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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발인식을 앞두고 생전 그의 따뜻하고 소탈한 인간미를 기억하는 스포츠인들의 애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 회장은 스포츠와 선수, 지도자를 향한 남다른 관심과 지원으로 대한민국 스포츠를 '초일류'로 성장시킨 인물이다. 서울사대부고 시절 레슬링선수로도 활약했던 그는 '올림픽 패밀리'이자 IOC위원으로서 스포츠의 진정한 가치를 아는 CEO였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등 국제무대에서 선수들이 마음껏 기량을 발휘하도록 세심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최고의 선수, 최고의 지도자들을 최고로 대우하고, 최고로 존중하며 이들과의 소통과 교류를 기꺼이 즐겼다. '따뜻한 체육인' 고 이건희 회장이 생전 아꼈던 '월드클래스 체육인'들이 애틋한 추모의 마음을 전했다.
고 이건희 회장님은 체육인들에게 늘 든든한 분이셨다. 그분이 체육 현장에 계신다는 것만으로도 우리 체육인들에겐 큰 힘이 됐다. 탁구를 즐기셨고 사랑하셨다. 선수 시절 북한 선수 경기를 제대로 볼 수 없었을 때 한남동 자택으로 초대하셔서 녹화 필름을 보면서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꼼꼼히 챙겨주셨던 세심한 마음을 잊을 수 없다. 20대 때 첫 번째 자서전 '2.5g의 세계'를 출간해 찾아뵀을 때 선물로 주셨던 삼성 카파 전자 손목시계를 지금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스포츠를 사랑해 주시고, 지원해주신 회장님, 저희들에게 항상 든든한 힘이 돼주셨습니다. 감사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신치용 진천선수촌장(전 삼성화재 배구단장, 감독)
고 이건희 회장님께 체육인으로서 넘치는 사랑을 받았다. 회장님께서 1995년 삼성화재 배구단을 만들어주셔서 창단 감독을 맡은 이후 2015년까지 20년을 일했고 삼성화재 배구단장, 제일기획 스포츠단 부사장 등 임원으로 일했다. 이 회장님은 체육인과 체육계를 가장 진정성 있게 아껴주신 체육인이다. 경제인이지만 체육인이라 할 만큼 체육에 대한 애정, 사랑, 관심이 많으셨다. 2010년, 2라운드 꼴찌까지 떨어졌다가 우승한 적이 있었는데, 회장님께서 식사중에 전년도 챔피언이 꼴찌로 추락했다는 뉴스를 보시고 "도대체 어떻게 지원했길래 저렇게 됐느냐"며 역정을 내셨다고 한다. 정작 감독인 제겐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언제나 구단의 지원과 관심을 말씀하셨다. 팀 성적이 안좋을 때면 늘 "선수들에게 잘해줘야 한다. 관심을 더 가져야 한다. 관심이 없으면 성적이 떨어진다"고 하셨다. "구단의 관심이 팀 성적이 되고, 팀의 힘이 되고 인기가 된다"는 말씀을 하셨다. 체육에 대한 이해와 사랑, 선수들에 대한 배려 등 모든 면에서 제가 만난 분들 중 가장 진정성 있고 체육 사랑이 깊은 분이셨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때는 이재용 부회장님, 이부진 사장님, 김재열 사장님을 대동하고 선수촌을 방문하셨다. 제일 끝에 서 있는데 일부러 내 앞까지 오셔서 "니, 요기 있었나"하며 반색해주셨던 기억이 난다. 브리핑 중에도 "우리 감독 어디 갔노"라고 일부러 찾으시며 기를 살려주셨던 기억이 생생하다. 따뜻한 분이셨다. 2014년 체육인 최초로 '자랑스러운 삼성인상'도 받았는데, 회장님께서 "음, 그래 받을 만하지, 너는"이라며 칭찬해 주셨다. 매순간 악착같이 열심히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스포츠맨십을 인정해주셨다. 스포츠의 가치를 알고 진심으로 체육인을 아껴주셨던 분이다. 스포츠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회장님같은 분들이 더 그리운 시대다. 2014년 회장님께서 투병 생활을 시작하시면서 삼성 스포츠도, 한국 스포츠도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한국 스포츠사에 이 회장님만큼 스포츠에 투자한 이는 지금까지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유승민 IOC위원(2004년 아테네올림픽 남자탁구 단식 금메달, 전 삼성생명 탁구단 선수·코치)
중학교 때부터 삼성생명 남자탁구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고, IOC위원까지 됐다. 올림픽 금메달을 따고, IOC위원이 되기까지 전 과정에서 이건희 회장님은 마음 속에 늘 '키다리아저씨'같은 존재였다. 아테네올림픽 금메달 당시 한국이 딴 9개의 금메달 중 4개가 삼성스포츠단에서 나온 것이었다. 비인기종목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다. 아테네올림픽 직후 '중국을 꺾은 탁구 금메달을 금메달 중에서도 정말 대단한 금메달'이라는 칭찬과 함께 각별히 격려해주셨던 기억이 난다. 2016년 리우올림픽 때 IOC 선수위원 출마 때도 한국 선수라고 하면 "아, 코리아, 삼성, 스마트폰"을 외쳤다. 삼성에서 선수, 코치 생활을 마치고, IOC위원으로 당선되고 활약하는 내내 '올림픽 패밀리' 삼성은 늘 자랑스럽고 든든한 힘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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