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카셰어링 업체 쏘카(SOCAR)가 이달 초 발생한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 용의자의 정보를 경찰에 제때 제공하지 않아 논란을 빚고 있다.
▶경찰 정보제공 요청에도 "개인정보 문제·담당자 부재중" 언급하며 늑장 대응한 쏘카
그런데 해당 용의자 검거 과정에서 쏘카는 경찰 측의 정보제공 요청을 '개인정보'를 이유로 거절했고, 수색영장을 발부받은 경찰의 2차 정보제공 요청에도 "담당자가 부재중"이라며 용의자 정보를 즉각 제공하지 않아 문제가 됐다.
피해 아동 부모는 "성폭행 피해가 사건이 일어난 6일 오후 8시쯤 발생했는데, 경찰은 이보다 1시간 30분 앞선 오후 6시 30분경 쏘카에 정보제공 요청을 했었다"면서 "쏘카 측이 제때 용의자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청와대 청원 게시판을 통해서도 억울함을 호소했다. 12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피해 아동 어머니라고 밝힌 청원인이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이라는 글을 게재한 것이다.
글에서 청원인은 "쏘카 측에 총 8번, 40분이 넘는 통화를 하며 부탁했지만 개인 정보 때문에 (성폭행 사건 용의자 정보를) 알려줄 수 없다는 대답만 들었다"며 울분을 토했다.
쏘카의 내부 규정을 살펴보면 '영장이 없더라도 위급 상황의 경우 공문을 받으면 경찰에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지침이 마련돼 있었지만, 실제 사건에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것이다.
논란이 거세지자 쏘카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과문에서 박재욱 쏘카 대표는 "수사기관이 범죄 수사를 위해 쏘카 이용자 정보 요청을 하게 되면 피해자 보호를 위해 내부 매뉴얼에 따라 협조를 해야 했지만,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신속하게 수사에 협조하지 못했다"면서 "조사 과정에서 밝혀진 잘못을 명백히 규명하고 회사의 책임에 대한 조치와 함께 고객센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재교육을 즉시 시행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사과문은 쏘카 웹페이지에서는 확인이 어려웠고, 스마트폰 앱 내 공지사항을 직접 누르지 않고는 볼 수 없어 일부 네티즌들로부터 질타를 받기도 했다.
또 사과문에서 밝힌 고객센터 직원들의 재교육 관련, 구체적인 일정과 긴급상황 대응 매뉴얼 마련에 대한 질문에 쏘카는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경찰 첫 정보제공 요청받은 담당자, 쏘카 아닌 아웃소싱 업체 직원…나경원·노웅래 "엄중 처벌" 한목소리
여기에 경찰 측의 첫 정보제공 요청을 받은 담당자는 쏘카가 외주를 맡긴 아웃소싱 업체 직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본사의 사건 인지 시점이 다소 늦어졌을 것으로 비칠 수 있는 대목. 때문에 일각에서는 '본사가 아닌 외주 직원의 긴급 상황에 대한 판단 및 대응 미숙이 이번 사태를 한층 키운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쏘카 관계자는 "경찰의 정보제공 요청을 최초로 받은 담당자는 아웃소싱 업체 직원이 맞다"고 인정했다. 다만 이번 사건에 대한 본사 측 인지 시점을 묻는 질의에 대해서는 "현재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별도의 답변을 드리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쏘카의 미흡한 시스템과 부재한 매뉴얼 탓에 불거진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오랜 기간 쏘카를 이용해 온 충성도 높은 이용자들은 "쏘카의 시스템 미흡은 고질적인 문제였다"고 이야기한다.
일부 이용자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쏘카 차량에 제공되는 블랙박스의 작동 여부를 회원 스스로가 확인할 수 없으며, 블랙박스 설치 이유로 '이용자의 차량도난이나 사고 미신고 대비를 위한 차원'이라는 의아스러운 답변을 들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쏘카는 "블랙박스 작동 여부는 통신을 비롯한 최소 주 단위 정기점검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면서 "통신 환경 또는 기기 문제 발생 경우를 대비해 더 나은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편 온라인 상에서는 이번 논란을 기점으로 이용자들이 과거 쏘카를 이용하며 겪은 다양한 불편 경험담을 공유하면서 이용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나아가 탈퇴 인증 사진을 게재하는 운동까지 전개되는 양상이다.
국회에서도 쏘카를 향한 날 선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은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 용의자의 정보 제공을 거부한 쏘카는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쏘카는 공식 사과를 했지만, 과연 이것이 사과로 끝낼 수 있는 일인지 의문"이라면서 "피해 아동과 그 부모에게 뒤늦은 사과는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어 "쏘카처럼 내부 매뉴얼이 있었음에도 불구, 이를 준수하지 않았을 경우 경영진과 법인 자체에 대한 강력한 불이익을 주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쏘카에 대해 "윤리의식 없이 돈만 밝히는 전형적 반 인권기업의 행태"라는 지적을 한 바 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쏘카는 이전에도 '타다' 서비스를 운영하며 드라이버들에 대한 범죄경력 조회를 하지 않아 승객들에 대한 성희롱 사태가 벌어졌고 지난해에는 1만2000명에 달하는 드라이버들을 문자로 해고해 아직도 소송 중에 있는 등 비윤리적 행보를 거듭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스타트업 기업들이 상생과 공존을 추구한다고 하지만, 정작 현실은 쏘카와 같이 사업성을 이유로 기본적 인권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기술력만을 앞세우고 정작 윤리의식이 결여된 기업들에 '혁신'이라는 수식어를 달아주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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