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암환자들이 실질적인 의료비 부담이 없더라도, 비용에 대한 심리적 부담으로 인해 극심한 불안을 겪는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암정복추진기획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된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 대상 727명 중 26%가 의료비에 대한 걱정과 불안, 스트레스와 같은 심리적 재정독성 상태에 놓여 있다고 답했다. 12%는 실제 가계상의 어려움으로 물질적 재정독성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54세로, 가계에서 수입과 지출 모두 가장 많을 때 암이란 예기치 못한 변수를 맞았다. 충격이 더 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같은 불안은 연구팀이 암 생존자 모두에게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얼마나 느끼는지, 삶의 목적이나 희망에 대한 상실감은 어떤지 등을 물었을 때 더 극명하게 나타났다. 이는 모두 삶을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들로 암치료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다.
삶의 목적과 희망을 잃었다고 답한 사람들의 비율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실제 물질적 어려움은 없지만 심리적 재정독성이 있다고 답한 사람들은 삶의 목적과 희망을 잃었다고 답한 비율이 그렇지 않은 사람의 각각 1.9배, 2.5배로 나타났다.
조주희 교수는 "암이라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만났을 때 갑작스러운 의료비 부담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미래를 계획하고 준비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면서, "암 진단 초기부터 암 치료에 필요한 재정 지출계획에 대해 의료진과 상담하고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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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재정독성이 더 '아프게' 다가오는 이유는 암이 우리 삶과 가까이 있고, 직간접적으로 자주 경험할 수 있는 질병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가 발표한 2019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19년 신규 발생한 암환자 수는 25만4718명으로, 2018년(24만5874명) 대비 8844명(3.6%) 증가했다. 2015년 이후 신규 암 환자 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또한 우리나라 국민이 기대수명(83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7.9%였으며, 남자(80세)는 5명 중 2명(39.9%), 여자(87세)는 3명 중 1명(35.8%)에서 암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됐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사망원인 집계에서 암이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환자들의 우려를 키우는 지점이다.
암 치료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막대하다.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영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6~2020) 암으로 진료받은 전체 환자 수는 794만7206명으로 진료비는 총 37조2895억원에 이른다.
지난달 국립암센터가 발표한 전국 성인 남녀 2000명 대상 '2021년 암에 대한 인식도 조사 결과'에서도 전체 응답자의 33%가 암 발병 시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치료비 부담'이라고 답했다. 2위인 '죽음에 대한 두려움(17.6%)'의 2배 가까이 되는 수치다.
이같은 부담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한 경우 정부 지원제도 등을 찾아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암 환자가 중증환자로 등록하면 5년간 암 치료에 따른 본인부담 의료비를 요양급여비용의 5% 수준으로 경감받는 '중증환자 산정특례제도'가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소득수준에 따라 저소득층 암환자 대상 의료비 지원사업, 재난적 의료비 지원 사업, 긴급복지 의료지원 대상자 선정을 타진해 볼 수도 있다.
한편 심리적 지원이 필요한 경우에는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에서도 부담금 경감을 받을 수 있는 '암환자 산정특례', 암 생존자와 가족에게 정서적 지원을 제공하는 '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 심리지지 프로그램', '국가암정보센터 암생존자 온라인 자가평가' 등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권고된다.
의료계는 암환자들은 죽음에 대한 공포와 주변 걱정 및 치료 스트레스와 부작용 등으로 극심한 불안을 겪기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가 필요한 사람이 적지 않지만 실제 진료로 이어지는 경우는 소수라고 지적한다. 실제 지난해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인재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암환자는 많지만 실제 심리지원 제도 이용 사례는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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