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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스토리]"두고 봐" 이 악물고 버틴 악바리, 등번호 없는 예비선수서 韓 주축 공격수로…"18번 달고 황선홍처럼 멋진 골을!"

입력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서 예비선수였던 오현규(동그라미).스포츠조선DB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서 예비선수였던 오현규(동그라미).스포츠조선DB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축구대표팀과 파라과이의 평가전. 오현규가 후반 팀의 두번째 골을 터뜨리고 이강인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상암=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5.10.14/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축구대표팀과 파라과이의 평가전. 오현규가 후반 팀의 두번째 골을 터뜨리고 이강인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상암=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5.10.14/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솔트레이크시티(미국)=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18번 달고 싶습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노력파 공격수' 오현규(베식타시)는 4년간 마음속에 꾹꾹 담아뒀던 이야기를 속 시원히 꺼냈다. 28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근교 헤리먼의 자이언스 뱅크 트레이닝센터에서 진행한 축구대표팀 훈련 인터뷰에서 '선호하는 등번호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4년 전 카타르 숙소에서 공책에 썼던 등번호가 18번이었다. 18번을 받으면 멋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18번이 과거 대한민국 스트라이커를 상징하는 등번호인 걸 아는가란 이어진 질문에 "잘 알고 있다"며 해맑게 웃었다.

오현규는 대한민국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최종 26명 엔트리에 당당히 포함돼 정식 등번호를 받을 자격을 얻었다.

4년 전 상황은 달랐다. 오현규는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서 벤투호의 '예비선수'로 대회에 동행했다. 안와 골절상을 입은 주장 손흥민(LA FC)의 출전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27번째 태극전사'로 카타르행 비행기에 올랐다.

당시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은 오현규가 반드시 손흥민의 부상으로 인해 예비 선수로 뽑힌 건 아니라고 했다. "오현규는 좋은 기술을 가졌다. 피지컬적으로 강하고 스피드도 빠르다. 계속 관찰해왔다"라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스포츠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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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규는 훈련파트너로 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웃고 땀을 흘렸지만, 공식 경기에선 엔트리에 포함될 수 없는 '신분'이었다. 손흥민이 안면마스크를 끼고 월드컵 무대를 누비는 모습을 벤치가 아닌 관중석에서 지켜봐야 했다.

등번호도 받지 못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상 월드컵 최종엔트리에 포함된 26명은 1번부터 26번까지만 달게 되어있다. 월드컵에서 '27번'은 존재하지 않는다.

손흥민은 "(오)현규한테 너무나도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다. 저 때문에 카타르에 와서 희생을 했다. 현규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눈앞에 펼쳐진 '꿈의 무대' 월드컵을 바라만 봐야했던 오현규는 카타르대회를 자극제 삼아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더 나은 선수'가 되어 당당히 월드컵 멤버로 북중미대회에 임하겠다는 각오를 가슴 속에 새겼다.

오현규는 왼쪽 허벅지가 훤히 드러날 정도로 바지를 올리고, 다리에 감는 테이프를 '복서처럼' 손목에 감고, 경기 후 맨발로 잔디를 누빈다. 팀 버스는 늘 맨 앞자리에 앉는다. 이러한 루틴은 월드컵을 향한 일종의 '다짐'이었다.

카타르월드컵을 앞두고.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카타르월드컵을 앞두고.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오현규는 "몇 년 전부터 하던 루틴인데, 이제 알아봐주시는 걸 보면, 내가 잘하고 있다는 뜻이겠죠?"라며 미소지었다. 4년간 이 루틴에 맞춰 기량을 쌓아올린 오현규는 K리거에서 유럽파로, 대표팀 예비선수에서 대표팀 주축 공격수로 입지를 넓혔다. 카타르월드컵 이후 2023년부터 3년간 A매치를 25경기(총 26경기)를 뛰었다. 월드컵 예선에서 4골을 넣으며 대한민국의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도왔다.

오현규는 "이렇게 4년을 기다려서 제가 꿈꿔온 대로 정말 2026년 월드컵에 오게 됐다. 하루하루 정말 열심히 살았던 게 이렇게 보답을 받은 것 같다"며 "4년 전과는 마음가짐이 다르다. 그땐 내가 뛰면 잘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많았다. 근데 4년이 지난 지금은 저 스스로도 그렇고 주변 사람들이 느끼기에도 많이 성장했다라고 말해준다. 스스로 자신감도 많이 생겼다"라고 들뜬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해 여름 독일 분데스리가 슈투트가르트 이적이 데드라인을 앞두고 돌연 무산된 아픔을 겪었지만, 다져진 멘털로 훌훌 털어냈다. 그리고는 지난시즌 헹크와 베식타시 소속으로 18골을 폭발하며 빅리그가 주목하는 선수로 발돋움했다.

오현규의 다음 루틴은 '월드컵 득점'이다. 그는 "어떤 골을 넣을지에 대해 많은 옵션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힘든 시간도 있겠지만, 잘 극복해서 어떤 방식으로든 골을 넣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했다. 박스 안에서 공이 높이 뜨면 바이시클킥을 시도할 거냐는 물음엔 "바로 가야죠. 바로 가야죠"라고 고민없이 답했다. '가야죠'는 '바로 슈팅을 시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알란야스포르전에서 작성한 바이시클킥은 튀르키예 올해의 골 후보에 올랐다.

훈련하는 오현규 (헤리먼[미국 유타주]=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27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유타주 헤리먼에 위치한 자이언스뱅크 트레이닝센터에서 축구 국가대표팀 오현규 등 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2026.5.28 hama@yna.co.kr(끝)
훈련하는 오현규 (헤리먼[미국 유타주]=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27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유타주 헤리먼에 위치한 자이언스뱅크 트레이닝센터에서 축구 국가대표팀 오현규 등 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2026.5.28 hama@yna.co.kr(끝)
훈련하는 오현규 (헤리먼[미국 유타주]=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27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유타주 헤리먼에 위치한 자이언스뱅크 트레이닝센터에서 축구 국가대표팀 오현규 등 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2026.5.28 hama@yna.co.kr(끝)
훈련하는 오현규 (헤리먼[미국 유타주]=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27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유타주 헤리먼에 위치한 자이언스뱅크 트레이닝센터에서 축구 국가대표팀 오현규 등 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2026.5.28 hama@yna.co.kr(끝)

오현규는 2022년 A매치 데뷔전을 18번을 달고 뛰었지만, 이후 26번, 23번, 19번, 9번 등을 옮겨다니며 고정 등번호를 달지 못했다. 카타르월드컵에서 18번을 입고 뛴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은 현재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모두 19번을 단다. 이번 월드컵도 19번을 달 것이 확실시된다. 이강인은 2001년 동갑내기인 오현규가 18번을 달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셈이 됐다. 18번을 좋아하는 오현규의 롤모델은 한국 축구 레전드인 황선홍 현 대전 감독이다. 황 감독은 등번호 18번을 달고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발판을 놓은 폴란드전에서 한국의 첫 골을 넣었다. 오현규가 2주 앞으로 다가온 월드컵에서 맹활약하면 명맥이 끊긴 18번 계보를 이어갈 수 있다.

'해버지' 박지성 JTBC 해설위원은 이번 북중미대회에서 홍명보호 키플레이어로 오현규를 꼽았다. 이 말을 전해들은 오현규는 "엄청난 과찬이자 가문의 영광이다. 박지성 선배부터 수많은 선배가 월드컵에서 뛰는 모습을 봤다. 기대해주신 만큼 제가 잘해야 그 발언이 빛을 발하지 않겠나.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드리겠다"라고 다짐했다.

오현규는 지난 25일 대표팀 합류 후 '돌다리를 두들기는 심경'으로 개인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시즌 막바지 소속팀에서 근육 부상을 당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관리는 받아야 한다. '완전한 몸상태'로 다음달 12일 체코와의 조별리그 A조 1차전에 나서기 위함이다. 오현규는 19일 멕시코와의 경기를 가장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9월 미국에서 열린 멕시코와의 평가전에서 골을 터뜨렸다.


솔트레이크(미국)=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2026 FIFA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4차전 대한민국과 이라크의 경기가 15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오현규가 역전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용인=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4.10.15/
2026 FIFA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4차전 대한민국과 이라크의 경기가 15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오현규가 역전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용인=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4.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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