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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그룹, 허연수 부회장이 심상치 않다! 허태수 회장과의 '투톱 체제' 공고화...오너 4세간 경쟁도 치열

이정혁 기자

기사입력 2020-12-02 08:04


GS그룹에 새로운 변화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발표된 GS리테일과 GS홈쇼핑의 합병을 비롯해 포스트 코로나와 디지털 시대를 대비한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한 것.

그동안 GS그룹은 전통산업으로 분류되는 정유·화학, 발전 등을 통해 매출을 올려 왔다. 하지만 2020년 1분기 정유 부문에서만 약 1조원에 이르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달라진 시대 변화에 발 맞추지 못하면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런 만큼 GS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새로운 성장동력의 발굴은 필수적이다. 이는 오너 일가의 공통 과제인 동시에 그룹 내 지배력 확보 경쟁의 또 다른 모습이 될 전망이다.

최근 진행된 통합법인 GS리테일의 탄생은 과감한 외부인사 도입과 각종 M&A를 성사시키며 그룹 변화를 주도해온 허태수 회장에 이어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의 영향력이 새로이 입증된 결과물로 평가받는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GS그룹이 한동안 '허태수-허연수'의 투톱 체제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여기에 최근 몇 년 사이 경영일선에 '전진배치'된 오너 일가 4세들의 모습도 주목해 봐야 한다.

여러 세대간 이어진 GS그룹의 가족경영 체계가 향후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 지에 경제계의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다.

▶리테일-홈쇼핑 합병, 허연수 부회장의 입지에 어떤 변화 몰고올까?


지난 11월 10일 GS리테일과 GS홈쇼핑은 이사회를 열고 합병 결정을 내렸다. 이번 합병으로 GS그룹은 자산 9조원, 연간 취급액 15조원, 하루 거래 600만건 규모의 초대형 유통 기업을 소유하게 됐다. 존속법인은 GS리테일이며 GS홈쇼핑은 소멸 절차를 밟는다. 합병 비율은 1대 4.22, GS홈쇼핑 1주당 GS리테일 신주 4.22주가 배정될 예정이다.

양사는 이번 합병 배경을 두고 "유통업계 지형도가 급변하는 시대 흐름에 맞춰 물류와 고객, 채널 통합으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편의점 중심의 오프라인 유통에 강한 GS리테일과 온라인·모바일 커머스 경쟁력을 보유한 GS홈쇼핑을 합한 통합 전략으로 오는 2025년까지 매출 2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번 합병의 의미는 단순히 사업적 측면으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GS홈쇼핑 대표 이사 출신인 허태수 GS그룹 회장의 품에서 벗어났던 GS홈쇼핑이 다시금 오너일가의 직접 경영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이번 합병에는 강한 '조직 개편 의지'를 보인 허태수 회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합병법인을 이끌게 될 인물은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이다. 허 부회장은 이번 합병을 두고 "두 회사는 밸류 넘버원이란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너일가의 계열사 직접 경영 여부는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아직까지 계열분리를 논하기 이른 시점으로 평가되는 GS그룹은 지주사인 주식회사 GS를 중심으로 주요 계열사들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형태다. 그룹 특유의 가족경영 철학 탓에 ㈜GS 지분 50%를 오너일가 소속 약 50명이 고르게 나눠 가지고 있는 것. 단일 최대주주인 허용수 GS에너지 사장의 지분은 5.26%에 불과하며,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 지분 역시 4.75%에 그친다.

그동안 GS그룹 내 유통사업은 고 허만정 GS그룹 창업주의 4남인 고 허신구 GS리테일 명예회장이 이끌어 왔다.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은 그의 차남이다. GS홈쇼핑은 고 허준구 회장의 5남인 허태수 GS그룹 회장이 직접 키워냈다.

GS홈쇼핑이 GS리테일에 흡수합병되는 모습을 두고 업계는 허태수 회장이 경영해오던 홈쇼핑 사업을 사촌인 허연수 부회장이 넘겨받는다는 의미 아니겠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여기에는 장자 승계 원칙이란 강력한 유교문화가 자리잡고 있는 GS그룹에서 허태수 회장 슬하에 외동딸인 정현 씨만을 두었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라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또한 업계는 이번 합병이 GS그룹 오너 일가 간 지배력 확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두고 여러 해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허창수 GS그룹 초대 회장에서 허태수 현 GS그룹 회장으로 이어진 오너가 3세대 간 수장교체 이후 3세들의 그룹 내 영향력 차이는 미미하다 평가됐지만, 이번 합병으로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의 입지가 한층 탄탄해질 것이란 전망이 새롭게 부상했다.

지난해 GS25의 편의점업계 1위 수성에 혁혁한 공을 세운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은 올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지난 3월 GS리테일 주주총회에서 "업태를 초월한 초격차 우위 확보를 위한 경영 혁신이 필요한 만큼 모든 유통구조를 강화해 운영효율을 극대화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이번 합병이 초격차를 위한 토대 마련의 첫 움직임이라 보여진다.

업계 관계자는 "허연수 부회장의 리더십은 이미 GS리테일 내에서 검증된 지 오래"라면서 "허태수 회장과 함께 GS그룹 내 투톱 체제가 공고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너 3세들의 무한 경쟁, 결국 계열사별 실적에 달렸다!

GS그룹과 계열사의 지분은 약 50명에 해당하는 오너 일가가 일정하게 나눠 가지고 있다. 경영 참여 역시 동등하게 이뤄진다. 하지만 최근 3세에서 4세로 이어지는 세대교체가 본격적으로 시작됨에 따라 긴 시간동안 이어진 가족경영 체계가 무탈하게 이어질지를 두고 설왕설래하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들은 GS그룹 특수관계인 약 50여명의 정리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경영권 분쟁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오너일가 4세들이 계열사별 우두머리로 올라서고 있는 만큼 집안별 사업 배분을 통해 새어나올지 모를 잡음을 사전에 방지하는 편이 좋다는 분석이다.

오너 일가의 그룹내 영향력은 결국 자신이 맡은 계열사가 얼마나 좋은 실적을 거두냐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다. 허연수 부회장이 이번 합병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만큼 향후 계열사간 실적 경쟁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GS그룹은 크게 건설과 유통, 정유로 나뉜다.

고 허만정 회장의 3남인 허준구 회장 일가가 지주사와 건설사를, 장남인 허정구 회장 일가가 정유업과 삼양통상을, 4남인 허신구 회장과 5남 허완구 회장 일가가 코스모그룹과 승산을 지배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그룹 매출에서 정유, 건설, 유통·무역업이 각각 20~35% 비중을, 가스전력업이 약 10%의 비중을 차지해 비교적 고른 분포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2019년 이후 그룹 합산 매출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2020년 1분기에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전체적인 사업부문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특히 허동수 명예회장의 아들 허세홍 대표가 이끄는 GS칼텍스 등 정유부문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해 그룹 합산 실적에 큰 영향을 미쳤다.

GS칼텍스는 한 해 매출 30조원 이상, 영업이익 2조원 이상을 꾸준히 책임져 왔다. 하지만 올해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GS칼텍스는 올해 1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1조318억원의 대규모 영업손실을, 2분기에는 1333억원의 영업적자를 각각 기록했다.

이와 달리 허창수 회장이 이끄는 GS건설은 서서히 몸집을 키우는 모양새다. 2018년 매출 13조원을 달성해 그룹 전체 매출의 27%를 차지한 GS건설은 같은 해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 그룹 전체 영업이익인 2조7150억원의 40%를 차지하기도 했다.

결국 GS그룹 내 기여도를 따져 볼 때 건설업 비중이 높아진 반면, 정유업은 다소 축소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

송수범·조원무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정유부문의 경우 2020년 대규모 영업손실 발생 등으로 차입규모가 큰 폭으로 늘어 그룹 전반의 재부무담 증가로 연결됐다. 향후 GS칼텍스의 영업 및 재무실적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면서 "이와 달리 GS건설이 진행중인 주택사업의 질적 구성은 아직까지 양호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한편 유통·무역부문의 GS리테일과 홈쇼핑은 합병으로 외형이 확대되며 거대 유통기업으로 탈바꿈했고 이커머스 등 신사업 진출에 한걸음 더 다가서게 됐다. 한국기업평가는 이번 흡수합병이 GS리테일 신용도에 긍정적 요인을 내재한다고 분석하고 편의점 중심 사업에서 온라인 등으로의 채널 다각화와 물류센터 확보를 통한 전국적 물류망 확충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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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들, 그룹 지분 매입과 경영 성과 입증에 무한 경쟁 중

이러한 가운데 GS그룹의 오너 일가 4세들은 자신들의 경영 체제 가속화를 위해 그룹 지분을 점차 늘려가고 있다.

오너가 4세들의 지분 매입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지속돼 왔다. 허정구 일가의 허준홍 삼양통상 사장(2.13%→2.69%), 허세홍 GS칼텍스 사장(1.54%→2.37%), 허서홍 GS에너지 전무(1.62%→2.04%)는 각각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1월 6일까지 꾸준히 GS그룹 지분을 매입하고 있다.

지분 확보와 함께 각자의 자리 찾기에도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GS그룹의 장손인 허준홍 현 삼양통상 사장은 올해 초 GS칼텍스 부사장에서 삼양통상 대표직으로 자리를 옮겼다. GS글로벌 사장이던 허세홍은 2019년 GS칼텍스 사장직에 올라섰으며, 허윤홍 GS건설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허서홍 GS에너지 전무는 지난 9월 GS그룹 비등기 임원으로 신규 선임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허서홍 전무의 지주사 편입은 오너가 4세들에 대한 경영평가의 일환으로 보여진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도 4세들 사이에서 계열사를 교차해 가며 경영성과를 입증하려는 시도가 계속될 것"이라면서 "동시에 지주사 GS 지분에 대한 정리 작업 역시 차츰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최근 그룹 내 매출 견인을 톡톡히 한 GS건설의 허윤홍 사장은 건설사 지분을 계속해서 늘려가고 있는 모습이다.

재계 관계자는 "GS그룹 4세인 허준홍, 허세홍, 허윤홍, 허서홍은 모두 경영 전면에 나서 번갈아가며 그룹을 이끄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른 분석도 있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오너가 3, 4세의 경우 계열사가 무한대로 늘어난 만큼 결속력이 약화될 수 있고,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내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범위가 강화되며 GS그룹을 타깃으로 삼은 만큼 그룹 차원 지배구조에 변화를 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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