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사상 첫 9억원을 돌파했다.
중위가격이란 주택 매매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시 중간에 위치한 가격을 의미한다. 전체 주택 가격 가운데 정중앙 가격만을 따지기 때문에 가구 수로 가중평균만 구하는 평균가격보다 시세 흐름 판단에 적합하다는 평이 많다.
현 정부 출범 초기인 2017년 5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6억635만원이었다. 8개월 뒤인 2018년 1월 중위가격은 7억500만원, 다시 8개월 뒤인 2018년 9월에는 8억2975만원으로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다.
2019년 12월 8억9751만원으로 9억원 언저리까지 다다른 중위가격 오름세에 정부는 초강력 규제인 12·16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고가주택 기준'이란 심리적 저지선인 9억원 선마저 뚫리게 됐다.
즉, 현 정부 출범 이후 2년 8개월간 서울 집값 안정을 목표로 4차례의 종합 부동산 대책을 포함, 총 18번의 크고 작은 정책들이 연이어 발표됐지만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유동성 장세와 저금리 장기화 속에서 50.4%나 상승한 것이다. 금액으로 따지면 3억581만원에 달한다.
지난달 15억원을 초과하는 초고가 주택에 대한 대출 중단, 종합부동산세 강화 등 강력 부동산 규제책으로 초고가 주택의 상승세는 꺾였으나 풍선효과로 9억원 이하 중저가 주택은 호가가 뛰는 등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중위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이면서 향후 고가주택 기준 현실화를 둘러싼 논란은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고가주택으로 분류되는 '실거래가 9억원'은 정부 규제 적용 여부를 가르는 중요한 판단 기준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경우 실거래가 9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축소되고, 해당 주택을 보유하거나 매수하는 전세 세입자의 전세대출은 금지·회수된다. 분양가 9억원 초과 아파트는 중도금 대출 또한 받지 못한다.
업계 전문가는 "중위가격이 지난 10년간 2배 가까이 올랐는데, 고가주택 기준은 손대지 않으면서 서울 아파트 절반 가까이가 고가주택으로 분류돼 정부의 정부 규제 대상이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고가주택의 취지에 맞게 기준도 12억원, 13억원 이상으로 상향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는 "고가주택 세금 강화는 조세 정의 차원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의견이 많지만 전체 주택의 몇 퍼센트를 고가주택으로 정하고 규제의 대상으로 삼을 것인지는 정부가 앞으로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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