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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날리던 눈보라가 어느 순간 딱 멈췄다. 모든 과거의 흔적이 사라진 현재. 순백의 설원은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는 듯 했다. 적막을 깨고 도화지 같은 깨끗한 눈밭 위로 거친 숨소리와 눈보라가 동시에 일어났다. 그렇게 한국 스노보드 역사에 이정표가 세워졌다. 동계아시안게임 스노보드 사상 첫 금메달과 은메달이 동시에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겹경사가 있었다. 최보군(26·상무)이 2위를 차지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스노보드 역사상 동계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동시에 획득한 적은 없었다.
더욱 고무적인 사실은 금, 은메달 외에도 선수들이 고른 활약으로 희망을 밝혔다는 점이다. 이날 출전한 지명곤(35) 김상겸(28·이상 전남스키협회) 역시 각각 4, 5위에 랭크되며 5위 권안에 한국 선수 4명이 이름을 올렸다. 향후 대표팀 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외국인 코치도 적극적으로 영입했다. 스노보드는 벤 보이드(호주), 이반 도브릴라(크로아티아) 등이 합류해 선수들이 경기력을 끌어올리는데 힘을 보탰다. 기술 뿐 아니라 심리 전담 코치가 자칫 슬럼프에 빠질 수 있는 선수들의 멘탈 강화를 위해 함께 뛰고 있다.
금메달을 목에 건 이상호 역시 "새 회장님이 취임한 뒤 스노보드에 대한 지원이 엄청 많아졌다"며 투자의 힘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인 코치님은 대표팀 선수들의 성격 등에 대해 세세히 잘 알기 때문에 컨트롤을 잘 해주신다. 반면 외국인 코치는 경험이나 기술에서 큰 힘을 준다"고 덧붙였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일깨운 스노보드의 쾌거. 지속적 투자와 관심 속에 대한민국 스노보드는 1년 앞으로 다가온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메달이란 새 역사를 정조준하고 있다.
삿포로(일본)=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