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 관광 된 'K-푸드' 미식 투어…수도권 인근 노포의 '정'

기사입력 2026-01-28 15:25


대안 관광 된 'K-푸드' 미식 투어…수도권 인근 노포의 '정'
◇이천의 '장흥회관'은 1982년부터 영업을 하는 식당이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 남의 돈을 빌려 인수한 터라 간판을 새로 달 여유조차 없어, 이전 식당의 간판을 그대로 사용한 이름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진제공=경기관광공사

미식 관광이 대세다. 먹는 게 무슨 관광 콘텐츠가 되겠냐는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불닭시리즈, 김치를 비롯해 다양한 K-푸드는 여행자들 사이에 중요한 관광 콘텐츠가 됐다. 대중 관광을 넘어 대안 관광의 시대에 접어들수록 이런 분위기는 더욱 강하다. 미식 관광의 형태는 다양하다. 잘 정돈된 파인다이닝부터 일반 가정식까지 음식의 종류는 수만 가지에 달한다. K-푸드의 매력이다. 수도권 인근에서 색다른 미식 경험을 할 수 있는 장소를 소개한다. 경기관광공사의 추천을 받아 노포에서 레트로한 감성과 함께 한국인의 정까지 느낄 수 있는 곳을 추렸다.


대안 관광 된 'K-푸드' 미식 투어…수도권 인근 노포의 '정'
◇김포의 쉐프부랑제의 이병재 대표는 군산의 이성당과 마산의 코아양과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빵집들을 거치며 기술과 경험을 쌓았고, 현재 100여 종의 빵을 만들고 있다. 사진제공=경기관광공사
쉽게 떠나는 빵지 순례 '김포 쉐프부랑제'

김포에 있는 '쉐프부랑제'는 아침 8시면 어김없이 문을 여는 빵집이다. 오븐에서는 잘 익은 빵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하고 한쪽에서는 부지런히 반죽을 치대기도 한다. 고소한 빵 냄새가 하루를 깨운다. 쉐프부랑제의 대표는 이병재 씨다. 전북 고창이 고향인 이 대표는 일찍부터 제빵 기술을 배웠다. 군산의 이성당과 마산의 코아양과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빵집들을 거치며 기술과 경험을 쌓아왔다.

쉐프부랑제에서 만들어지는 빵은 100여 종에 달한다. 이중 유독 사랑받는 빵이 있다. 수제 단팥소로 만든 '쌀단팥빵', 얇게 저민 피칸이 가득한 '엘리게이터', 당근 파운드 사이에 크림치즈가 듬뿍 들어간 '당근크림치즈파운드'로 진열대에 오르기 무섭게 팔려나간다. 대표가 제과·제빵 명인인 만큼 맛은 말할 것도 없다. 이제는 두 아들이 가업을 이어받아 그와 함께 반죽을 만진다. 이곳의 빵에는 시간의 맛이 담겨있다.


대안 관광 된 'K-푸드' 미식 투어…수도권 인근 노포의 '정'
◇수원 지동시장 순대·곱창타운 안에 있는 호남순대는 1980년 영업을 시작 40여년의 업력을 자랑한다. 사진제공=경기관광공사
내장의 반란 순대·곱창의 매력 '수원 호남순대'

수원의 역사가 흐르는 팔달문 근처, 지동시장 안에는 지동 순대·곱창타운이 자리하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넓은 시장 전체가 순대와 곱창을 판매하는 개방형 가게들로 가득하다. 이곳에서 '호남순대'는 시장의 터줏대감으로 꼽힌다. 1980년대 중반부터 영업을 시작해 40년의 업력을 자랑한다. 처음에는 순대만 팔다가 순댓국까지 만들어 팔았는데 손님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세월이 흐르며 메뉴도 자연스럽게 늘어 지금은 순대곱창볶음이 가장 많이 찾는 대세 메뉴다. 호남순대는 새벽 4시부터 영업을 시작한다.

24시간 우려낸 사골 육수로 끓인 순대국밥은 잡내도 없고 국물이 진하다. 다른 잡뼈는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돼지뼈만으로 우려냈기 때문이다. 소박한 서민 음식으로 화려하진 않지만, 오랫동안 변함없이 사랑받아 온 이유가 분명한 한 그릇이다. 호남순대의 영원한 대표메뉴다. 순대곱창볶음 역시 빠질 수 없다. 순대와 곱창을 기본으로 부추, 깻잎, 대파, 양배추 등 다양한 채소와 쫄깃한 당면이 듬뿍 들어간다. 식사는 물론이고 술안주로도 최고다. 지동시장의 풍경과 소리 속에서 호남순대는 오늘도 변하지 않는 방식으로 음식을 내놓는다.


대안 관광 된 'K-푸드' 미식 투어…수도권 인근 노포의 '정'
한 장소에서 70년 '파주 덕성원'


경의중앙선 금촌역에서 300여 미터 떨어진 곳, 파주의 대표 전통시장인 금촌통일시장이 있다. 1906년 경의선 금촌역이 생기면서 형성되기 시작했으니 시장 자체가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시장의 북쪽에는 이 역사 못지않은 세월을 버텨온 중화요리 집이 있다. '정성을 담아내는 곳'이라는 의미의 '덕성원'이다. 1954년 처음 문을 열었으니 70여 년 전이다. 세월의 흔적은 가게 안에도 고스란히 남아있다. 벽면에는 몇 장의 흑백사진이 걸려 있는데, 1960년대에 촬영한 옛 덕성원의 모습이다. 현재 덕성원의 주인장인 이덕강 대표는 3대 대표이고 현재는 아들이 주방을 맡고 있다. 덕성원은 이렇게 4대째 가업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렇게 오래도록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가게의 이름처럼 묵묵히 모든 음식에 정성을 담아낸 덕분이다. 해산물은 냉동을 사용하지 않고 채소는 늘 싱싱한 것만 고집한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오랜 시간 불 앞에서 쌓아온 시간이 녹아 있는 음식들이다. 시간이 지나도 맛을 대하는 태도만은 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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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이조칼국수는 35년 간 동네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곳이다. 칼국수를 비롯해 팥칼국수, 팥죽 등도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경기관광공사
삼색면과 팥에 진심 '안산 이조칼국수'

이조칼국수는 안산의 맛집을 말할 때 빠지지 않는 곳이다. 35년 동안 한자리를 지키며 동네 사람들의 식탁을 채워왔다. 칼국수는 면부터 눈길을 끈다

흑미 찰현미, 콩가루, 부추를 각각 섞어 반죽한 삼색면이 사용된다. 해산물로 우려낸 국물은 담백하면서도 감칠맛도 뛰어나디. 핵심 재료인 조개류는 인천 연안부두에서 주 3회 이상 공수해 신선함을 유지한다. 칼국수를 주문하면 가장 먼저 보리밥 한 그릇이 테이블에 놓인다. 약간의 고추장과 무생채를 더해 비비면 식욕을 돋우기에 제격이다. 이조칼국수에는 또 다른 인기 메뉴도 있다. 팥칼국수와 팥죽이다. 좋은 팥을 고르는 것부터 알맞은 농도를 맞추는 과정까지, 손이 많이 가지만 그만큼 맛이 확실하다. 칼국수 못지않게 많이 팔리는 메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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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장흥회관은 1982년 영업을 시작했다. 대표 메뉴는 낙곱전골, 차낙곱전골 등이 있다. 사진제공=경기관광공사
이천에서 즐기는 남도의 맛 '이천 장흥회관'

이천의 '장흥회관'은 1982년부터 영업을 하는 식당이다. '장흥'이라는 상호 덕분에 창업주의 고향이 전라남도 장흥일 거라는 오해도 받지만, 실제로는 전남 무안이다. 8남매의 장남이었던 창업주는 사업에 실패한 후 이천의 장흥회관 앞에서 보따리 장사를 시작했다. 그러다 식당이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고민 끝에 식당을 인수하게 된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 남의 돈을 빌려 인수한 터라 간판을 새로 달 여유조차 없었다. 그렇게 이전 식당의 간판을 그대로 사용한 이름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장흥회관이다.

장흥회관은 전골요리 전문식당이다. 대표메뉴는 낙곱전골로 낙지와 곱창이 어우러진 국물에서 느껴지는 신선한 해물과 육류의 깊은 맛이 일품이다. 또 다른 대표메뉴는 차낙곱전골이다. 차낙곱전골은 2대 운영자인 창업주의 아들이 우연히 개발했다. 영업을 마친 뒤 친구들과 낙곱전골을 끓이다가 재료가 모자라 차돌박이를 대신 넣은게 시작이었다. 기존 재료인 낙지와 곱창에 고소한 차돌박이가 더해져 더욱 풍성한 맛이 난다. 지금은 차낙곱전골을 찾는 손님이 더 많다. 어쩔 수 없는 선택에서 시작된 가게이름부터 우연한 재료 선택으로 완성된 메뉴까지. 장흥회관의 전골 속에는 한 가족의 지난 선택이 함께 끓고 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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