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 불가피한 이별이다. 신태용 감독이 울산 HD 사령탑에 선임된 지 65일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았다.<스포츠조선 10월 9일 단독 보도>
울산은 일단 감독대행 체제로 급한 불을 끄기로 했다. 감독대행에는 노상래 유소년 디렉터가 선임됐다. 울산은 "K리그에서 지도 경험이 있는 노상래 임시 감독 체제에서 기존 코치들과 소통·협업으로 강등 위기에서 벗어나겠다. 더불어 빠르게 후임 감독을 물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신 감독과의 계약 해지와 함께 '하위 스플릿'이라는 성적 부진의 책임을 물어 김광국 대표이사도 퇴진하기로 했다.
|
|
지도자로 능력을 인정받은 신 감독은 올해 초까지 줄곧 대표팀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코치를 시작으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2016년)과 한국에서 개최됐던 U-20 월드컵(2017년), 러시아월드컵(2018년) 사령탑을 지냈다. 2019년 12월에는 인도네시아 대표팀 감독에 올라 올해 1월까지 지휘했다.
기대는 컸고 울산에서의 첫 일성도 화려했다. "포메이션이 없다시피 한 축구를 하겠다. 한 골 먹으면 두 골 넣는 축구를 하겠다. 트렌드에 맞는 축구를 하고 싶다." 신 감독은 8월 9일 제주 SK와의 홈경기에서 1대0으로 승리하며 울산 사령탑 데뷔전을 미소로 장식했다. 하지만 그것이 K리그1에서 거둔 유일한 승리였다. 울산은 7경기 연속 무승의 늪(3무4패)에 빠졌다.
|
|
K리그의 스플릿 시스템이 2013년 도입된 후 디펜딩 챔피언의 '아랫물' 추락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울산이 처음으로 '굴욕의 문'을 열었다. 울산은 A매치 브레이크전인 5일 김천 상무와의 원정경기에서 0대3으로 완패했다. 9일 현재 순위는 10위(승점 37)로 남은 1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7~12위가 포진하는 파이널B행이 확정됐다.
울산은 지난해 K리그 3연패를 달성하며 '왕조의 문'을 열었다. 그러나 환희는 한 시즌도 가지 못했다. 10위는 승강 플레이오프(PO)를 치러야 하는 위치다. 울산은 2부 강등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다. 10위 탈출이 급선무지만 현재로선 감독 교체 외에 탈출구는 없었다.
신 감독의 리더십은 세월 앞에서 무너졌다. 대표팀과 클럽팀은 호흡이 다르다. 선수들과 교감하는 방법도 달라야 한다. 그러나 수 년전의 시간에 갇힌 듯 '올드'한 소통으로 선수들과 불협화음이 컸다. '뒷말'이 무성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급기야 중국 원정에선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
구단과 한마디 상의도 없었던 '월권'이었다. 선수들도 큰 충격에 휩싸였다. 마지막 남은 한 가닥의 끈도 끊어졌다. 울산은 한 시즌 두 명의 감독을 교체하는 것에 부담이 컸다. 그러나 끊이지 않는 잡음에 생존을 위해 '칼'을 빼들 수밖에 없었다.
신 감독은 명가재건에 자신감을 나타내면서도 "내 능력이 안 된다면 그만둬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집안 단속'에 실패하며 스스로 무너졌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