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승이었다. 만리장성을 통쾌하게 무너뜨렸다. 중국을 2대0으로 누른 힘은 K리그에 있었다.
우선 선수들 대부분이 K리그가 만들어 낸 작품이었다. 중국전 베스트11 가운데 7명이 K리그 유스 출신이었다. '라인브레이커' 김승대(포항)는 포항에서 나고 자랐다. 포철동초와 포철중, 포철고를 나온 포항맨이다. 이종호(전남) 역시 광양제철중과 광양제철고를 나왔다. 자신을 키워준 전남에서 주전으로 뛰고 있다. 허리에서 든든하게 밸런스를 잡아준 권창훈(수원) 역시 수원 유스팀이 공들여 만든 작품이다. 임창우와 김승규는 울산 유스를 거쳐 울산에서 뛰고 있다. 상주에서 군복무중인 이정협은 부산 유스 출신이다. 수원에서 뛰는 홍 철 역시 성남 유스팀이 만들어냈다.
선수 각각의 플레이 역시 K리그에서 자주 볼 수 있다. 1골-1도움을 기록한 김승대(포항)는 '라인브레이커'라 불린다. K리그에서 김승대는 절묘한 침투로 상대 수비 라인을 무너뜨린다. 중국전 골도 순간적으로 수비 라인을 무너뜨린 '라인브레이커' 본능 덕분이었다. 김승대는 "내가 하고 싶은 플레이를 추구하는 편"이라며 "라인에서 많이 움직이는 역할을 추구한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2골의 시발점이 된 이재성(전북)은 소속팀에서 보여준 그 모습 그대로다. 전북의 이재성은 만능키다. 미드필더 어디에 배치되더라도 상대 공격을 끊는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빠른 전진패스나 돌파로 역습의 발판을 놓는다. 중국전때도 마찬가지였다. 중국의 공격을 차단했다. 인터셉트한 뒤 라인을 무너뜨리고 들어가는 김승대를 향해 절묘한 패스를 찔러줬다. 모두 골로 연결됐다.
이종호의 활발한 움직임과 날카로운 슈팅 역시 전남에서 보여준 그대로였다.
K리그 소속으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경험도 큰 도움이 됐다. 이재성은 중국전 승리 원인으로 "ACL을 통해 중국 선수들과 경기를 한 것이 도움이 됐다"고 털어놨다. 김승대 역시 중국 선수들에 대해서는 "중국대표팀 경기는 많이 안봤지만 ACL에서 중국팀과 많이 붙어봤다. 좋은 결과도 있었고 내 장점을 이어가려고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다. 중국 축구는 계속 발전 중이다.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 중국 프로축구팀들은 외국인 명장과 스타 선수들을 영입하고 있다. 한국에 완패한 뒤 '대표팀 발전 방안'에도 더 투자하겠다는 분위기다. 물론 돈을 쏟아붓는다고 해서 한국과 중국 대표팀의 수준차가 쉽게 뒤집히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수준차를 더욱 빠르게 줄일 수 있다.
한국이 이번 동아시안컵에서 완승을 거뒀다고 해서 방심하면 안된다. 조금이라도 자만하고 안주한다면 중국은 한국의 턱밑까지 따라붙을 것이다. K리그 유소년 육성책을 강화해 좋은 선수를 계속 배출해야 한다. 동시에 K리그의 매력을 높여 투자가 이어질 수 있도록 합심해야 한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