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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다제내성균을 보유한 말기 암환자가 일반 말기 암환자와 비해 호스피스 이용률은 낮고, 상급종합병원에서 임종하는 비율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국내에서 처음 발표됐다.
분석 결과, 전체 환자 중 523명(8.5%)이 다제내성균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이들 환자는 비보유 환자에 비해 호스피스를 이용할 가능성이 크게 낮았다. 입원형 호스피스 이용률은 24.1%로 비보유 환자(37.8%)보다 낮았으며, 가정형 호스피스 이용률 또한 2.7%로 비보유 환자(7.4%)에 비해 낮았다.
특히 말기 암 환자는 질환 자체와 항암치료로 인해 면역력이 저하되고 감염 위험이 증가한다. 이에 따라 잦은 입원치료와 항생제 처방을 반복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다제내성균이 집락할 위험이 높아진다. 다제내성균이 확인되면 접촉주의·격리·반복적 검사 등 강화된 감염관리 조치가 필요해지는데, 이러한 과정은 가족과의 상호작용 제한, 호스피스 전환 지연 등 생애말기의 삶의 질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번 분석이 감염관리 정책과 다제내성균 관리가 말기 환자의 진료 경로와 생애말기 케어의 질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준 첫 연구"라며 말기 암환자의 삶의 궤적을 반영하는 환자 중심적 감염관리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신혜 교수(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교신저자)는 "다제내성균 보유 환자가 원하는 돌봄의 기회가 박탈되지 않기 위해서는 호스피스 이용 제한 요인(격리 시설 및 인력의 부담 등)을 극복하기 위한 체계적 개선방안을 고민해봐야 할 때다. 또한 단순히 균을 박멸하는 치료 목표를 넘어 생애말기 항생제 사용에 대한 의료진-환자-가족 간의 함께 하는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한 교수(이대목동병원 감염관리실장, 1저자)는 "생애말기 돌봄의 질은 '어디서 어떻게 환자와 가족이 원하는 돌봄을 받을 것인가'에 크게 좌우되는 만큼, 다제내성균의 집락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전신적 항생제 사용을 신중히 결정하고, 손 씻기 같은 기본적인 감염관리 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환자 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유럽임상미생물감염학회의 공식학술지인 'Clinical Microbiology and Infection (CMI, 영향력 지수 IF 8.5)' 최근호에 온라인 게재됐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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