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강등 위기의 '토트넘 캡틴'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시즌 최종전을 앞두고 조국 아르헨티나로 떠나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로베르토 데제르비 감독이 로메로의 결정을 옹호했다. 그러면서도 팬들이 이번 사태에 분노하는 이유에 대해선 "100% 이해한다"고 밝혔다.
부상중인 로메로는 25일 자정 안방에서 펼쳐질 에버턴과의 시즌 최종전을 직관하는 대신 아르헨티나에 머물 예정이다. 현재 17위 토트넘(승점 38)은 프리미어리그 잔류를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수비수인 로메로는 무릎 부상으로 인해 경기에 나설 수 없는 상황, 개막이 임박한 북중미월드컵 전까지 복귀를 위해 시간과의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토트넘은 이날 에버턴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잔류가 유력하다. 18위 웨스트햄(승점 36)과 승점 2점 차로 에버턴전 승리시 프리미어리그 잔류가 확정되고, 비기더라도 골득실에서 크게 앞서 있어 사실상 잔류가 유력하다. 벤 데이비스를 비롯해 부상으로 뛸 수 없는 다른 토트넘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동료들의 분투를 응원할 예정이지만, 로메로는 아르헨티나에 머물며 친정팀 벨그라노와 리버 플레이트의 프리메라 디비시온 아페르투라 결승전을 관람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장의 결장에 팬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데 제르비 감독은 로메로의 아르헨티나행이 구단 의료진과의 합의하에 내려진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로메로는 의료진과 대화를 나눴고, 재활 과정을 마무리하기 위해 아르헨티나로 가기로 함께 결정했다"면서 "지난주에도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로메로는 항상 팀과 함께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부상은 이미 발생한 일이며, 우리는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나는 바보가 아니다. 만약 어떤 선수가 구단보다 자신을 먼저 생각한다고 느꼈다면, 나 역시 그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쿠티(로메로의 애칭)는 내가 부임한 시작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올바르게 행동했기에 그에 대해 할 말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결정에 대해 일부 토트넘 팬들이 분노하는 것을 이해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데 제르비 감독은 "100% 이해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축구계 전문가들과 토트넘 출신 레전드들은 로메로의 행동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전 토트넘 주장 출신 글렌 호들은 "나라면 직접 그를 공항까지 태워다 주면서 '다시는 돌아올 생각도 하지 말라'고 말했을 것이다. 이번 결정은 스캔들이나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토트넘 공격수 테디 셰링엄 역시 "구단 역사상 가장 중요한 경기다. 드레싱룸에서 동료들 곁을 지키며 힘을 실어줬어야 했다. 그가 떠나도록 허락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루이스 아르티메 벨그라노 회장은 로메로가 친정팀의 훈련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고 확인했다. 로메로는 지난 4월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에서 열린 선덜랜드전에서 무릎을 다친 이후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로메로의 친정팀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사상 최초로 아르헨티나 프리메라 디비시온 아페르투라 결승에 진출한 벨그라노를 위한 축하 영상을 SNS에 게시하기도 했다. 벨그라노의 결승전은 영국 시간으로 오후 7시30분에 시작하고, 토트넘과 에버턴의 최종전은 오후 4시 킥오프한다.
데 제르비 감독은 현재 자신의 초점이 최종전에 출전할 수 있는 선수들에게 맞춰져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진과 함께 내린 결정이었고, 로메로가 경기장에 있든 없든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다른 일에 에너지를 낭비하거나 딴생각을 할 시간이 없다. 우리는 오직 경기에만 집중해야 하며, 우리에게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충분히 좋은 선수들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영국 BBC 스포츠는 "장기 부상에서 회복 중인 선수가 고국으로 돌아가 친정팀에서 재활하는 것이 완전히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특히 해외 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의 경우 더욱 그렇다. 현재 로메로가 '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최종 26인 명단에 승선하기 위해 현지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가장 기묘한 부분은 역시 '타이밍'이다. 토트넘은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단 한 번도 강등되지 않은 6개 클럽 중 하나이며, 1977~1978 시즌 이후 잉글랜드 2부 리그로 떨어진 적이 없다"면서 팀의 명운을 결정 지을 가장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조기 귀국을 택한 캡틴의 선택에 의구심을 표했다. "물론 로메로가 경기장 위에서 직접 도움을 줄 수는 없다. 그러나 구단의 명운이 걸린 중차대한 시점에, 팀의 주장이 약 1만1200㎞ 떨어진 곳에 가 있다는 사실은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아마도 캡틴 손흥민이었다면 부상이든 부상이 아니든 끝까지 팀과 함께 했을 확률이 높다.
데 제르비 감독은 로메로의 장기적인 미래와 관련된 질문에 그가 이미 토트넘에서의 마지막 경기를 치른 것인지에 대해 확답을 피했다. "그것에 대해선 알 수 없다. 크리스티안은 최고의 선수이자 나에게는 최고의 친구였다. 내가 최고라고 말할 때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라면서 "미래의 일은 알 수 없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구단과 팬들이 하나 돼 치러야 할 내일의 큰 경기"라고 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