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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핫피플]'안경 언니' 김은정, 한국 여자 컬링 스킵 '빙판의 돌부처'로 떴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8-02-19 14:09 | 최종수정 2018-02-19 22:51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예선 한국(김은정, 김경애, 김선영, 김영미)과 스웨덴의 경기가 19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렸다. 10엔드에서 1점만 내주며 7대6의 승리를 거둔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강릉=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2.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예선 한국(김은정, 김경애, 김선영, 김영미)과 스웨덴의 경기가 19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렸다. 김은정과 김경애가 작전을 짜고 있다. 강릉=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2.18/

평범했던 17세 소녀 김은정은 경북 의성여고 1학년 체육시간에 난생 처음 컬링을 접했다. 얼음 위에서 돌(스톤)을 굴리는 재미가 쏠쏠했다. 학교 컬링팀에 합류했고, 내친 김에 선수의 길을 걸었다. 그렇게 시작해서 10년이 흐른 지금,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여자컬링(4인조) 경기가 열리고 있는 강릉컬링센터에 김은정(28·경북체육회)이 태극마크를 달고 서 있다.

그는 우리나라 여자컬링 대표팀의 핵 '스킵(주장)'으로 세계적인 강팀들을 차례로 물리치고 있다. 김은정이 중심인 한국(세계랭킹 8위)은 19일 무패행진을 달렸던 스웨덴(세계랭킹 5위)을 7대6으로 물리치면서 예선 5승1패로 스웨덴과 일본(이상 5승2패)을 제치고 단독 1위가 됐다.

한국은 이번 올림픽 예선에서 이미 세계랭킹 1위 캐나다, 2위 스위스, 종주국 영국 그리고 라이벌 중국까지 제압했다. 우리나라는 앞으로 미국, OAR(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 덴마크와 한 번씩 총 3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최소 4위까지 들어야 준결승에 올라 메달을 바라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최소 1승만 추가해도 6승으로 4강 안정권에 진입한다"고 보고 있다. 2승을 추가할 경우 예선 1위를 기대할 수도 있다. 4강 PO에선 1위는 4위, 2위는 3위와 결승 진출을 다투게 된다. 한국의 7차전 상대는 미국(세계랭킹 7위)이다. 20일 오후 2시 5분에 시작한다.

김은정은 경기장 안팎에서 완전히 딴 사람으로 둔갑한다. 얼음판에선 표정 변화가 없다. 뿔테 안경을 쓴 그를 보고 팬들은 '안경 선배' '안경 언니'라는 애칭을 붙여주었다. 상대와 싸울 때 안경 뒤 그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다. 무표정으로 거의 3시간 동안 집중한다. 이런 그를 보고 상대팀 선수들은 "로봇과 싸우는 것 같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적도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한국(김은정, 김경애, 김선영, 김영미, 김초희)과 중국의 예선전이 18일 오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렸다. 한국 김선영, 김은정, 김초희(왼쪽부터)가 슈팅하고 있다. 강릉=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2.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예선 한국(김은정, 김경애, 김선영, 김영미)과 스웨덴의 경기가 19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렸다. 10엔드에서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지고 있다. 강릉=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2.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한국(김은정, 김경애, 김선영, 김영미, 김초희)과 중국의 예선전이 18일 오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렸다. 8엔드 후 중국이 기권을 하며 한국이 12-5로 승리를 거뒀다. 김초희, 김경애, 김선영, 김은정(왼쪽부터) 환호하는 관중을 바라보고 있다. 강릉=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2.18/
김은정은 "경기할 때 표정 변화가 없다는 얘기를 듣곤 한다. 경기 하면서 거울을 본 적이 없어 잘 모르겠지만. 나는 경기장에서 우리 플레이를 어떻게 풀어갈지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스웨덴을 물리친 후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로 거수 경례 세리머니를 했다.

4인조 컬링에서 스킵은 '빙판의 사령관'이라고 보면 된다. 엔드 플랜을 짜나가는 건 물론이고 나머지 3명과의 호흡, 샷 라인 그리고 자기 샷까지 모든 걸 구상해야 한다. 또 스킵은 순서상 가장 어렵고 중요한 마지막 7~8번 샷을 던져야 한다. 김은정의 꼼꼼한 성격상 어지간히 큰 점수차로 앞서 있지 않는 한 빙판에서 이를 드러내고 웃을 수가 없다. 그래서 항상 진지한 표정이다.

김은정은 이번 한국 대표팀의 맏언니이기도 하다. 김경애(서드·바이스 스킵) 김선영(세컨드) 김영미(리드) 그리고 후보 김초희까지 모두 동생들이다. 김영미와는 고교 동창이지만 김은정은 1990년생이고, 김영미는 1991년생이다. 김은정을 중심으로 하나로 똘똘 뭉쳐 있다. 모두 경북체육회 소속이며 '팀 킴(KIM)' '의성 마늘 소녀'로 불린다. 공교롭게 전부 김씨들이 모였다. 김영미와 김경애는 자매이고, 김영미-김은정, 김경애-김선영은 의성여고 동기동창이다. 영문으로'E. KIM'(김은정), 'K. KIM'(김경애), 'S. KIM'(김선영) 등 이름의 이니셜을 함께 적었다. 그래도 구분하기 힘들다는 외국인이 많아서 영어 애칭까지 만들었다. 김은정은 '애니', 김경애는 '스테이크', 김선영은 '써니', 김영미는 '팬케이크', 김초희는 '쵸쵸'다. 이 별명을 만들 당시 먹었던 음식을 그대로 따왔다.

장반석 한국 믹스더블 대표팀 감독에 따르면 김은정은 경기장 밖에선 '천생 소녀'다. 요리하는 걸 좋아한다. 그는 틈만 나면 팀 동료들에게 이것저것 요리를 해서 먹인다. 또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다. 예쁘게 꾸미는 걸 좋아한다. 인터넷 서핑이 취미다.


그는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목표를 4강 진출이라고 밝혔다. 그 목표 달성은 가시권에 접어들었다. 또 "국민들에게 컬링을 더 알려서 '재미있는 스포츠'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다"고 했다.

김은정은 한국 컬링의 첫 올림픽 메달리스트라는 타이틀을 꿈꾸고 있다. 또 "경기장에서 야무진 플레이를 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그와 4명의 의성 마늘 소녀들은 이번 올림픽 경기를 앞두고 집중하기 위해 휴대폰까지 김민정 감독에게 맡겼다.

이번 올림픽 여자컬링(4인조) 경기는 10개국이 9경기씩 풀리그를 치른 후 상위 4팀이 플레이오프를 벌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개최국 한국을 포함, 캐나다, 덴마크, 일본, 중국, OAR, 스웨덴, 영국, 스위스, 미국이 출전했다. 컬링 4인조는 팀별로 스톤 8개를 사용하며 10엔드로 승부를 낸다.


강릉=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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