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달라하라(멕시코)=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여러 이유로 분위기가 침체됐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4일(이하 한국시각) 2026년 북중미월드컵을 앞두고 본선 개최 도시에 거주하는 축구팬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은 '나의 월드컵' 시리즈를 오픈했다.
대한민국 월드컵대표팀의 조별리그 1, 2차전이 열리는 멕시코 과달라하라에 거주하는 헤더 챔버스는 "월드컵이 집 근처에서 열린다는 사실에 기대가 컸다. 경기를 직접 경기장에서 관람하고 싶었다"며 "하지만 티켓 가격이 너무 비싸다. 이곳 사람 대부분은 한 달에 1만~3만페소 정도를 번다"라고 불만을 토했다. 이어 "반미 감정이 고조됐고, 비자 발급 금지로 팬들이 경기를 보러 올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 월드컵이 미국에 의해 장악된 것 같은 느낌, 국제축구연맹이 정치적으로 미국에 굴복하는 느낌을 준다. 월드컵을 홍보하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 흥미도는 제로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해당 기사를 접한 상태로 6일, 홍명보호의 사전 훈련 캠프 취재를 마치고 과달라하라로 이동했다. 과달라하라국제공항은 제법 월드컵 분위기가 났다. 짐을 찾는 컨베이어 벨트 옆에 설치된 광고판에는 멕시코 선수가 등장하는 광고가 나왔다. 멕시코 축구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공항 직원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입국장을 빠져나왔을 때는 벽에 걸린 멕시코 간판 공격수 라울 히메네스(풀럼)의 미소가 한국 취재진을 맞아줬다. 한 택시업체 직원은 한참을 한국과 멕시코의 월드컵 맞대결에 대해 이야기했다. 양국은 19일 과달라하라의 에스타디오 과르디올라에서 조별리그 2차전을 펼친다.
하지만 공항에서 출발해 태극전사들이 월드컵 기간에 묵는 숙소인 더 웨스틴 과달라하라까지 총 1시간을 이동하면서 월드컵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과달라하라에 거주하는 축구팬 챔버스가 말한대로 "월드컵을 홍보하는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 흥미도는 제로"였다. 이따금 건물 벽에 '우리는 26'이라고 적힌 알록달록한 색깔의 홍보 이미지가 걸려있을 뿐이다.
대한민국이 12일 체코, 19일 멕시코와 맞대결할 '운명의 장소' 에스타디오 과달라하라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한국과 체코의 조별리그 1차전 맞대결을 채 일주일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여전히 경기장 주변엔 '뚝딱'거리는 공사 소리가 울려퍼졌다. 경기장 외부 주차장은 여전히 자갈밭이었고, 경기장 인근에도 도로에 페인트칠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하루이틀 사이에 '짠' 하고 달라질 가능성도 있지만, 월드컵까지 남은 기간을 고려할 때 지나치게 여유를 부리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개최국 멕시코가 1차전 남아프리카공화국전을 멕시코시티에서 치르는 점도 과달라하라이 썰렁한 분위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는 국가가 나서서 에스타디오 아즈테카에서 열리는 공식 개막전 준비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경기장 위로 드론쇼까지 펼칠 예정이다. 같은 이유로 19일 멕시코와의 2차전을 앞두고는 과달라하라가 멕시코의 1억3190만 국민의 관심을 받는 도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선수단을 태운 전세기는 이날 공항에 도착했다. 태극잔사를 태운 배힝기가 활주로에 내리는 순간, 멕시코 전통 음악 '마리아치'가 울려퍼졌다. 파블로 레무스 나바로 할리스코 주지사는 대한민국의 보라색 원정유니폼을 입은 채 나타나 선수단에게 멕시코 전통모자인 솜브레로를 선물했다. 주장 손흥민은 "이곳에 오니 월드컵인게 실감난다"라고 말했다. 대표팀 숙소 앞에서도 500여명의 교민, 멕시코 시민들의 환대를 받으며 '우리는 대한민국'이라고 적힌 입구를 지나쳤다. 과달라하라는 월드컵 개막을 6일 남기고 전반적으로 썰렁한 분위기지만, 어쨌거나 대한민국의 월드컵은 코앞으로 다가왔다.
과달라하라(멕시코)=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