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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불붙인 '비건 열풍'…먹고 입고 바른다

김소형 기자

기사입력 2021-10-27 14:41 | 최종수정 2021-10-31 11:23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비건' 라이프스타일이 확산되고 있다. 스타벅스 목동 7단지점에서 비건 메뉴인 '플랜트 햄&루꼴라 샌드위치'와 '콜드브루 오트라떼' 등을 즐기고 있는 20대 여성들.
 목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직장인 이상미씨(31)는 지난해 여름부터 '비건(Vegan)' 생활을 하고 있다. 최근 집과 회사 근처에 샐러드 및 비건 샌드위치 전문점들이 속속 생기면서 메뉴 선택폭이 넓어졌다. 카페에서도 우유 대신 오트밀크(귀리우유)를 넣은 라떼를 마신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채소·두부·대체육 간편식을 구입하고. 간식은 비건 베이커리에서 '쇼핑'한다. 비건 화장품은 물론, 비건 의류·신발·가방도 속속 출시돼 '위시리스트'가 늘었다.

코로나19 이후 건강은 물론 환경 및 동물복지 문제에 관심이 높아진 MZ세대를 중심으로 채식 인구가 늘고 있다. 한국채식협회에 따르면, 2008년 15만명이던 국내 채식인구는 2018년 150만명으로 10년만에 약 10배 증가한 것으로 추산됐다. 올해는 250만명 정도로 증가가 예상된다. 이중 절반가량은 MZ세대로 보고 있다. 육류·생선·달걀·우유를 먹지 않는 엄격한 채식을 지키는 비건은 50만명 정도로 추산되고, 역시 증가세다. '비건'은 식음료 뿐 아니라 입고 바르는, 생활 전반에 적용되며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 17일 부산 부곡동 아우디 전시장에서 열린 전기차 이트론(e-tron) 시승행사에서 행사 관계자가 방문고객에게 신세계푸드의 대체육 '베러미트'로 만든 샌드위치를 전달하고 있다. 신세계푸드와 아우디는 함께 대체육과 전기차의 장점인 탄소절감 효과를 알리기 위해 11월말까지 전국 아우디 전시장에서 대체육 '베러미트'로 만든 샌드위치 2000여개를 제공한다.  사진제공=신세계푸드
▶대체육 '미래 먹거리'로 각광…식물성 우유·비건 베이커리 ↑

비건 식단의 대표적 기대 효과는 성인병 예방이다. 포화지방산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비만 및 심혈관 질환 예방에 도움을 준다. 또한 체내 알레르기 반응과 염증을 줄여줘 아토피와 관절염 등의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다만 영양 불균형에 대한 우려는 남아있다. 최근 학교급식 채식 부분 도입을 두고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동물성 식품에 들어있는 비타민 B12, 칼슘 등이 대표적 결핍 우려 영양소다. 필수 아미노산 적정량 섭취가 쉽지 않은 단백질 또한 예외는 아니다.

이 때문에 채소, 콩, 견과류 등에서 추출한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대체육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오는 2040년 대체육 비중이 전 세계 육류 시장의 60% 이상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미래 먹거리'로서의 성장 가능성 때문에, 국내에서도 롯데, 신세계, 동원, 농심, CJ, 한화, SK 등 많은 기업들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 2019년 국내에서 가장 먼저 대체육 브랜드 '엔네이처 제로미트'를 론칭한 롯데푸드는 베지 너겟·까스에 이어 함박 2종을 선보이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농심은 지난 1월 비건 브랜드 '베지가든'을 론칭하고 식물성 대체육 사업을 본격화했다. 동원 F&B는 미국의 '비욘드미트'를 독점 수입·판매하고 있다. 지난 7월 '배러미트' 브랜드를 선보인 신세계푸드는 돼지고기 대체육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샌드위치용 햄 콜드컷(Cold Cut)을 활용해 출시한 스타벅스의 '플랜트 햄&루꼴라 샌드위치'가 일 평균 2000여개씩 팔리며 3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20만개를 돌파했다"면서 "호텔, 자동차, 패션, IT 등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소비자들의 대체육 경험 늘리기에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비건 증가와 함께 두유는 물론 아몬드와 귀리 등 '대체 우유'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특히 우유 소화가 잘 안되는 '유당불내증' 인구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특성상, 식물성 우유 판매는 꾸준히 늘고 있다. 매일유업 아몬드 브리즈의 경우 연간 성장률이 30~40%에 달한다. 지난달 일부 음료에 귀리로 만든 '오트 밀크' 옵션을 적용한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관련 음료 판매량이 25일 만에 20만잔을 돌파했다.


우유·버터·달걀 없이 식물성 재료로만 만드는 비건 빵 수요도 늘어나는 추세다. G마켓에 따르면, 올 1분기 판매된 비건푸드(주문 상품 수량 기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 늘었는데, 비건 빵의 경우 전년 대비 1150% 급증했다.


 ◇인간과 동물의 교감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한 LF 아떼의 '땡큐 아떼 캠페인'. 사진제공=LF
▶동물성 소재 뿐 아니라 동물실험도 반대…뷰티·패션에도 비건 열풍

화장품과 의류, 신발 가방 등에도 비건 트렌드가 눈에 띤다.

특히 뷰티업계에서는 동물 성분을 쓰지 않고 동물실험을 배제한 비건이 '대세'다. G마켓에서 집계한 올해 3분기까지 비건 화장품 판매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8배에 육박한다.

업계에서는 단순히 제품을 출시하는데 그치지 않고 MZ세대가 집중하는 '가치 소비'에 보폭을 맞추고 있다.

LG생활건강이 최근 인수한 미국의 비건 헤어케어 브랜드 '알틱 폭스'는 이익의 15%를 동물학대 방지에 기부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LF는 프리미엄 비건 뷰티 브랜드 '아떼'의 캠페인 엠버서더로 3D 가상 고양이를 선정하고, 제조 과정 뿐만 아니라 마케팅에서도 동물의 희생이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비건 라인을 잇달아 출시 중인 다른 뷰티 브랜드들도 공병 수거 및 리필, 친환경 포장재 개발 등 제품 외적인 부분까지 세심히 챙기고 있다.

패션업계에서는 사과 껍질·선인장·버섯 등으로 만든 비건 가죽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15일 열린 2022 S/S 서울패션위크에서도 친환경 소재는 단연 화제였다. 특히 피날레를 장식한 국내 첫 비건 패션 브랜드 '비건타이거' 영상은 유튜브 조회수 13만회를 넘어설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비건은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의 의미로 일상 전반에 스며들고 있다"면서, "비건이 MZ세대의 주요 소비 트렌드로 떠오른 '미닝아웃(소비를 통해 신념을 표현)'의 대표 격으로 떠오른 만큼, 업계에서는 비건 인구 뿐 아니라 건강을 챙기는 일반 소비자까지 아우르는 마케팅을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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