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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코-코-코차 명승부, 삼관마 탄생…5월의 명승부

기사입력 2025-05-30 06:01


완연한 봄 기운을 넘어 여름으로 향하고 있는 2025년. 힘차게 주로를 달리는 경주마들의 승부도 한껏 달아오른 모양새다. 5월에도 숱한 명승부가 펼쳐지면서 경마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경마]코-코-코차 명승부, 삼관마 탄생…5월의 명승부
◇사진제공=한국마사회

[경마]코-코-코차 명승부, 삼관마 탄생…5월의 명승부
◇사진제공=한국마사회
무림 고수들이 만들어낸 코-코-코차 혈투

문화재청이 혈통과 종 보존을 위해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제주마는 예로부터 장수를 태우고 전쟁터를 누비거나 농경, 수레 끌기 등 강인한 체력과 척박한 환경도 이겨내는 면역력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한국전쟁 당시 미군부대에서 활약하며 탄약 등의 물자는 물론 부상병을 실어 나르는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 미 대통령 표창을 받고 해병대 하사로 은퇴한 명마 '레클리스' 또한 제주마 출신이다.

전통적으로 경마에 출전하는 경주마는 17세기 영국에서 유래한 더러브렛종만을 활용한다. 하지만 위치한 렛츠런파크 제주에서는 제주마 보호 및 육성을 목적으로 오로지 제주마로만 경마를 시행한다. 발굽에서 등성마루까지의 높이를 재는 체고가 더러브렛은 1m60~1m70인데 비해, 제주마는 1m20~1m30 정도이기 때문에 경주 장면을 보면 다소 올망졸망 하지만 그들 나름대로는 숨막히는 한판 승부를 펼친다.

그 치열함을 여실히 보여준 경주가 지난 10일 펼쳐진 제주 4경주다. '탐라후예', '무림태자', '천지여왕' 그리고 '원평천하'까지. 무림고수를 연상케 하는 화려한 이름을 지닌 제주마들이 박빙의 접전을 펼친 가운데 4두가 코-코-코차로 들어오는 진기한 장면이 연출됐다. 1위는 단승 배당률 43.4배의 다크호스이자 9세의 노익장 '탐라후예'가 차지했다.


[경마]코-코-코차 명승부, 삼관마 탄생…5월의 명승부
◇사진제공=한국마사회
'빈체로카발로', 韓 경마 최초 스프린터시리즈 삼관 달성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 속 아리아 '네순 도르마'의 마지막 가사인 '빈체로'는 이탈리아어로 '승리'를 의미한다. 말이라는 뜻을 가진 '카발로'와 더해지며 승리하는 말이라는 웅장한 마명을 지니게 된 서울경마장 소속의 '빈체로카발로'(한국, 수, 4세, 밤색, 마주 김인규, 조교사 서인석). 김인규 마주가 공들여 지은 이름에 걸맞게 역대 최초로 스프린터 시리즈 삼관을 달성한 '빈체로카발로'는 3월 부산일보배, 4월 SBS 스포츠 스프린트를 연거푸 제패한 후 대망의 마지막 관문인 서울마주협회장배까지 우승하며 단거리 최강자로 등극했다.

경주마의 일반적인 출전주기가 약 4~5주인 것을 감안할 때 대상경주에 3연속 출전하는 것 자체가 강행군을 소화해 내는 체력과 지구력을 증명해 보이는 일이다. 게다가 삼관을 달성한다는 것은 적수가 없는 경지에 이르렀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비교적 저렴한 3000만원이라는 가격에 낙찰 되었던 작은 체구의 경주마는 마주 김인규씨로부터 '빈체로카발로'라는 이름을 얻은 후 33조 서인석 조교사의 트레이닝과 보살핌 속에서 성장을 거듭했고 올해 드디어 응축해온 잠재력을 터트리며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오랜 기간 함께 해 온 조재로 기수와의 찰떡궁합도 즐거운 관전 포인트. 어느덧 2400전을 넘게 치른 11년차 베테랑 기수지만 "삼관의 마지막 관문인 서울마주협회장배 경주 전날만큼은 밤잠에 쉽게 들지 못할 정도로 긴장했다"고 밝혔지만 환상적인 호흡으로 중압감을 이겨내고 당당히 삼관의 영예를 안았다. "내가 이 말(빈체로카발로)을 감당할 수 있을까 고민한 적도 있다"는 조 기수는 "말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특히 어느 한순간조차 의심하지 않고 말을 믿고 경주를 전개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며 겸손한 소회를 밝힌 바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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