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모자(母子)의 바둑사랑으로 성사된 '이세돌-커제 특별대국'

김형중 기자

기사입력 2019-02-27 15:44


◇3ㆍ1운동 100주년을 맞아 특별대국을 펼치는 이세돌 9단(왼쪽)과 중국의 커제 9단. 지난해 1월 열린 해비치배 특별대국에서 악수하는 장면. 사진제공=한국기원

◇지난달 열린 대회 조인식에 참석한 안진훈 블러드랜드 부사장(맨 왼쪽)과 그의 모친 김병순 여사(가운데). 사진제공=한국기원

'바둑 사랑이 잉태한 빅 이벤트'.

이세돌 9단과 중국 커제 9단이 3ㆍ1운동 100주년을 맞아 오는 3월 5일 서울 더 플라자호텔 22층 루비홀에서 특별대국을 펼쳐 화제다.

알파고와 맞붙은 '유이(唯二)'한 기사인 이세돌 9단과 커제 9단은 지난해 이미 두 차례 특별대국을 벌인 바 있다. 그런 이들이 왜 또 맞붙게 되었을까.

여기에는 이번 특별대국의 후원을 맡은 블록체인 회사 블러드랜드의 안진훈 부사장과 그의 모친인 김병순 여사(81)의 바둑사랑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12월 안 부사장은 새로운 플랫폼 오픈을 앞두고 홍보를 위해 어떤 이벤트를 할지 고민에 빠져 있었다. 이때 이야기를 들은 김여사가 "이왕 할거면 바둑대회가 어떻겠느냐"며 "바둑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아 안타까운데 한국과 중국의 최고 인기 기사인 이세돌과 커제가 맞붙어 열기가 되살아났으면 좋겠다"고 제안한 것. 안 부사장은 블러드랜드 정승일 대표에게 이를 건의해 흔쾌히 허락을 받은 뒤, 평소 돈독한 관계인 K바둑 양재호 대표를 찾아가 번갯불에 콩 볶듯 일을 진행했다. 그 결과 김여사가 독립운동가의 자손이라는 의미를 더해 특별대국이 완성됐다. 김여사는 이 대국에서 명예심판을 맡는다.

김병순 여사는 바둑계서는 '재야의 기록원', '바둑의 수호천사'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소문난 바둑광이다. 신혼 초 남편에게 바둑을 배운 김여사는 바둑의 매력에 푹 빠졌다. 60년대 말 조치훈 9단이 일본으로 유학을 떠난 데 자극받아 아들(안진훈 부사장)을 프로 기사로 만들기 위해 권경언 6단을 스승으로 모셨고, 90년대 후반에는 손자(안 부사장의 아들)를 프로기사로 만들기 위해 양재호 현 K바둑대표를 모셨으나 '아쉽게도' 둘 다 입단하지는 못했다.

여성바둑연맹 회원으로 온라인 바둑 타이젬 5급인 김 여사는 KB바둑리그를 비롯한 국내 모든 기전의 결과를 7년 째 손으로 정리해오고 있다. 2017년 바둑대상 개막식에 초청을 받았고, 바둑리그 1일 MC를 맡기도 했다.

안 부사장은 "아들과 손자가 프로기사가 되지 못한 한을 이번 특별대국으로 조금이나마 풀어드린 것 같아 흐뭇하다"며 "지난해 12월 아버님이 돌아가셨는데 그 슬픔을 이 대회로 치유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올 하반기에는 세계 최초로 암호화폐 블러드 코인을 상금으로 내건 바둑대회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블러드랜드는 2017년 설립된 블록체인회사로 블록체인 기술, 놀이 문화, 게임, 뉴스, 통신, 양방향 소통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쉽게 채굴할 수 있는 블러드코인 마이닝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한편, 이세돌과 커제의 '3ㆍ1운동 100주년 기념 특별대국' 승자에게는 60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지며 패자에게는 2000만원이 주어진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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