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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학창 시절을 돌이켜보면 마음에 남는 가장 큰 후회는 운동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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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첫 민선 교육감이 된 직후 가장 먼저 경기도 내 모든 남녀 중학교 2학년들에게 축구 활동을 장려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일주일에 하루, 1시간 빨리 아침 8시까지 나와 남녀학생들이 축구를 하도록 했다. 1년만 하면 축구선수도 알게 되고, 축구전술도 이해하게 된다. 1905년 영국인 터너 성공회 주교가 한국에 처음 와서 각지역 학교에 축구를 보급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육감은 "학생 때 스포츠에 대한 관심과 이해는 평생 습관이 된다. 이때 저변을 확대하지 못하면 프로스포츠의 기반도 생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통일부장관을 역임한 이 교육감은 여학생 체육 활성화를 위해 노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 이병완 여자프로농구연맹(WKBL) 총재와도 의기투합했다. 지난 1월 업무협약 후 WKBL이 경기도내 초등학교에 은퇴선수, 전 국가대표 출신 강사를 지원했다. 초등 50개교에 '꿈의 스포츠클럽'(25개교)과 농구수업(25개교)을 운영했다. 이 교육감은 "농구공 한번 만져보지 않은 50개 클럽 아이들이 7월 수원보훈재활체육센터에서 대회('룰루난나 바스켓볼 초등농구 페스티벌')를 했다. 너무 잘하더라. 연습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정말 환상적이었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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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는 2019년 11월 현재 830개의 초중고 운동부가 있다. 지난 3년간 144개의 운동부가 해체됐다. 도내 2015년 출생자(5세)는 12만5398명, 2018년 출생자(2세)는 8만7536명으로 학령인구 급감 속에 교육청은 기존 운동부의 대안으로 G스포츠클럽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이 교육감은 "G스포츠클럽은 선수와 학생 모두 하고 싶은 운동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지역을 기반으로 마을, 주민, 학생이 모두 참여하는 공공스포츠클럽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3년새 오산중 축구부, 김포여중 리듬체조부 등 7개 운동부가 G스포츠클럽으로 전환됐다. 2018년 22개소 1100명으로 시작한 G스포츠클럽은 올해 41개소 4800명으로 늘어났고 내년 74개 클럽이 운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교육감은 "G스포츠클럽에선 아이들이 다양한 스포츠를 경험한 후 좋아하는 종목을 직접 고를 수 있다. 처음부터 특정종목, 엘리트의 진로를 정할 것이 아니라 일단 다양하게 즐기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많은 학생들이 좋아하는 종목을 즐기다보면 거기서 정말 뛰어난 학생들이 나온다"면서 "부모의 열성이나 지도자의 강요가 아닌 정말 아이들이 좋아서 즐기며 하는, 자기주도적인 운동"을 거듭 강조했다.
최근 '공부하는 선수'라는 거부할 수 없는 정책 기조 속에 경기도를 대표하는 '탁구신동' 신유빈(청명중)의 사례는 체육계에서 적잖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도쿄올림픽을 꿈꾸는 최연소 국가대표 신유빈이 탁구에 전념하기 위해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실업행을 택한 것. 탁구를 좋아한다는 이 교육감은 이에 대한 고민과 대안도 진솔하게 털어놨다. "뛰어난 선수가 일반학교에 진학할 경우 운동한다고 봐줄 수는 없다. 성공한 프로선수가 되지 않는 한 공부는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는 원칙을 밝힌 후 "뛰어난 선수들의 꿈을 위한 대안학교, 일반학교보다 자유스러운 대안학교가 어떻겠나"라고 반문했다. "프로가 아닌 비인기 종목 선수들을 중심으로 일반 수업과 운동을 병행하면서 우수선수로 육성하고 배려하고 지원하는 대안학교"라고 설명했다.
이 교육감의 교육관과 소신은 분명했다. "감옥같은 학교, 정해진 틀속에서 똑같은 교과서, 정해진 진도, 정해진 선생님 밑에서 시험 보고 순위 매기는 학교교육으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 교육감은 "엘리트체육을 말살시키는 교육감이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하지만 하루 10시간, 15시간씩 하는 운동은 안된다"면서 "학생선수도 일반학생도 자기주도적으로 자유롭게 운동을 즐기고, 좋아하는 운동에 대해 깊은 열정을 갖게 하는 '꿈의 학교'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꿈의 학교'는 이 교육감이 꿈꾸는 궁극의 학교다. 현재 1908개교에서 운영중인 '꿈의 학교'는 학생이 교장이고, 학생이 선생님이고, 학생이 운영주체인 학교다. 이 교육감은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을 직접 기획하고, 주도하고 만들어가는 행복한 학교"라고 설명했다. G스포츠클럽, 체육대안학교 등 학교체육 정책도 결국 '꿈의 학교'와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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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2016년 세계 146개국 11∼17세 남녀학생의 신체 활동량 통계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들의 운동부족 비율은 94.2%로, 146개국 중 가장 높았다. 특히 운동이 부족한 한국 여학생은 무려 97.2%로, '최악'이었다.
이 교육감은 아이들이 마음껏 운동할 수 있는 환경, 인프라의 중요성을 직시했다. 폐교를 활용한 스포츠 콤플렉스 건설을 위해 지난 10월 위피크와 체육시설 환경조성 MOU를 맺었다. 이 교육감은 "아이들을 위한 체육관, 수영장 등 인프라가 너무 부족하다. 폐교가 된 용인 기흥중 자리에 내년 3월 경기학생 스포츠센터가 들어선다"고 소개했다. "수영장, 체육관은 물론 생소하고 다양한 종목들을 누구나 즐기고 도전해볼 수 있는 시설이다. 학생, 주민, 가족이 함께 즐기고 이용할 수 있다. 시설 안에 스포츠정책연구소를 넣어 학교체육활성화를 위한 R&D도 진행할 것"이라는 청사진을 밝혔다.
이 교육감의 이야기가 끝나갈 무렵, 현장에서 줄곧 궁금했던 질문 하나를 던졌다. 최근 몇 년간 경기도 학생들이 전국학교스포츠클럽 대회에 출전하지 않는 이유. 이 교육감의 대답은 명쾌했다. "나는 아이들의 스포츠가 경쟁이 아닌 동네에서 하는 소박하고 친근한 운동이었으면 한다"고 했다. "경쟁을 부추기다보면 스포츠의 본질, 가치, 철학을 잃어버릴 수있다. 경기도내 학생, 교사 등 여론조사 결과도 전국대회보다 도내 대회 선호도가 87.7%에 달했다. 수원내 학교스포츠클럽만도 200개가 넘는다. 우리동네팀이라는 연고의식, 지역사랑이 중요하다.다
"미래세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몸과 정신의 건강이다. 학생 때 좋아하는 스포츠 2-3개는 반드시 배우고 익혀야 한다. 선배로서 그걸 못한 게 너무 후회된다.체육이 일상생활의 중심에 있어야한다. 체육은 선택이 아닌 필수과목이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수원=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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