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런던 실격번복 전과정 지켜주신 회장님" 박태환, 故이건희 회장 향한 추모사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0-10-28 06:00




28일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발인식을 앞두고 생전 그의 따뜻하고 소탈한 인간미를 기억하는 스포츠인들의 애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 회장은 스포츠와 선수, 지도자를 향한 남다른 관심과 지원으로 대한민국 스포츠를 '초일류'로 성장시킨 인물이다. 올림픽 패밀리이자 IOC위원으로서 스포츠의 진정한 가치를 아는 CEO였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등 국제무대에서 선수들이 마음껏 기량을 발휘하도록 물심양면 세심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수영 영웅' 박태환 역시 고 이건희 회장과 각별한 인연을 지닌 스포츠 스타 중 한 명이다. 선수 생활을 통틀어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시련의 순간, '키다리 아저씨'처럼 홀연 나타나 든든한 힘이 돼준 고 이 회장의 스포츠 사랑을 또렷히 기억했다. "저의 수영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빛나던 때, 회장님께서 항상 축하해주시고, 기쁨과 안타까움을 함께 해주셨던 그 시간들에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회장님의 뵈었던 시간도 제 인생에서 큰 영광이었습니다"라며 고인을 추모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박태환(2008년 베이징올림픽 수영 400m 금메달)의 추모사

삼가 고 이건희 회장님의 명복을 빕니다. 어떠한 말씀으로도 가족 분들의 깊은 슬픔을 덜어드릴 수 없겠지만, 부디 고인께서 좋은 곳에서 평안하시길 기원합니다. 가족장으로 장례를 치르시는 데 방해가 되지 않길 바라며, 고 이건희 회장님의 업적과 스포츠 발전의 기여에 감사하는 저의 마음을 부족한 글로 대신함을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은 2009년 로마세계수영선수권 예선탈락 이후 명예회복을 위해 1년여간 피땀 흘려 훈련한 노력의 결실을 맺기 위해 출전한 경기였습니다. 마침내 자유형200m 결승전에서 저의 최고기록이자 아시아최고기록으로 기분좋게 우승한 순간, 고 이건희 회장님께서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첫 경기 메달 시상식의 시상자가 돼주셨습니다. "수고했어요" 라며 환한 웃음을 지어주시던 회장님과의 인연은 이때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2012년 런던올림픽,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에 이어 올림픽 금메달 2연패를 향한 첫 경기 400m 예선전, 아무 문제 없이 터치패드를 찍고 전광판으로 기록을 확인한 후 물에서 올라오는 순간 관중의 환호성과 야유가 뒤섞였습니다. 전광판을 보니 실격 판정이었습니다. 순간 멘탈이 불안정해졌고 당황한 마음을 애써 숨기려 했지만 너무나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결승전 4시간 전까지도 판정은 바뀌지 않았죠. 그런데 오후 3시40분경 기적처럼 실격 판정이 번복됐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결국 자유형 400m에서 너무도 값진 올림픽 은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습니다. 올림픽이 끝난 후 당시 이 모든 과정에 이건희 회장님께서 함께 해주셨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날 회장님께선 가족들과 결승전 현장에 직접 응원을 오셔서 힘도 실어주셨지요. 저의 수영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빛나던 때, 회장님께서 항상 축하해주시고, 기쁨과 안타까움을 함께 해주셨던 그 시간들에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회장님의 뵈었던 시간도 제 인생에서 큰 영광이었습니다. 다시 한번 고 이건희 회장님과 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2020년 10월 25일 수영선수 박태환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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