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추첨 후 '죽음의 조'는 항상 뜨거운 관심을 모았지만, 이번에는 그 정도로 주목을 받는 조가 보이지 않는다. 외신에서는 월드컵 2회 연속 결승 진출에 빛나는 프랑스와 이번 월드컵 최고의 '다크호스' 노르웨이, '아프리카 복병' 세네갈, 대륙간 플레이오프(PO)2 승자가 포진한 I조와 '축구종가' 잉글랜드, '지난 대회 3위' 크로아티아, '아프리카 강호' 가나, 파나마가 속한 L조가 그나마 '죽음의 조'에 가깝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일본도 타이트한 조에 편성됐다. 일본은 네덜란드(FIFA랭킹 7위), 유럽 PO B조 승자, 튀니지(FIFA랭킹 40위)와 함께 F조에 속했다. 유럽 PO B조에는 스웨덴, 폴란드, 우크라이나, 알바니아가 있다. 물론 4년 전 스페인, 독일과 한 조에 속했던 것과 비교하면 낫다고도 볼 수 있지만, 만만치 않은 조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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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감독도 조추첨 이후 인터뷰에서 "매우 빡빡한 그룹에 들어갔다고 생각한다"며 "모든 나라가 강하다. 플레이오프를 통해 참가할 나라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월드컵 우승을 노리겠다"던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2018년 러시아 대회부터 FIFA랭킹으로 포트를 나눴다. 과거보다 정확성과 공정성이 올라간 FIFA랭킹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의도였다. 그 결과 브라질-이탈리아-아르헨티나가 속한 1982년 스페인 대회 C조, 아르헨티나-잉글랜드-스웨덴-나이지리아가 포함된 2002년 한-일 대회 F조 같은 극단적인 '죽음의 조'는 사라졌다. 참가국이 48개국으로 확대되며 각 팀 편차가 비교적 커지자, 이같은 경향은 더욱 두드러졌다. 물론 아직 유럽과 대륙간 PO 승자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각 조가 실력에 따라 비교적 고르게 배정됐다는 평가다.
B조에서는 '개최국' 캐나다, 스위스, C조에서는 브라질, 모로코, E조에서는 독일, 에콰도르, J조에서는 네덜란드, 일본, G조에서는 이집트, 벨기에, H조에서는 스페인, 우루과이, I조에서는 프랑스, 노르웨이, J조에서는 아르헨티나, 오스트리아, K조에서는 포르투갈, 콜롬비아, L조에서는 잉글랜드, 크로아티아가 32강에 오를 공산이 크다.
포트1에 속한 우승후보들이 한발 앞서 있는 가운데, 나머지 팀들은 물고 물리는 싸움을 이어갈 전망이다. 시드국이 전승을 거둔다고 가정할때, 1승2패 팀들이 속출할 수 있다. 이 경우 32강 셈법은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3위 변수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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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는 조별리그가 기존의 8개조에서 12개조로 확대됐다. 각조 1~2위 뿐만 아니라 3위 중 상위 8개팀도 토너먼트의 새로운 시작인 32강에 오른다. 32강 진출을 위해서는 1승1무1패, 승점 4를 확보해야 한다. 32개국 체제에서는 1승1무1패로 떨어지는 케이스가 있었다. 2006년 독일 대회에서 한국은 1승1무1패를 거두고도 탈락했다. 하지만 48개국 체제에서는 다르다. 바로미터가 있다. 처음으로 48개국 체제로 치러진 2025년 U-17 월드컵에서 승점 4 이상을 얻은 팀은 모두 32강에 올랐다.
1승2패도 기회가 있다. U-17 월드컵에서도 4팀이 1승2패, 승점 3으로 32강에 올랐다. 하지만 같은 승점으로 떨어진 팀도 4팀이나 됐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골득실이나 페어플레이 점수 관리가 중요해진 가운데, 결국 32강 진출을 노리는 각 팀의 매직넘버는 '승점 4'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얽히고 설킨 현재의 구도 속에는 쉽지 않은 미션이다. 일본이 이번 조편성을 조심스러워 하는 이유다. 이는 '꿀조'에 속했다는 평가를 받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