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가나의 A매치 평가전. 손흥민, 이강인이 프리킥을 시도하고 있다. 상암=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11.18/
14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볼리비아의 A매치 평가전. 손흥민이 프리킥 선제골을 터뜨리고 기쁨을 나누고 있다. 대전=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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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멕시코는 '약속의 땅'이다.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시발점이 된 무대가 1986년 멕시코 대회다. 당시 1무2패로 발걸음을 돌렸지만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21세기, 40년 만의 '멕시코월드컵'이 성사됐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가 공동 개최하는 2026년 북중미월드컵의 밑그림이 완성됐다. 조추첨식이 6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워싱턴DC의 케네디센터에서 열렸다. 역대급 '무난한' 조편성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2위인 홍명보호는 개최국 멕시코(15위), 아프리카의 남아프리카공화국(61위), 유럽 플레이오프(PO) D조 승자와 함께 A조에 편성됐다. 유럽 PO D조에는 덴마크(21위), 북마케도니아(65위), 아일랜드(59위), 체코(44위)가 내년 3월 한 장의 본선행 티켓을 놓고 다툰다. 현재로선 덴마크가 유력하다.
'멕시코월드컵'인 이유가 있다. 개최국과 묶여 조별리그 세 경기를 모두 멕시코에서 치른다. 조 1위로 통과할 경우 32강, 16강까지도 멕시코를 떠나지 못한다. 경기 시각도 7일 공개됐다. 홍명보호는 내년 6월 12일 오전 11시 멕시코 과달라하라 에스타디오 아크론에서 유럽 PO D조 승자와 1차전을 치른다. 두 번째 상대는 멕시코와는 19일 오전 10시에 같은 장소에서 2차전을 갖는다. 조별리그 최종전은 과달라하라에서 약 700㎞(항공거리 기준) 떨어진 몬테레이에서 개최된다. 25일 오전 10시 에스타디오 BBVA에서 남아공과 충돌한다. 이동거리가 짧은 것이 호재다.
사진제공=FIFA
홍명보 축구 A대표팀 감독은 "어느 팀 하나 우리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팀은 없다. 팀의 장점을 얼마만큼 발휘하느냐가 중요하고, 환경에 얼마나 적응을 잘 해서 퍼포먼스를 내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런 것들을 잘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 감독의 말대로 월드컵 본선에서 쉬운 상대는 없다. 반면 브라질, 아르헨티나 같은 '넘사벽'이 아니라 전부 해볼만한 팀들이다. 그래서 더욱 기대치가 높다. 물론 멕시코, 남아공, 유럽 팀들도 '동상이몽'이다. 입가에 미소를 띄우고 있다.
북중미월드컵은 32개국이 아닌 48개국이 참가하는 첫 대회다. 8개조에서 12개조로 확대됐다. 각조 1, 2위(A~L조·총 24개팀) 뿐만 아니라 3위 중 상위 8개팀도 토너먼트의 새로운 시작인 32강에 오른다. 조별리그 최상의 시나리오는 3전 전승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고지대, 고온다습 등 변수도 넘쳐난다.
그래도 조 1위를 목표로 해야한다. 첫 단추가 중요하다. 유럽팀에 패하면 가시밭길이지만 잡으면 탄탄대로다. 과달라하라의 최대 복병은 해발 고도 1550m가 넘는 고지대다. 첫 두 경기를 치러야 하는 태극전사들의 적응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유럽팀의 경우 1차전에는 '시동'이 덜 걸려있다. 홍명보호도 유럽파가 다수지만 덴마크, 체코, 아일랜드 등의 경우 전원이 갓 시즌이 끝난 유럽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로 꾸려져 있다. 바닥난 체력에 고지대 적응은 '이중고'다. 체력적으로 이들을 압도한다면 충분히 승점 3점을 거머쥘 수 있다.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가나의 A매치 평가전. 경기 종료 후 손흥민, 김민재가 팬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상암=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11.18/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가나의 축구대표팀 평가전. 한국이 1대0으로 승리한 가운데 이강인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상암=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11.18/
홈 이점을 안고 있는 멕시코는 더 이상 두려운 상대가 아니다. 월드컵 본선에서 두 차례 만나 2전 전패(1998년 프랑스·1대3패, 2018년 러시아·1대2 패)지만 최근은 백중세다. 지난 9월 미국에서 가진 친선경기에서 2대2로 비겼다. 라울 히메네스(풀럼)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손흥민(LA FC)과 오현규(헹크)의 연속골로 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후반 종료 직전 산티아고 히메네스(AC 밀란)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며 무승부에 만족했다. 홈팬들의 '광적 응원'은 최대 적이다. 멕시코 상대로 승점만 수확해도 나쁘지 않다.
남아공은 조추첨 '포트3'에서 최약체로 꼽혔다. '1승 제물'로 이견이 없다. 남아공에는 올해 울산 HD와 FIFA 클럽 월드컵 1차전에서 맞붙은 마멜로디 선다운스 선수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울산이 0대1로 패했지만 경기 내용에선 밀리지 않았다. 홍명보호는 차원이 다른 전력이다. 남아공과는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A매치를 치르지 않았다. 기싸움에서 밀려선 안된다. 아프리카 선수들은 '흥'이 넘치면 무형의 '괴력'을 발휘한다. 고온다습한 날씨도 경계해야 한다.
◇현지시각과 일정. 사진캡처=더선
한국 축구는 2022년 카타르대회에서 12년 만의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당시 대표팀을 이끈 파울루 벤투 감독은 조별리그 통과에 만족했다. 브라질과의 16강전(1대4 패)에선 동력이 없었다. 홍명보호는 북중미월드컵에서 16강 이상의 목표를 내걸었다. 대한민국도 더 이상 조별리그 통과로 만족해선 안된다. 32강과 16강을 넘어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한다. 손흥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생제르맹), '황금 세대'의 마지막 과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