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매물·세금에 25억 이하로 하방 압력받는 서울 초고가 아파트

기사입력 2026-03-22 13:21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정연주 제작] 일러스트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 초고가 아파트의 매매 가격이 대출 규제와 매물 출회, 세금 부담에 25억원 이하로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10월 '10·15 대책'에서 대출 규제상 초고가 주택 기준으로 정한 25억원 밑으로 종전 시세보다 키를 낮춰 거래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10·15대책에 따라 25억원 초과 주택은 주택담보대출이 2억원 밖에 나오지 않는다. 반면 15억 초과∼25억원 이하의 주택과 15억원 이하 주택은 각각 주담대가 4억원, 6억원 나온다.

주담대를 한도인 6억원까지 받을 수 있는 15억원 이하의 아파트에는 상대적으로 매수세가 쏠리는 현상이 가속하고 있다.

◇ 여의도 시범 26.1억→24억…성동구 매물 두 달 새 2배로 '쑥'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서 재건축 대장주로 통하는 시범아파트의 전용면적 60.96㎡는 지난 17일 24억원(12층)에 팔렸다.

하루 전인 16일에 저층인 4층이 25억3천만원에 팔린 것보다 1억3천만원 낮은 금액이다. 이 면적은 지난해 7월 11일 3층의 매매 가격이 26억원까지 찍었다.

작년 10·15대책에서 나온 초강력 대출 규제에 이어, 이재명 대통령이 올해 1월 23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시지 발신을 계기로 급매물이 나온 영향이다.

이 단지 근처에서 영업하는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원래 30억원대였던 매물이 다주택자들의 급매물에 가격이 최소 3억∼4억원, 최대 5억∼6억원 빠져서 거래됐다"며 "다주택자인 매도자가 차익의 최대 82.5%까지 양도세로 내놓을 바에야 싸게 판 것"이라고 전했다.

22일 부동산 분석업체 집토스에 따르면 10·15 대책 이전 25억∼28억원에 팔린 서울 아파트 175개 단지 가운데 25곳(14.3%)은 대책 이후 가격이 하락했으며, 25억원 이하로 하락한 단지는 11곳(6.3%)으로 집계됐다.

집토스 이재윤 대표는 "매수자가 대출을 2억원 더 받기 위해 25억원 이하의 아파트를 찾다 보니, 시세가 대출 규제 커트라인에 맞게 형성되는 추세"라면서도 "초고가 아파트의 전면적 하향 키 맞추기는 아직 제한적으로, 현재는 급매물 발생에 따른 상승 둔화 단계"라고 진단했다.

정부는 지난달 12일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를 예정대로 오는 5월 9일부로 종료하고, 이날까지 계약을 완료한 경우 잔금 지급 및 등기 유예 기간을 두는 등의 보완책을 발표했다.

여기에다 올해 서울의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5년 만에 최고 상승률(18.67%)을 기록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서울 상급지를 중심으로 매물이 쏟아지는 양상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물은 8만80건으로, 지난 1월 23일 이 대통령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언급 이후 약 두 달 동안 42.4% 늘며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이 기간 구별로 성동구(93.8%), 강동구(76.5%), 동작구(69.6%), 송파구(69.2%), 마포구(60.4%), 광진구(59.2%), 서초구(52.2%) 등의 순으로 매물이 많이 늘었다.

성동구의 아파트 매물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나는 등 '한강벨트'(한강을 낀 지역)라고 불리는 지역의 매물 출회가 두드러졌다.



◇ 서울 아파트 매수 비중 15억원 이하 86%…한강 이북은 94%

반면 같은 기간 강북구(12.4%), 금천구(12.5%), 중랑구(13.7%), 도봉구(17.8%), 구로구(17.9%) 등의 아파트 매물은 증가율이 10%대에 그쳐 전체 평균치(42.4%)에 훨씬 못 미쳤다.

대출 규제로 자금 조달 여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서울 외곽 중저가 아파트 매물은 빠르게 소화됐거나 상대적으로 덜 나온 셈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등록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날 기준으로 이달 서울 아파트 매매 1천342건 가운데 1천156건(86.1%)이 15억원 이하로 집계됐다.

이달이 아직 열흘 가까이 남았고, 아파트 매매 계약의 등록 신고 기한(30일)도 끝나지 않았으나 현재까지 등록된 서울 아파트 매매 계약 10건 가운데 9건이 15억원 이하인 꼴이다.

서울에서 15억원 이하의 아파트 매매 비중은 지난 1월 78.0%에서 2월 81.4%로 올랐고, 이달 들어 상승 폭이 더욱 확대하고 있다.

특히 이달 서울 아파트 15억원 이하의 매수 비중은 한강 이북 14개 구가 94.3%로, 한강 이남 11개 구(75.6%) 대비 20%포인트 가깝게 높았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아파트가 많은 한강 이북의 15억원 이하 아파트에 매수 수요가 쏠린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외곽 아파트 매매 가격이 15억원으로 수렴하는 이른바 '키 맞추기'와 '격차(갭) 메우기'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서울 성북구 길음동 길음뉴타운5단지(래미안) 전용 114.93㎡는 지난 3일 14억5천만원(14층)에 팔렸다.

이 면적이 14억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지난 1월 24일 계약된 매매액 13억5천만원(19층) 대비 1억원 오른 금액이다.

우리은행 남혁우 부동산연구원은 "보유세 부담이 덜하고 최대 6억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서울 15억원 이하 아파트들의 키 맞추기 현상은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단기간 가격이 빠르게 오른 지역의 경우 최근 매물 증가에도 호가가 하락하지 않으며 당분간 거래가 관망세를 보일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redflag@yna.co.kr

<연합뉴스>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