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에서 국민연금의 역할론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연금이 대기업 10곳 중 6곳의 오너일가보다 지분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지분율이 높다는 것은 3월 열리는 기업의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에 중요한 키를 쥐고 있는 것과 같다. 임원 선임 등 주요 그룹 경영전략까지 쥐락펴락 하는 게 가능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지난해부터 기업의 주주총회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국민연금이 재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어 역할론이 강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국민연금이 주식을 보유한 13개 상장사 모두 대주주 일가보다 국민연금 지분율이 높았다.
제일기획과 호텔신라는 국민연금이 11.3%와 10.4%로 두 자릿수 지분을 보유한데 반해, 대주주 일가는 보유 주식이 전혀 없었다. 현대차그룹은 국민연금 투자 계열사 9곳 중 주력 계열사인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를 포함한 6곳(67%)에서 국민연금 지분율이 대주주 일가를 앞섰다.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을 비롯해 정의선 부회장, 정성이 이노션 고문, 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 등 대주주 일가가 5.2% 지분을 보유했지만, 국민연금은 7.0%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도 국민연금 지분율이 8.0%로 정 회장(7.0%)보다 높았다. 기아자동차도 국민연금 지분율은 6.7%, 정 부회장은 1.7%에 불과했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 중에 있는 한진그룹은 국민연금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3곳 중 한진칼을 제외한 나머지 두 곳, 즉 대한항공과 한국공항에서 대주주 일가보다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형제가 경영권 경쟁을 벌이며 대량의 지분을 보유한 롯데쇼핑과 롯데칠성음료를 제외한 롯데케미칼, 롯데하이마트, 롯데푸드 등 5곳 중 3곳(60%)에서 국민연금 지분율이 대주주 일가보다 높았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