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트레이크시티(미국)=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깜짝 사퇴 소식에 월드컵을 준비 중인 대한민국 축구 A대표팀 선수단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축구계에 따르면 홍명보호 선수단은 28일(현지시각) 오후 협회 관계자로부터 정 회장의 사퇴 결심을 전해들었다. 일부 협회 직원도 몰랐던 깜짝 발표에 적잖이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정 회장에 대한 축구팬의 비판 여론이 거세단 사실은 다양한 루트로 접했지만, 월드컵 개막을 2주 앞둔 시점에 정 회장이 사퇴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정 회장은 오는 9일 멕시코행 비행기에 오르는 것으로 항공 스케쥴까지 나와있었다.
지난 18일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 사전 훈련캠프를 차린 축구대표팀은 이날도 오후 훈련을 마치고 다음날 훈련에 대비해 시내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선수들은 늦은 밤 정 회장 사의 표명과 그에 따른 언론 보도, 여론 등을 직간접적으로 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졸지에 이번 월드컵은 정 회장의 13년 임기의 마지막 이벤트로 남게 됐다.
정 회장은 협회 성명을 통해 "이번 월드컵 이후 축구협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고자 한다"라고 깜짝 발표했다. "그동안 우리 대표팀이 열심히 월드컵 본선을 준비했다. 저는 대표팀이 이번 대회에서 좋은 경기력을 펼치면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둘 것으로 믿고 있다"며 "대표팀이 본선에서 성과를 내도록 지원하는 것이 협회장으로서 마지막 소임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사의를 표명했다.
정 회장은 이어 "제가 축구협회를 맡아 운영하는 동안 여러 가지 논란과 비판이 있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 모든 것은 다 제 부덕의 소치라고 생각한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제가 협회를 맡아서 일해오는 동안 격려와 지원을 해주신 축구인, 후원사, 언론인, 정부 관계자 그리고 팬 여러분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또 오랜 기간 축구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해온 축구협회 임직원과 연맹, 시도협회 관계자들에게도 고마운 인사를 전한다. 이번 월드컵 이후 축구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이 힘과 지혜를 모아 다시 한 번 미래를 향해 전진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라고 말했다.
축구협회는 '지난해 2월 85.6%의 지지율로 4선에 성공한 정 회장의 이와 같은 결정은 월드컵 대표팀에 대한 축구팬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응원을 간곡히 당부하기 위해 이뤄졌다'며 '또한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한 중장기적 비전 수립과 이행에 매진해야 할 협회가 현재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숙고 끝에 결정됐다'라고 밝혔다.
지난 2013년 제52대 대한축구협회장에 취임하며 13년간 한국 축구를 이끈 정 회장은 오는 7월 20일 폐막하는 월드컵 이후 사직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홍명보호는 다음달 12일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에스타디오 아크론에서 체코와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른다. 19일 같은 경기장에서 멕시코를 상대한 뒤, 15일 몬테레이의 에스타디오 BBVA에서 3차전을 펼친다.
정 회장은 앞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월드컵 목표로 "5경기"를 언급했다. 48개국으로 확대된 북중미월드컵에서 5경기는 조별리그 3경기, 32강, 16강을 의미한다. 한국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원정 월드컵 토너먼트에서 승리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정 회장은 1차전을 앞둔 9일 멕시코로 출국할 예정이다.
솔트레이크시티(미국)=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