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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러닝이 대세인데…" 달리다 무너진 고관절, 대표 질환 '3가지'

장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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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6-06 09:16


"요즘 러닝이 대세인데…" 달리다 무너진 고관절, 대표 질환 '3가지'
자료사진 출처=픽사베이

[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걷기와 달리기를 즐기는 '러너족'이 급증하면서 러닝은 국민 생활스포츠로 자리잡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국내 러닝 인구는 2022년 기준 약 883만 명에 달하며, 이는 전체 국민의 약 17%에 해당한다. 건강을 위해 시작한 러닝이지만, 준비 없이 시작하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사실은 간과되기 쉽다.

러닝과 관련해 흔히 발목이나 무릎 부상에 대한 경각심은 높지만, 고관절 또한 반복된 충격으로 손상될 수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특히 고관절은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적어 조용히 무너질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러닝의 즐거움은 '러너스 하이(Runner's High)'가 아닌 '러너스 다이(Runner's Die)'로 전락할 수 있다.

실제로 장거리 러닝을 즐기던 러너가 고관절 점액낭염 진단을 받고 장기간 운동을 중단하거나, 무리한 러닝으로 인해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가 진행돼 인공관절 수술까지 받은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이제는 '운동도 처방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고관절 건강을 지키기 위한 사전 점검과 올바른 러닝 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정형외과 김상민 교수의 도움말로 러닝 후 발생할 수 있는 고관절 질환에 대해 정리했다.

◇반복적인 충격, '조용한 부상' 고관절 유발

러닝은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운동이지만, 반복적인 충격과 잘못된 자세는 관절에 예상보다 큰 부담을 준다. 대부분 발목이나 무릎 부상에만 주목하지만, 신체 중심에서 상체와 하체를 연결하고 체중을 지탱하는 고관절 역시 큰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러닝 시 고관절에는 체중의 수 배에 달하는 하중이 전해지고, 이 충격이 누적되면 염증, 연골 손상, 골절 등 다양한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골반과 주변 근육의 불균형, 다리 길이 차이, 잘못된 착지 습관은 고관절에 비정상적인 압력을 가해 부상 가능성을 높인다.

문제는 고관절이 '조용한 부상'의 부위라는 점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깊은 구조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손상이 발생해도 초기에는 허리나 엉덩이 통증으로 착각하기 쉽고, 자각 증상도 늦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통증을 방치하면 미세한 염증이 점차 진행되어 연골이 닳고, 심하면 뼈에 괴사가 생기기도 한다. 고관절은 한 번 손상되면 회복에 긴 시간이 필요하거나 수술까지 이어질 수 있는 부위이기 때문에, 러닝 중 이상 징후가 느껴질 경우 빠른 진단과 조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러너들이 주의해야 할 대표 고관절 질환 3가지

러닝으로 인한 고관절 부상 중 가장 흔한 질환은 고관절 점액낭염이다. 주로 엉덩이 바깥쪽에 위치한 점액낭이 반복적인 마찰과 압박으로 염증을 일으키며, 계단 오르기나 옆으로 누울 때 통증이 심해지는 특징이 있다. 또 다른 질환은 고관절 스트레스 골절로, 과도한 주행 거리나 갑작스러운 운동량 증가에 따라 뼈에 미세한 금이 가는 질환이다. 초기에는 단순 근육통처럼 느껴져 방치하기 쉽지만, 적절한 치료 없이 계속 달릴 경우 골절이 진행될 수 있다. 더 심각한 경우는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로, 고관절에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뼈가 괴사하는 질환이다. 운동 시 사타구니 깊은 부위에 통증이 나타나며, 진행되면 보행에도 영향을 미치고 인공관절 치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이러한 고관절 질환의 치료는 대부분 초기에는 보존적 방법으로 접근한다. 약물치료와 물리치료, 휴식을 병행하면서 염증을 가라앉히고 관절의 부담을 줄인다. 점액낭염이나 스트레스 골절의 경우 조기에 발견하면 비교적 빠른 회복이 가능하지만, 통증이 지속되거나 증상이 심해지면 영상진단(MRI, CT 등)을 통한 정밀 평가와 함께 스테로이드 주사나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특히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처럼 구조적 손상이 진행된 경우에는 조기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가 예후를 좌우하므로, 고관절 통증을 단순한 근육통으로 넘기지 말고 반드시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고관절 통증 시 운동 여부 판단법


러닝 중 고관절에 통증이 생기면 운동을 계속해도 되는지, 휴식을 취해야 하는지 헷갈릴 때가 많다. 보통 통증의 위치, 강도, 지속 시간에 따라 운동 여부를 구분할 수 있지만 해당 부분은 전문의의 판단을 들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움직일 때 통증이 생기지만 휴식하면 사라지는 경우라면, 가벼운 스트레칭과 운동 강도 조절로 관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통증이 점차 심해지거나, 운동을 하지 않아도 통증이 지속되며, 일상생활까지 불편하다면 운동을 중단하고 병원을 찾아 전문의의 상담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고관절은 한번 망가지면 회복이 쉽지 않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양쪽 고관절 통증이 아니라 한쪽에 국한되어 반복된다면 더 심각한 원인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조기 진단과 함께 일시적인 운동 중단은 부상을 막고 운동을 오래 즐길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된다.

◇'러너스 다이'를 피하는 올바른 러닝 습관

고관절 부상은 대부분 잘못된 러닝 습관에서 시작된다. 무리한 주행 거리, 갑작스러운 강도 증가, 잘못된 자세, 불균형한 근육 상태는 고관절에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주며 손상의 원인이 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준비 운동과 스트레칭, 개인 체력에 맞는 운동 강도 조절 등 본인에게 맞는 운동 계획과 실행이 중요하다. 또한 러닝 전에는 고관절 주변 근육을 충분히 이완시키고, 러닝 후에는 냉찜질과 회복을 위한 스트레칭을 병행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특히 신발 선택도 중요한 요소다. 충격 흡수가 잘 되는 쿠션화를 사용하고, 노면이 고르지 않거나 경사가 심한 장소는 피하는 것이 좋다.

김상민 교수는 "러닝 중 고관절 통증이 느껴진다면 무리하게 달리지 말고 즉시 운동을 중단하고 경과를 관찰해야 한다. 반복되는 통증이나 불편함은 단순 근육통이 아닌 고관절 질환의 초기 신호일 수 있으므로, 방치하지 말고 정형외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러너스 하이'를 지키는 첫걸음이다"고 강조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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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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