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홍명보 대한민국 월드컵대표팀 감독이 옳았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12일 오전 11시(이하 한국시각)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의 에스타디오 과달라하라에서 열린 체코와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2대1로 이겼다. 짜릿한 대역전승이었다.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상대를 몰아붙였지만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후반 14분 라디슬라프 크레이치(울버햄튼)에게 선제골을 허용하며 흔들렸다. 포기는 없었다. 한국은 후반 22분 황인범(페예노르트)의 동점골이 나왔다. 기세를 올린 한국은 '캡틴' 손흥민(LA FC) 대신 투입된 오현규(베식타시)의 결승골로 환하게 웃었다.
한국은 이날 경기 '키 포인트' 중 하나였던 고지대 변수에서 완벽하게 이겼다. 이날 경기가 펼쳐진 과달라하라는 해발 1566m에 위치해 있다. 고지대에서는 근육으로 전달되는 산소가 줄어 왕복 스프린트 반복 능력이 떨어지고 회복도 더디다. 송준섭 박사(강남제이에스병원 대표원장)는 "고지대 적응의 가장 큰 관건은 시간이다. 2주~4주 정도면 고지대에 적응이 된다고 본다. 그 시간 동안 체력을 극대화하고 훈련·경기 능력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적응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홍명보호는 고지대 적응을 위해 집중했다. 사전캠프를 미국 솔트레이크시티(해발 1460m)에 차린 뒤 훈련에 몰두해왔다.
체코는 달랐다. 체코는 유럽 플레이오프(PO)를 거쳐 북중미행 '막차'를 탔다. 지난 4월에야 비로소 월드컵 진출을 확정했기 때문에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베이스캠프 역시 유럽 PO 승자 몫으로 사전에 배정돼 있던 미국 댈러스를 사용하게 됐다. 고지대 적응과는 거리가 먼 곳이었다. 경기 전까지만 해도 선수들은 일부 자신감을 드러냈다. 로빈 흐라냐치(호펜하임)는 "우리는 준비가 돼 있다. 훈련 프로그램에서 활용한 특별한 방법이 있다"며 "멕시코 특유의 고지대와 기온은 우리에게 어려울 수 있지만, 최선을 다해 적응하고 경기에 임할 것"이라고 했다.
뚜껑을 열었다. 한국과 체코 선수들의 체력 그래프는 180도 달랐다. 한국은 경기 막판까지 체력을 유지하며 환상적인 역전승을 완성했다. 반면, 체코 선수들은 후반 중반에 접어들어 뛰는 양이 부쩍 줄어든 것으로 보였다.
경기 뒤 홍 감독은 "전체적인 90분 놓고 보면, 분명한 플랜을 가지고 있었다. 선수 교체와 체력적인 문제, 우리가 상황이 0-1 지고 있다거나, 이기고 있다거나, 그런 부분에 대해 준비는 잘 되어 있었다. 선수들이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해줬다"며 "고지대는 결과적으론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체코 선수들이 후반전에 체력 떨어지는 걸 눈으로 확인했다. 우리 선수들은 그 시간대에 체력적으로 더 상대를 몰아치고 공격적으로 플레이했다. 고지대 훈련이 큰 성과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돌아봤다.
홍 감독의 전략에 전 세계가 환호했다. 클린턴 모리슨 영국 BBC 패널은 "(손흥민을 빼고, 오현규를 투입한)결정이 당시에 옳은 결정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현규가 승리를 이끌며 옳은 결정이 됐다. 이래서 주요 대회에서 감독을 맡는 사람들이 거액의 연봉을 받는 것이다. 한국은 이번 승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얼마나 값진 3점인지 잘 알고 있다. 이번 승리는 남은 대회 기간 동안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한국은 19일 오전 10시 같은 장소에서 '홈팀' 멕시코와 격돌한다. 멕시코 역시 남아공과의 개막전에서 2대0으로 승리했다. 이날 경기는 사실상 'A조 1위 결정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