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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에서 '의대 증원'을 추진하면서 부정확한 근거로 구체적 증원 목표치를 설정한 배경에는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일방적인 요구도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에서 가져온 증원안(案)을 보고받을 때마다 윤 전 대통령은 "더 많이"를 요구했고, 그 결과 증원 규모는 애초 500명에서 1천명으로, 다시 2천명으로 증가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의대 증원이 추진된 시발점은 2022년 8월 19일의 복지부 업무보고였다.
윤 전 대통령이 당시 이슈가 됐던 서울아산병원 간호사의 근무 중 뇌출혈 사망 사건의 원인을 묻자 복지부는 "의사 수 절대 부족이 원인이므로 의대 증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윤 전 대통령은 "필요한 만큼 충분히 늘려야 한다"고 발언했다.
그로부터 약 10개월이 지난 2023년 6월 2일, 조규홍 당시 복지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에게 2025년부터 2030년까지 매년 500명씩, 6년간 총 3천명을 늘리는 방안을 보고했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은 "(매년) 1천명 이상은 늘려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한다.
이에 조 장관은 10월 6일 다시 2025∼2027년 각각 1천명씩 늘리고 2028년에는 2천명을 증원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4년간 총 5천명 증원으로 규모를 키운 것이다.
하지만 이를 보고받고도 윤 전 대통령은 "충분히 더 늘려야 한다"고 재차 지시했다.
거듭된 지시에 조 장관은 2035년에 의사 수급 균형을 달성하는 것을 새로운 기준으로 삼기로 하고, 한국보건사회연구원·한국개발연구원(KDI)·서울대 등의 연구를 토대로 부족한 의사 수를 추계했다.
이 과정에서 이관섭 당시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미래가 아니라) 현재 부족한 의사 수도 포함하라"고 요구해 추계 규모가 1만명에서 1만5천명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이후 정책실장이 된 이 수석은 조 장관에게 '2천명 일괄 증원 안'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한다.
결국 조 장관은 같은 해 12월 27일 윤 전 대통령에게 ▲ 단계적 증원안 ▲ 2천명 일괄 증원안 두 가지를 보고했다.
단계적 증원안은 2년간 900명씩 증원한 뒤 2027∼2029년 2천명씩 늘려 총 7천800명을 확충하는 내용이었고, 일괄 증원안은 2025∼2029년 매년 2천명씩 총 1만명을 증원하는 내용이었다.
조 장관은 의료계 반발이 예상된다는 등의 이유로 단계적 증원안을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은 "어차피 의사단체의 반발은 있을 것이고, 2027년 추가 증원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이 다시 초래될 것"이라며 명시적으로 반대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일괄 증원안과 관련해 의사단체의 반발을 줄일 수 있는 방안 등을 더 검토해 보라고 지시했다.
이후 조 장관은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 전략회의에서 일괄 증원안 중 2025년에만 300명을 줄인 1천700명을 증원하고 추후 지역 의대가 신설되는 시기에 맞춰 300명을 추가 증원하자는 절충안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비서실장은 이 자리에서 다시 2천명 일괄 증원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당시 비서실장도 이관섭 실장이었다.
이에 조 장관은 대통령과 대통령실 모두 단계적 증원에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판단해 일괄 증원안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 상정, 심의를 거쳐 2024년 2월 발표했다. 2024년을 뒤흔든 의정 갈등과 의료 대란의 시작이었다.
sncwook@yna.co.kr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