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표만 바꿔 단 KT '시즌'?…자체 콘텐츠 미흡·수익성 개선도 문제

기사입력 2019-12-13 08:06


KT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Over The Top) 서비스 '시즌(Seezn)'을 출시했다. 이동통신 3사 중 가장 늦게 출시된 만큼 업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경쟁사 OTT 서비스에서 지적된 단점들을 보완해 콘텐츠 공룡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됐다.

그러나 서비스 출시 이후 반응은 좋지 않다. 일부 이용자들 사이에선 KT의 '올레tv 모바일'과 별다른 차이점이 없어 '이름표만 바꿔 단 것이 아니냐'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출시 당시 iOS 기반 스마트 폰에서는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았고, 지속적인 업데이트 오류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무엇보다 OTT시장의 경쟁력으로 꼽히는 오리지널(자체 제작) 콘텐츠 관련 로드맵은 전무한 상태다. 업계 안팎에서는 KT가 물리적인 가입자 확보를 위해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프로모션 제공에만 급급한 것 같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요란한 잔치에 먹을 것 없다…이름표만 바꿔 단 '시즌'

KT는 지난달 28일 OTT서비스 '시즌'을 출시했다. 서비스 출시 당시 5G와 인공지능(AI)기술을 바탕으로 모바일 환경에서 영상 콘텐츠를 보다 실감나고 편하게 즐기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KT는 시즌의 강점으로 다양한 콘텐츠와 인공지능 활용 등을 꼽았다. 국내 OTT 중 유일하게 지상파 3사와 CJ ENM 계열 케이블 콘텐츠를 제공하고, AI 기술을 활용해 국내 최초로 감정 분석에 기반한 콘텐츠 추천 서비스 '내 감정을 읽는 스캐너 검색'을 도입했다는 것이다. 내 감정을 읽는 스캐너 검색은 사용자의 얼굴 표정을 읽고 기쁨, 슬픔, 화남 등 기분에 맞는 최적의 콘텐츠를 추천하는 기능이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한 OTT 시장에서 KT의 시즌이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출시 초기부터 이용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서비스 출시 당시 iOS 기반 스마트폰을 지원하지 못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앱스토어 승인이 채 이뤄지기 전에 서비스를 출시, 애플의 아이폰 이용자들은 한동안 시즌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했다. 이용자들은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출시에 나선 것은 납득이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즌은 지난 10일부터 iOS 기반 스마트폰에 서비스를 제공을 시작했다. 서비스 출시 12일 만이다.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 사용자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마시멜로(6.0)'미만 버전에서 올레tv모바일 서비스를 이용해오던 이용자들은 시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KT는 올레tv모바일을 시즌으로 리뉴얼하면서 '마시멜로(6.0)'이상 버전부터 설치 및 업데이트를 지원한다. 시즌의 감정분석 기능 사용을 위한 카메라 접근권한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용방법에 대한 불만도 있다. 시즌을 이용하기 위해선 이용권 구매가 필수다. 요금제 간 콘텐츠 양의 차이는 있지만 실시간으로 지상파를 비롯해 TV 채널(JTBC, CJ ENM)의 이용이 가능하다. 다만 유료 콘텐츠인 VOD를 시청하기 위해선 방송사 별 별도의 이용권 구매가 필요하다. VOD 서비스 이용을 위해선 두번의 결제가 필요한 것. 특히 2020년 6월까지 서비스 출시 프로모션으로 제공하는 유료 결제 결제 포인트가 사라질 경우 이용자의 금전적 부담도 증가할 수 있다.

KT는 "프로모션 기간 동안에는 총 2만2000원 상당의 포인트를 제공하지만 이후 제공 여부는 아직까지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특히 넷플릭스, 웨이브(wavve) 등과 달리 시즌은 단일 아이디를 기반으로 한다. 한 명의 사용자만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며 동시접속이 불가능하다. 시즌은 모바일 전용 서비스로, 웹 사이트에서 이용 또한 불가능하기 때문에 N개의 기기에서 한 콘텐츠를 '연속적으로' 즐길 수 있는 N스크린 시청이 가능한 다른 OTT보다 시청 환경에 제약이 존재하는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시즌보다 먼저 출시된 OTT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던 점을 미루어 볼 때, KT도 OTT 서비스 출시의 어려움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이용자들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 제공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서비스 출시에만 급급했던 것 아니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열심히 제휴만?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적극 나서야

시즌의 가장 큰 단점으로는 콘텐츠가 꼽힌다. 국내 OTT 중 유일하게 지상파 3사와 CJENM 계열 케이블 콘텐츠를 모두 공급하고 있지만 오리지널 콘텐츠는 사실 미흡하다.

최근 OTT 시장은 기존 방송 콘텐츠보다 오리지널 콘텐츠 위주로 재편중인 점을 감안하면 트렌드를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OTT 서비스사인 넷플릭스는 CJ ENM, JTBC 등과 장기 계약에 나서며 콘텐츠 확보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드라마 전문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은 오는 2020년부터 3년간 오리지널 드라마를 포함, 21편 이상을 넷플릭스에 공급하기로 계약했다. JTBC 역시 내년 상반기부터 3년간 드라마 20여 편을 넷플릭스에 공급할 예정이다.

디즈니사의 OTT 서비스 '디즈니+' 역시 해외 출시 직후 가입자를 끌어 모으며 인기를 모으고 있다. 디즈니가 발표한 상용화 국가에 한국은 아직 포함되지 않았지만 최근 이동통신사 등이 지속적인 물밑 접촉을 벌이고 있다. 한국 공식 출범 이전 서비스 이용 가능성이 예측되기도 한다.

웨이브도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려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웨이브는 "2023년까지 3000여억원을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KT는 향후 콘텐츠 투자 규모와 전략에 대해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힌 사항이 없다. 구체적인 수익 모델도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단순한 콘텐츠 제휴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KT는 중국 차이나모바일과 디스커버리와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향후 서비스 영역을 다각화할 계획이라고 밝혀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OTT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를 위한 투자가 필수적"이라며 "지금처럼 제휴를 통해 콘텐츠를 확보하는 데에만 집중을 하게 되면 당장은 편할 수 있다. 그러나 향후 수익의 상당부분을 제휴사에 넘겨줘야 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경영에 상당히 압박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출범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수익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무리한 혜택을 제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KT는 시즌 출시를 기념해 내년 상반기까지 '믹스'형 요금제 가입 고객들에게 월정액 콘텐츠팩 1만1000원권과 VOD 1만1000원권을 각각 제공한다. 유저들은 최고 요금제에 가입해도 시즌 내에서 2만2000원에 해당하는 혜택을 더 누릴 수 있다.

이는 KT가 출시 초기 우선적으로 가입자 확보를 위해 일시적으로 진행하는 프로모션이다. 하지만 향후 수익성 개선이 매우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존재한다.

KT는 "후발 주자로 시장에 뛰어든 만큼 모객 차원에서 일부 손해를 보는 상황을 감수하겠다"면서 "적자 폭이 커지면 고객 사용성에 대해 고민하고 이후 가입자에 대한 요금 폭 조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당분간은 사용자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며 수익성은 차차 나아질 것이라 기대한다"고 답했다.

업계 관계자는 "스스로 이통 3사 중 'OTT 꼴찌'라고 자평한 만큼 충분한 시간과 공을 들여 OTT 서비스를 내놓는 것이 더 좋았을 것"이라면서 "지금이라도 장기적인 수익 모델 확보와 적극적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등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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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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