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GPS 부착해 이동경로 제공…'랜선 반려동물'로 애착
"저희 애는 스웨덴에서 돌아다녀요. 바다를 깨끗하게 만들어줄게." (엑스 이용자 '3_3***')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수백·수천㎞ 떨어진 '랜선 반려동물'의 근황을 공유하는 게시글이 줄을 잇고 있다. 미국 사회적 기업 '팔로'(Fahlo)에서 팔찌를 구매한 이들이 올리는 글이다.
팔로는 팔찌 구매자와 자연 속 멸종위기동물 한 개체를 매칭시켜 이들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는 이색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약 2만3천원짜리 팔찌를 구매하면 각 동물을 보호·구조하는 비영리단체에 기부하는 셈이 된다.
'랜선 반려동물'은 코끼리·펭귄·사자·기린·코알라 등 17가지 멸종위기 동물 중 선택할 수 있다.
팔찌 구매자들은 직접 후원할 개체의 이름, 나이, 스토리를 알아가며 이동 경로를 볼 수 있다. 비영리단체가 보호 목적으로 동물에 부착한 위치정보시스템(GPS) 및 위성 태그를 이용해 해당 동물의 위치정보가 전송된다.
마치 반려동물을 입양한 것과 같이 연결성을 느낄 수 있어 이용자들은 매칭된 동물의 이름을 부르거나 '저희 아이'라고 칭하는 등 애정을 갖는 모습이다. 한동안 움직임이 없으면 걱정하기도 한다.
북극곰 '보비'와 코끼리 '지프'를 후원한다는 네이버 이용자 'hnm***'은 "뭔가를 찾아다니는지 부지런히 몇십킬로 돌아다니는 애들을 보면 '갓생'(God·生) 사는 것 같고 짠하기도 하다"며 "어떨 때는 정착하기로 했는지 한 지점에서 며칠이 찍히기도 한다"고 썼다.
그러면서 "삶이 무료할 때면 광활한 자연을 누빌 보비와 지프를 생각하며 나의 영혼도 잠시 여행을 떠난다"고 덧붙였다.
네이버 이용자 'fla***'은 자신과 매칭된 향유고래 '비온'을 소개하며 "무더운 여름날 드넓은 바다를 자유롭게 헤엄치는 비온이를 생각하며 대리만족해야겠다"고 남겼고, 또 다른 이용자 'cec***'는 고래상어 '유카'를 후원한다며 "지금 남미 쿠바 근처에서 잘 놀고 있다"고 적었다.
동물마다 각기 다른 모양의 이동 경로를 보이는 것도 재미 요소다.
예컨대 북극곰은 육지와 바다를 자유롭게 오가며 넓은 범위를 활동 무대로 삼지만, 코알라는 한 그루의 나무에 오랜 시간 머무르며 비교적 제한된 공간 안에서 생활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미국의 엑스 이용자 'rob***'은 "북극곰이 허드슨만 인근의 얼어붙은 바다 위에서 겨울을 났다"고 했고, 스레드 이용자 'ren***'은 "팔로를 통해 '미아'라는 귀상어를 입양했다. 이 상어는 얼마 전에 캐롤라이나에서 플로리다로 이사를 했다"고 남겼다.
독일의 스레드 이용자 'nik***'은 "벌써 잭(상어)이 어부들에게 잡히거나 저인망에 걸릴까 걱정된다"고 썼고, 또 다른 이용자 'go***'은 "내가 추적하고 있는 상어 두 마리가 살고 있던 지역을 떠났다. 허리케인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번 돈을 지불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후원하는 동물에 대해 알아가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게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기부 효능감도 더 높다"고 부연했다.
두 마리의 동물과 매칭된 서모(32) 씨도 "제가 이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동안 지구 반대편에서 저와 연결된 동물들도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는 걸 느끼며 힘을 얻는다"며 "이들에게 도움을 줄 방법이 있을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지 생각하게 되고, 새로운 소식을 기다리게 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국제 배송비를 아끼기 위해 팔찌를 공동구매 할 사람을 찾는 글도 쇄도하고 있다. 엑스 이용자 'bob***'은 "팔찌 사고 싶은데 공구가 뭔 티케팅급"이라고 남기기도 했다.
이처럼 최근 동물보호 기부 캠페인은 시민의 직접 참여를 통해 능동적 관심을 일으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지난해 광고회사 제일기획은 세계자연기금(WWF)과 함께 여행플랫폼에 멸종위기 동물의 숙소를 가상 숙소로 등록, 이용자들이 이 숙소를 예약하는 방식으로 재미있게 기부에 참여할 수 있는 캠페인을 기획했다.
등록된 숙소는 까막딱따구리, 반달가슴곰, 수달, 바다거북, 꿀벌 등 멸종위기동물 5종으로, 숙소 이름은 '까막딱따구리의 가평 나무숲 구멍 하우스', '수달의 서울 샛강 갈대숲 하우스' 등 동물이 주인인 점이 드러나도록 이름 붙여졌다.
또 동물자유연대와 토스뱅크는 지난 4∼5월 토스 앱 기부 페이지에 반려동물 사진을 올려 자랑하기만 해도 유기동물 구조에 1원씩 기부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모금 금액은 토스뱅크가 부담하며, 동물자유연대가 위기 동물을 구조하는 데에 사용됐다.
네이버 이용자 'in***'는 반려묘를 자랑해 35원을 후원했다며 "다음에는 사비로 좀 더 기부해야겠다"고 남겼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19일 "반려인들이 자신의 반려동물을 자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위기동물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촉구하기 위해 기획했다"며 "모금액은 약 300만원"이라고 설명했다.
winkite@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