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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을 건 한 판 전쟁이다. 오는 14일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연인들은 핑크빛 가득한 무드를 연출하고 있지만, 호텔가엔 긴장감이 넘쳐난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대규모 파티나 특별 세리머니가 어려워지면서, '시즌 케이크'에 대한 관심은 더욱 뜨거워졌다. 실제로 지난 연말 크리스마스 한정판은 예년 대비 2~3배의 매출을 올리면서, 호텔업계에 모처럼 활기를 불어넣기도 했다.
시즌 케이크의 최종 승자가 되기 위해 각 호텔은 각각 강력한 승부수를 던질 수 밖에 없다. 이에 '케이크 명가'로 소문난 그랜드하얏트서울(이하 그랜드하얏트), 웨스틴조선서울(이하 웨스틴조선), 서울신라호텔(이하 서울신라), 콘래드서울(이하 콘래드)의 밸런타인데이 시즌 케이크를 '전격 해부'해 봤다. 평가에는 본지 경제산업팀 이정혁, 조민정 기자, 영상콘텐츠팀 송정헌 기자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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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얼(디자인·패키징):어나더 레벨 '서울신라' - 과유불급 '그랜드하얏트'
밸런타인데이 케이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단연 디자인이다.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 대표 SNS 채널인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한 첫 인상으로 2030세대 연인을 사로잡을 수 있어야 한다.
압도적 1위는 서울신라의 '터치 오브 로즈'. 장미꽃을 모티프로 로맨틱한 기념일 분위기를 재현해냈다. 올해로 6년째 매년 2월에 선보이는 서울신라의 터치 오브 로즈는 장미꽃잎이 케이크 위에 사뿐히 내려 앉은 듯한 모양. 상자를 여는 순간, '역시 호텔케이크 답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장미 모양을 구현하기 위해 스패출러로 하나하나 수작업, 공을 들인 제품 답다. 페일핑크에 가까운 전체 톤도 아주 고급스럽다. 단 잘랐을 때 단면 사진은 만족스럽지 못할 수도 있다. '신라 블렌디드 티'를 우려낸 노란빛 시트가 연분홍빛의 겉 크림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신라호텔이 우아함을 한껏 강조했다면 콘래드의 '루비 초콜릿 무스'는 상당히 과감하다. 지난 크리스마스 시즌에도 톡톡 튀는 비주얼로 찬사를 받았던 콘래드는 '디자인 명가'답게 이번에도 승부수를 던졌다. 평범한 원형의 케이크 대신, 하트 모양을 택한 것. 여기에 하트 위에 또 다른 하트 모양의 초콜릿 장식, 그 위에는 금박까지 얹어 '극강의 비주얼'을 구현해냈다. 평가단은 평소 이색적인 도전을 즐기는 젊은 연인들의 기념일 케이크로 안성맞춤이라는 평을 내놨다.
웨스틴조선의 '러브 이즈 케이크'는 붉은 사탕의 하트 무늬가 돋보였다. 큰 장미꽃 장식으로 밸런타인데이의 무르익은 분위기를 한껏 표현해냈다. 다만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기본에 충실해 특별한 그 무엇을 기대하는 연인들에게는 아쉬울 수도 있다.
그랜드하얏트의 '레드 로즈 케이크'는 진분홍 크림과 붉은 꽃잎 장식이 특징. 진한 핑크빛이 사진 촬영엔 유리할 수 있으나, 실제로는 과해보인다는 평. 럭셔리해 보이기보다 지나치게 '힘을 줬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다만 풍성한 장미 꽃다발을 선물받는 것과 같은 비주얼을 갖고 있어 꽃다발을 별도로 준비하는 수고를 덜어 준다.
한편 패키징과 관련, 평가단의 시선을 가장 많이 끌어당긴 곳은 레드와 블랙 컬러를 사용해 고급스러움을 더한 서울신라였다. 케이크 상자 내에 보냉팩과 이를 위한 별도의 공간이 있었고, 케이크의 밝은 색상을 돋보이게 만드는 어두운 받침대 컬러의 대비가 돋보인다는 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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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부문에서 압도적인 점수를 받은 곳은 웨스틴조선이다. 진한 초코 시트와 부드러운 마스카포네 치즈 풍미를 느낄 수 있는 크림의 밸런스가 아주 고급스럽다는 평이다. 특히 초코 시트는 아무리 칭찬을 해줘도 부족할 정도. 지나치게 달지도 않으면서도, 우아한 초콜릿 맛이 한참동안 입안에 맴돈다.
비주얼 부문에서 호평을 자아냈던 서울신라의 터치 오브 로즈는 맛에서는 이렇다 할 특색을 찾아볼 수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신 신라 블렌디드 티의 뒷맛이 고급스럽고, 달지 않아 남녀노소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콘래드는 '케이크=크림'이라는 고정관념을 파괴, 시트 사이에 리치 로즈 퓨레와 블루베리를 넣어 '상큼한 반전'을 주었다는 평을 받았다. 디자인에서부터 지속된 기존 케이크의 틀을 과감히 벗어난 시도가 맛 부문에서도 이어진다는 의견이다. 콘래드 관계자는 "크런치한 식감과 대비되는 상큼한 케이크 맛으로 부드럽고 달콤한 연인들의 로맨틱한 순간을 기념하기에 적당하다"고 설명했다.
그랜드하얏트의 '레드 로즈 케이크'는 겉면과 동일한 컬러의 시트와 크림이 케이크 단면에서도 그대로 이어져 다른 반전이나 특별함을 기대했던 이들에게 아쉬움을 남긴다는 평이 이어졌다. 시트보다 크림의 양이 더 많게 느껴져 평소 디저트를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면 느끼하게 느낄 수도 있다는 일부 의견도 존재했다. 또 케이크 속 과일 양이 다소 적어 아쉽다는 의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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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가격 제안'을 해봤다. 실제 가격을 공개하지 않은 상태에서 평가단에게 '얼마면 기꺼이 지갑을 열까'를 일일이 물어본 것. 평가단 대부분은 실제 케이크 가격보다 예상 가격을 높게 책정해 '모처럼 분위기 내는 용으로는 만족스럽다'고 뜻을 모았다.
이중 그랜드하얏트의 경우, 취향에 따라 평이 갈릴 수는 있으나 케이크 겉면을 장미꽃 모양으로 뒤덮어 화려함을 강조한 점에 있어서 '가성비 1위'로 꼽혔다. 평가단 대부분 8만원대를 제안했는데, 실제 가격은 5만원. 식용 꽃과 핑크빛 초콜릿 구슬 장식 등도 '호텔 케이크 먹는 맛'을 살렸다. '연인에게 장미 꽃다발을 선물하는 느낌'을 살리려고 한 호텔 측 의도에 충실한 제품다웠다. 큰 마음 먹고 지갑을 열려면 이왕지사, 사이즈도 크고 화려한 장식이 좋다는 이들에게 특히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신라 또한 평가단 모두 실제(6만7000원)보다 높은 8~9만원대를 제시했다.
단 콘래드의 경우, 다른 호텔 제품들과 비교해 확연히 작은 사이즈로 인해 가격(5만원)이 과하게 책정된 것 아니냐는 평도 있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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