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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했던 17세 소녀 김은정은 경북 의성여고 1학년 체육시간에 난생 처음 컬링을 접했다. 얼음 위에서 돌(스톤)을 굴리는 재미가 쏠쏠했다. 학교 컬링팀에 합류했고, 내친 김에 선수의 길을 걸었다. 그렇게 시작해서 10년이 흐른 지금,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여자컬링(4인조) 경기가 열리고 있는 강릉컬링센터에 김은정(28·경북체육회)이 태극마크를 달고 서 있다.
김은정은 경기장 안팎에서 완전히 딴 사람으로 둔갑한다. 얼음판에선 표정 변화가 없다. 뿔테 안경을 쓴 그를 보고 팬들은 '안경 선배' '안경 언니'라는 애칭을 붙여주었다. 상대와 싸울 때 안경 뒤 그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다. 무표정으로 거의 3시간 동안 집중한다. 이런 그를 보고 상대팀 선수들은 "로봇과 싸우는 것 같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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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은 이번 한국 대표팀의 맏언니이기도 하다. 김경애(서드·바이스 스킵) 김선영(세컨드) 김영미(리드) 그리고 후보 김초희까지 모두 동생들이다. 김영미와는 고교 동창이지만 김은정은 1990년생이고, 김영미는 1991년생이다. 김은정을 중심으로 하나로 똘똘 뭉쳐 있다. 모두 경북체육회 소속이며 '팀 킴(KIM)' '의성 마늘 소녀'로 불린다. 공교롭게 전부 김씨들이 모였다. 김영미와 김경애는 자매이고, 김영미-김은정, 김경애-김선영은 의성여고 동기동창이다. 영문으로'E. KIM'(김은정), 'K. KIM'(김경애), 'S. KIM'(김선영) 등 이름의 이니셜을 함께 적었다. 그래도 구분하기 힘들다는 외국인이 많아서 영어 애칭까지 만들었다. 김은정은 '애니', 김경애는 '스테이크', 김선영은 '써니', 김영미는 '팬케이크', 김초희는 '쵸쵸'다. 이 별명을 만들 당시 먹었던 음식을 그대로 따왔다.
장반석 한국 믹스더블 대표팀 감독에 따르면 김은정은 경기장 밖에선 '천생 소녀'다. 요리하는 걸 좋아한다. 그는 틈만 나면 팀 동료들에게 이것저것 요리를 해서 먹인다. 또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다. 예쁘게 꾸미는 걸 좋아한다. 인터넷 서핑이 취미다.
그는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목표를 4강 진출이라고 밝혔다. 그 목표 달성은 가시권에 접어들었다. 또 "국민들에게 컬링을 더 알려서 '재미있는 스포츠'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다"고 했다.
김은정은 한국 컬링의 첫 올림픽 메달리스트라는 타이틀을 꿈꾸고 있다. 또 "경기장에서 야무진 플레이를 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그와 4명의 의성 마늘 소녀들은 이번 올림픽 경기를 앞두고 집중하기 위해 휴대폰까지 김민정 감독에게 맡겼다.
이번 올림픽 여자컬링(4인조) 경기는 10개국이 9경기씩 풀리그를 치른 후 상위 4팀이 플레이오프를 벌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개최국 한국을 포함, 캐나다, 덴마크, 일본, 중국, OAR, 스웨덴, 영국, 스위스, 미국이 출전했다. 컬링 4인조는 팀별로 스톤 8개를 사용하며 10엔드로 승부를 낸다.
강릉=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