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코카-콜라 체육대상]'사이클 여제' 故 이민혜, 특별상으로 배웅한 '하늘길 레이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9-02-26 06:00


스포츠조선 제정 제24회 코카콜라 체육대상 시상식이 25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특별상 수상자인 사이클 국가대표 故
이민혜 선수를 대신해 무대에 오른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코카콜라 체육대상은 전년도 활약을 토대로, 최우수선수상(MVP), 남녀우수선수상, 우수장애인선수상, 우수단체상, 남녀신인상, 우수지도자상, 특별상을 부문별로 선정, 시상한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2019.02.25/

'꽃으로 수 놓습니다. 그대의 하늘길 레이스에….'

지상의 모든 트랙을 정복한 '한국 사이클의 여제' 고(故) 이민혜는 하늘을 향해 영원한 레이스를 떠났다. 남은 이들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불굴의 의지를 불태운 고인을 '영원한 전설'로 기억하기로 했다. 그리고 고인의 마지막 '하늘길 레이스'가 내내 평안한 '꽃길'이 되도록 빌고 또 빌었다. 그런 바람을 코카-콜라 체육대상 특별상에 담았다.

지난해 11월 급성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고 이민혜가 25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스포츠조선 제정 '제24회 코카-콜라체육대상' 특별상을 받았다. 고 이민혜는 2006년 도하,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사이클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한국 여자 사이클의 '여왕'이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은빛 메달을 목에 건 고인은 2018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다시 금메달을 목에 걸기 위해 열심히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고 이민혜가 지난 2006 도하 아시안게임 여자 사이클 3㎞ 결승에서 1위를 차지한 뒤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채 기뻐하는 모습. 도하(카타르)=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
하지만 뜻밖의 병마가 그런 열정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 발병. 누구보다 자기 관리에 엄격했던 고인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 그러나 의연했다. 병마 따위에 질 수 없다며 담대하게 '투병'에 나섰다. 다시 건강하게 트랙에 돌아와 태극마크를 달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서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애초에 이기기 힘든 싸움이었다. 이날 대리 수상자로 나선 어머니 최강희씨와 함께 무대에 오른 언니 이지혜씨는 애써 울음을 삼키며 "사실 민혜는 몰랐지만, 처음부터 기적을 바라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세 번의 시한부 선고가 내려졌지만, 잘 버텨주고 이겨내 줬어요. 국가대표의 정신이 아니면 도저히 설명할 길이 없다고 담당 교수님도 말씀하셨죠"라며 고인의 치열한 투병기를 전했다.


스포츠조선 제정 제24회 코카콜라 체육대상 시상식이 25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특별상 수상자인 사이클 국가대표 이민혜 선수를 대신해 선수의 가족들이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로 부터 대리수상하고있다. 코카콜라 체육대상은 전년도 활약을 토대로, 최우수선수상(MVP), 남녀우수선수상, 우수장애인선수상, 우수단체상, 남녀신인상, 우수지도자상, 특별상을 부문별로 선정, 시상한다. 최우수선수상 수상자에게는 트로피와 상금 1000만원이 주어진다.
소공동=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9.02.25/
안타깝게도 이민혜는 끝내 영원한 별이 되어 하늘을 향해 레이스를 떠나고 말았다. 지난해 11월 12일이었다. 그의 승리를 응원하고, 용기를 북돋아줬던 수많은 사람들이 황망한 슬픔에 젖어 들고 말았다. 고인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삶과 사이클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다. 임종 전까지도 선수 복귀 의지를 밝혔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투혼의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코카-콜라체육대상 특별상은 그런 고 이민혜를 위해 한국 체육계가 바치는 헌사였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생전에 고인과 인연을 맺은 수많은 체육계 인사들이 애도의 꽃다발을 바쳤다. '펜싱 여제' 남현희와 김학범 U-23 대표팀 감독이 대리 수상자인 어머니에게 꽃다발을 전했다.


스포츠조선 제정 제24회 코카콜라 체육대상 시상식이 25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특별상 수상자인 사이클 국가대표 이민혜 선수의 어머니가 펜싱 남현희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다. 코카콜라 체육대상은 전년도 활약을 토대로, 최우수선수상(MVP), 남녀우수선수상, 우수장애인선수상, 우수단체상, 남녀신인상, 우수지도자상, 특별상을 부문별로 선정, 시상한다. 최우수선수상 수상자에게는 트로피와 상금 1000만원이 주어진다. 소공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9.02.25/
시상자로 나온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는 "고 이민혜와는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부터 2012년 런던올림픽까지 함께 현장에 있었다. 당시 인사는 못했지만 선수촌에서 스쳐 지나갔을 것으로 생각하니 마음이 더 안 좋았다. (그를 위해) 축구계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했다. 그래서 지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 멤버가 선수를 직접 찾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김학범 감독님께서도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며 고인과의 인연을 밝혔다. 이어 홍 전무는 "안타깝게도 그 후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종목을 떠나 아직도 어려운 환경에서 묵묵히 노력하는 선수가 많다. 앞으로도 이들에 대한 관심과 격려가 계속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스포츠조선 제정 제24회 코카콜라 체육대상 시상식이 25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특별상 수상자인 사이클 국가대표 이민혜 선수를 대신해 선수의 가족들이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로 부터 대리수상하고있다. 코카콜라 체육대상은 전년도 활약을 토대로, 최우수선수상(MVP), 남녀우수선수상, 우수장애인선수상, 우수단체상, 남녀신인상, 우수지도자상, 특별상을 부문별로 선정, 시상한다. 최우수선수상 수상자에게는 트로피와 상금 1000만원이 주어진다.
소공동=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9.02.25/

울음을 멈추지 못한 최강희씨를 대신해 대리수상 소감을 밝힌 이지혜씨는 "민혜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스스로 사이클을 선택했어요. 그때부터 자기와의 싸움을 얼마나 잘 하는지, 얼마나 자기 관리를 잘하는지 봐왔어요. 얼마나 스스로를 잘 다독였는지 백혈병 진단을 처음 받고도 의연한 모습에 놀랐습니다. 치료에만 전념하고 이겨내면 다시 달릴 수 있다는 꿈을 갖고 있었어요"라며 고인을 추억했다.

터져나오는 울음을 애써 참아가며 이지혜씨는 말을 이었다. "이 자리를 빌어 민혜를 기억해주고 빛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이 상은 민혜 옆에 잘 놓아두겠습니다"라며 "민혜가 사이클을 타던 모든 순간을 기억하고, 아껴주셨던 분들에게 감사 드립니다. 민혜가 이제 하늘로 레이스를 떠났지만, 이 자리에 함께 해 꽃길을 깔아주시고 애도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라며 눈물의 수상소감을 마무리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도종환 문화체육부장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조재기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김창수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장, 이명호 대한장애인체육회장, 유승민 IOC위원 등이 함께 해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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