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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의생명과학교실 유승아 교수팀과 창의시스템의학연구센터 연구팀이 바이오기업 지바이오로직스(GBIOLOGICS, 대표 송동호)와 함께 류마티스관절염의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학술지 Molecular Therapy (영향력 지수 IF=12)에 게재되며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널리 쓰이는 치료제들은 면역세포의 과도한 반응이나 염증 신호를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관절 내부에서 활막세포가 계속 공격적인 성질을 유지하기 때문에, 완전한 치료는 쉽지 않다.
연구팀은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single-cell transcriptome analysis) 이라는 첨단 기법을 활용했다. 이는 세포 하나하나의 유전자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들여다보는 방법으로, 병의 근본 원인을 찾는 데 유용하다.
MIF-high FLS는 세포 안의 에너지 발전소라 불리는 미토콘드리아와 단백질을 가공·운반하는 소포체 기능에 이상이 있었다. 이 때문에 과도하게 증식하고, 관절 안에서 이동하며, 뼈와 연골을 파괴하는 주범 역할을 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연구팀은 지바이오로직스가 개발한 재조합 안정화 단백질 갈렉틴-9 (recombinant stablized Galectin-9)을 활용했다. 이 물질은 인체 내 원래 존재하는 단백질을 안정화시킨 형태로, 염증 반응과 세포 간 신호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험에서 갈렉틴-9은 MIF와 그 수용체인 CD74/CD44 경로를 차단했다. 쉽게 말해, 활막세포가 스스로를 활성화하며 공격성을 키우는 '스위치'를 꺼버린 것이다. 그 결과 활막세포의 증식, 이동, 침습이 뚜렷하게 억제되었으며, 관절 파괴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또한 환자 세포를 이식한 SCID 마우스 모델(면역결핍 생쥐)과, 콜라겐 유발 관절염(CIA) 모델에서도 갈렉틴-9은 연골과 뼈 손상을 막고, 관절염 증상을 크게 완화했다. 이는 동물실험 단계에서 이미 치료 효과가 상당히 검증되었음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사용된 대표적 치료제인 엔브렐(Enbrel), 토파시티닙(Tofacitinib) 등은 주로 염증 신호나 면역세포를 억제하는 데 집중해왔다. 하지만 갈렉틴-9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관절염의 핵심 병인이라 할 수 있는 활막세포 자체를 직접 억제한다.
특히 환자가 약물 치료로 임상적 관해(증상이 거의 없는 상태)에 도달하더라도, 활막세포는 여전히 공격성을 유지해 관절 손상을 이어간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유승아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류마티스관절염의 근본적인 원인 세포를 직접 억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향후 임상 연구로 발전시켜 실제 환자 치료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김완욱 교수는 "류마티스관절염은 환자들에게 평생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지만, 활막세포를 표적으로 한 새로운 접근이 제시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며 "이번 연구는 학문적으로도, 환자 치료 전략 측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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