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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걷기와 달리기를 즐기는 '러너족'이 급증하면서 러닝은 국민 생활스포츠로 자리잡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국내 러닝 인구는 2022년 기준 약 883만 명에 달하며, 이는 전체 국민의 약 17%에 해당한다. 건강을 위해 시작한 러닝이지만, 준비 없이 시작하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사실은 간과되기 쉽다.
◇반복적인 충격, '조용한 부상' 고관절 유발
러닝은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운동이지만, 반복적인 충격과 잘못된 자세는 관절에 예상보다 큰 부담을 준다. 대부분 발목이나 무릎 부상에만 주목하지만, 신체 중심에서 상체와 하체를 연결하고 체중을 지탱하는 고관절 역시 큰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러닝 시 고관절에는 체중의 수 배에 달하는 하중이 전해지고, 이 충격이 누적되면 염증, 연골 손상, 골절 등 다양한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골반과 주변 근육의 불균형, 다리 길이 차이, 잘못된 착지 습관은 고관절에 비정상적인 압력을 가해 부상 가능성을 높인다.
◇러너들이 주의해야 할 대표 고관절 질환 3가지
러닝으로 인한 고관절 부상 중 가장 흔한 질환은 고관절 점액낭염이다. 주로 엉덩이 바깥쪽에 위치한 점액낭이 반복적인 마찰과 압박으로 염증을 일으키며, 계단 오르기나 옆으로 누울 때 통증이 심해지는 특징이 있다. 또 다른 질환은 고관절 스트레스 골절로, 과도한 주행 거리나 갑작스러운 운동량 증가에 따라 뼈에 미세한 금이 가는 질환이다. 초기에는 단순 근육통처럼 느껴져 방치하기 쉽지만, 적절한 치료 없이 계속 달릴 경우 골절이 진행될 수 있다. 더 심각한 경우는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로, 고관절에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뼈가 괴사하는 질환이다. 운동 시 사타구니 깊은 부위에 통증이 나타나며, 진행되면 보행에도 영향을 미치고 인공관절 치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이러한 고관절 질환의 치료는 대부분 초기에는 보존적 방법으로 접근한다. 약물치료와 물리치료, 휴식을 병행하면서 염증을 가라앉히고 관절의 부담을 줄인다. 점액낭염이나 스트레스 골절의 경우 조기에 발견하면 비교적 빠른 회복이 가능하지만, 통증이 지속되거나 증상이 심해지면 영상진단(MRI, CT 등)을 통한 정밀 평가와 함께 스테로이드 주사나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특히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처럼 구조적 손상이 진행된 경우에는 조기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가 예후를 좌우하므로, 고관절 통증을 단순한 근육통으로 넘기지 말고 반드시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고관절 통증 시 운동 여부 판단법
러닝 중 고관절에 통증이 생기면 운동을 계속해도 되는지, 휴식을 취해야 하는지 헷갈릴 때가 많다. 보통 통증의 위치, 강도, 지속 시간에 따라 운동 여부를 구분할 수 있지만 해당 부분은 전문의의 판단을 들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움직일 때 통증이 생기지만 휴식하면 사라지는 경우라면, 가벼운 스트레칭과 운동 강도 조절로 관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통증이 점차 심해지거나, 운동을 하지 않아도 통증이 지속되며, 일상생활까지 불편하다면 운동을 중단하고 병원을 찾아 전문의의 상담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고관절은 한번 망가지면 회복이 쉽지 않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양쪽 고관절 통증이 아니라 한쪽에 국한되어 반복된다면 더 심각한 원인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조기 진단과 함께 일시적인 운동 중단은 부상을 막고 운동을 오래 즐길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된다.
◇'러너스 다이'를 피하는 올바른 러닝 습관
고관절 부상은 대부분 잘못된 러닝 습관에서 시작된다. 무리한 주행 거리, 갑작스러운 강도 증가, 잘못된 자세, 불균형한 근육 상태는 고관절에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주며 손상의 원인이 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준비 운동과 스트레칭, 개인 체력에 맞는 운동 강도 조절 등 본인에게 맞는 운동 계획과 실행이 중요하다. 또한 러닝 전에는 고관절 주변 근육을 충분히 이완시키고, 러닝 후에는 냉찜질과 회복을 위한 스트레칭을 병행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특히 신발 선택도 중요한 요소다. 충격 흡수가 잘 되는 쿠션화를 사용하고, 노면이 고르지 않거나 경사가 심한 장소는 피하는 것이 좋다.
김상민 교수는 "러닝 중 고관절 통증이 느껴진다면 무리하게 달리지 말고 즉시 운동을 중단하고 경과를 관찰해야 한다. 반복되는 통증이나 불편함은 단순 근육통이 아닌 고관절 질환의 초기 신호일 수 있으므로, 방치하지 말고 정형외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러너스 하이'를 지키는 첫걸음이다"고 강조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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