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행 좌절' 하지만 김포는 실패하지 않았다

기사입력 2025-11-10 11:49


'PO행 좌절' 하지만 김포는 실패하지 않았다

'PO행 좌절' 하지만 김포는 실패하지 않았다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김포FC가 결국 플레이오프(PO) 진출에 실패했다.

김포는 9일 김포솔터축구장에서 열린 부천FC와의 '하나은행 K리그2 2025' 38라운드에서 0대1로 패했다. 승점 54로 8위에 머물렀다. 전날 전남 드래곤즈(승점 62)와 성남FC(승점 61)가 승리하며 일찌감치 PO행이 좌절된 김포는 시즌 마지막 홈경기에서 부천전 9경기 무승의 고리를 끊고자 했지만, 결정력 부재로 아쉽게 무릎을 꿇었다.

비록 PO에는 가지 못했지만, 김포의 올 시즌은 결코 실패가 아니다. 지난 겨울 김포는 무려 14명의 선수들을 새롭게 더했다. 4명이 은퇴하고, 장윤호 서재민 등이 이적하며 생긴 공백을 메우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2023년 아무도 예상 못한 3위에 오르며, 주축들을 대거 떠나보내야 했던 김포는 2024년에 이어 또 한번 리빌딩을 단행했다.

그래도 이전에 비해 선수수급은 나쁘지 않았다. 김포는 지난 몇년간 인프라를 꾸준히 개선했고, 무엇보다 핵심 선수들을 대거 K리그1에 입성시킬 정도로 탁월한 육성 능력을 과시한 고정운 감독의 지도력이 높은 평가를 받으며, 괜찮은 선수들을 데려왔다. 지난 시즌 7위에 머물며, 승점 2 차로 아쉽게 PO행을 놓친 고 감독은 올 겨울부터 절치부심했다.


'PO행 좌절' 하지만 김포는 실패하지 않았다
올 초, 차를 본가에 두고 오는 결단을 내렸다. 지난 시즌 부진의 원인을 본인에게 찾았다. 대한축구협회 감독선발위원회로 활동하는 등 대외로 움직이는 시간이 늘어나며, "100%를 쏟지 않았다"고 자책했다. '초심'을 찾겠다며 차부터 치웠다. 김포에 처음 왔을 때처럼 훈련장-사택을 반복하는 일상을 이어갔다. 사람들을 만나는 횟수도 줄였다. 오로지 김포에만 집중했다.

만족스러운 동계를 보냈지만, 처음부터 꼬였다. 스리백의 핵심으로 삼은 이인제가 개막전 전반 19분만에 부상으로 쓰러졌다. 시즌 아웃이었다. 뭔가에 씐 것처럼 부상이 쏟아졌다. 루이스 등 터져줘야 할 선수들도 침묵을 거듭했다. 김포는 중요한 1로빈에서 단 3승에 그쳤다. 순위도 강등권까지 내려갔다. 고 감독은 변화를 택했다. 포지션 파괴로 답을 찾았고, 여름이적시장에서 박동진 김동민 김민우 등을 영입해 스쿼드 뎁스를 두텁게 했다.

김포는 무더위가 본격화된 2로빈을 단 1패(6승6무)로 마무리하며, PO 진출에 대한 꿈을 키웠다. 3로빈에서도 첫 7경기에서 4승2무1패를 거두며 한때 4위까지 올라갔지만, 가장 중요했던 34~36라운드에서 3연패를 당하며 무너졌다. 특히 충남아산과의 34라운드에서 박동진이 페널티킥을 실축하고 퇴장을 당하며 0대1로 패하면서 꼬였다. 가까스로 엔트리를 꾸릴 정도로 부상자들이 많은 가운데, 끝까지 버텼지만, 마지막을 넘지 못했다.

고 감독은 PO 진출 좌절 후 씁쓸하면서도 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선수들에게 더이상을 바라는게 무리였다는 것을 스스로가 제일 잘 알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김포는 올 시즌도 PO 언저리까지 가며, 이제 K리그2에서 만만히 볼 팀이 아니라는 인식을 확실히 심어줬다. 오히려 강팀들이 가장 경계하는 팀이 됐다. 김포는 올 시즌 인천 유나이티드, 수원 삼성, 전남 등 상위권팀을 고르게 잡았다. 김포가 확실히 자리매김하며 홈 관중도 늘어났다. 김포는 이제 평균 3000명을 바라보는 팀이 됐다. 이제 제법 반듯한 팀이 됐다. 고 감독을 비롯해 권일 단장 등이 몸을 아끼지 않은 결과다.


'PO행 좌절' 하지만 김포는 실패하지 않았다

'PO행 좌절' 하지만 김포는 실패하지 않았다

고 감독은 이번 실패를 밑거름으로 삼겠다는 각오다. 그는 초반부터 치고 나갈 수 있는 팀을 계획 중이다. 다행히 내년 겨울에는 선수단 변화의 폭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최재훈 천지현 등 군입대 자원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잔류한다. 김포는 지갑을 열어 임대생들도 가급적 잡겠다는 계획이다. 고 감독 입장에서는 연속성을 이어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올 시즌 아쉬웠던 포지션에 새로운 피를 수혈하고, 조직력을 다진다면 2023년의 기적을 재연할 수 있다는게 고 감독의 생각이다. 김포는 또 한번 배우고, 성장했다. 김포의 올 시즌이 실패가 아닌 이유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