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당뇨병 환자가 어느덧 600만 명을 넘어섰다. 국민 10명 중 1명이 당뇨를 앓고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당뇨와 함께 찾아오는 불청객, '당뇨망막병증' 환자 역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당뇨망막병증으로 진료받은 인원은 최근 몇 년 사이 4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성인 실명 원인 1위라는 이 가혹한 합병증은 단순히 눈이 침침해지는 노안과는 차원이 다르다. 당뇨라는 병이 무서운 진짜 이유는 혈당 그 자체보다, 혈당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남는 망막의 깊은 상처들 때문이다.
우리 눈 뒤쪽에는 카메라의 필름 역할을 하는 '망막'이라는 정밀한 신경 조직이 있다. 이곳에는 아주 미세한 혈관들이 촘촘하게 뻗어 영양분을 공급한다. 하지만 끈적끈적한 고혈당 상태가 지속되면 이 연약한 혈관들이 견디지 못한다. 혈관 벽이 헐거워져 성분이 새어 나오면 망막이 붓고, 혈관이 아예 막히면 산소 공급이 중단되는 비상사태가 발생한다.
산소가 부족해진 우리 몸은 스스로를 살리기 위해 신생혈관이라는 비정상적인 통로를 급히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름만 새로운 혈관일 뿐, 실상은 유리처럼 약해서 아주 작은 충격에도 쉽게 터져버리는 불량 혈관이다. 여기서 발생한 출혈이 눈 속(유리체)을 덮치고 흉터 조직이 망막을 잡아당기면, 시력은 그야말로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듯 급격히 추락하게 된다.
많은 환자가 1형과 2형 당뇨 중 어떤 것이 더 위험하냐고 묻는다. 하지만 안과 의사로서 더 주목하는 것은 '당뇨를 얼마나 오래 앓았느냐' 하는 시간의 문제다. 당뇨망막병증은 유병 기간이 15년을 넘어서면 환자의 약 60~70% 이상에서 나타날 만큼 시간과 비례해 위험도가 올라간다.
특히 소아·청소년기에 시작되는 1형 당뇨는 유병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어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1형 당뇨는 진단 후 3~5년 이내에, 발병 시점을 정확히 알기 어려운 2형 당뇨는 진단과 동시에 안과 검진을 시작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당뇨망막병증이 무서운 진짜 이유는 초기 증상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미세혈관이 망가지고 터지는 순간에도 정작 본인은 아무런 이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만약 눈앞에 먼지나 벌레가 떠다니는 듯한 비문증이 나타나거나 시력이 예전 같지 않다면, 병은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사물이 휘어 보이거나 찌그러져 보이는 변시증이 나타난다면 시력의 핵심인 황반 부위가 부어오르는 당뇨황반부종이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무심코 "내일 가야지"하고 차일피일 미루는 무관심이 평생의 시력을 결정짓는 되돌릴 수 없는 갈림길이 될 수 있다. 당뇨 환자에게 안과 검진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도움말=전주 온누리안과병원 망막센터 송용연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