 기록을 깬 굴욕이다.
레버쿠젠은 지난달 23일 안방에서 열린 2025~2026시즌 분데스리가 개막전에서 호펜하임에 1대2로 패했다. 30일 베르더 브레멘과의 원정경기에선 3대3 무승부를 기록했다. 분데스리가에서 1무1패, 승점 1점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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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니트 자카는 '이적 불가'였다. 브라질에서 새 시즌을 준비한 텐 하흐 감독은 당시 "클럽은 중요한 선수 세 명을 잃었고, 우리는 더 이상 잃지 않을 것이다. 자카는 팀의 리더다. 그는 5년 계약을 맺었고, 아직 3년 더 남았다. 그를 팔기에는 너무 중요한 선수"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자카는 일주일도 안돼 선덜랜드로 이적했다.
끝이 아니었다. 아민 아들리는 본머스, 골키퍼 루카스 흐라데키는 AS모나코로 말을 갈아탔다. 레버쿠젠은 대신 역사상 가장 비싼 영입인 1억200만유로(약 1664억원)를 투자해 말릭 틸만, 자렐 콴사, 엘리세 벤 세기르 등 3명을 수혈했다. 하지만 이들이 연착륙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결국 그라운드에서 엇박자를 냈다. 브레멘전이 직격탄이었다. 레버쿠젠은 2-1로 앞선 후반 18분 브레멘의 수비수 니클라스 스타크가 경고 2회로 퇴장당하며 수적으로도 우세했다. 페널티킥까지 얻어내며 승리를 눈앞에 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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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멘은 역이용했다. 수적열세에도 후반 31분과 추가시간인 49분 만회골과 동점골을 작렬시키며 무승부에 성공했다. 레버쿠젠의 주장 로베르트 안드리히는 격노했다.
그는 "모두가 자기 자신을 위해 뛰었고, 모두가 자기 마음대로 경기장을 돌아다녔다. 우리 팀에는 다른 일이나 자기 자신에게만 몰두하는 선수들이 너무 많다. 레버쿠젠에서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재앙적인 마지막 모습은 우리가 현재 처한 상황을 상징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텐 하흐 감독도 팀의 붕괴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 또한 48시간 후의 경질은 상상하지 못했다.
레버쿠벤 수뇌부는 텐 하흐 감독 체제에 미래가 없다고 결정했다. 시몬 롤페스 단장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아무도 이런 조치를 취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몇 주 동안 이런 구성으로는 새롭고 성공적인 팀을 만드는 게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페르난도 카요 대표도 "시즌 초반에 이별하는 건 고통스럽지만,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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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 하흐 감독은 첫 시즌 맨유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3위로 이끌었고 리그컵 우승, FA컵 준우승으로 연착륙에 성공했다. 그러나 2023~2024시즌 급락했다.
맨유는 EPL에서 7위 이하 떨어진 적이 없지만 8위에 그쳤다. 14패도 최다패다. 최다 실점, 마이너스 골득실차도 맨유의 굴욕이었다. 시즌 마지막 무대인 FA컵 결승전을 앞두고 텐 하흐 감독의 거취는 '경질'로 사실상 결론이 내려졌다. 극적인 반전이 있었다.
맨유는 '맨체스터 라이벌' 맨시티를 2대1로 꺾고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텐 하흐 감독은 기사회생했다. 텐 하흐 감독은 결과적으로 두 시즌 연속 우승컵을 선물했다.
그러나 3년 차인 2024~2025시즌은 출발부터 최악이다. 텐 하흐 감독은 EPL 개막 후 9경기에서 단 3승만 거두며 14위(승점 11)라는 사상 최악의 성적을 냈다. 유로파리그에서도 리그 페이즈에서 36개팀 가운데 21위에 추락하면서 지난해 10월 경질됐다.
레버쿠젠에서의 운명은 더 가혹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