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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축하 전화 1호는 이용대였어요."
2014년 포스코특수강 여자 실업팀이 창단되면서 감독 제안을 받고 평소 꿈이었던 지도자의 길에 도전했다. 현 국가대표팀 코치인 이경원 코치와 함께 신흥 '다크호스'로 키워가는 중이었다. 하지만 2년 뒤 세아창원특수강에 포스코특수강을 매각한 포스코가 배드민턴단을 인수하겠다는 약속을 저버리면서 선수단은 '미아 신세'가 됐다. 실업급여로 근근이 버텨갔다. 박 감독은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나는 상관없으니 제자들이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구제해 달라"며 눈물로 호소했지만 팀 해체를 피할 수는 없었다.
지도자 첫걸음부터 어이없는 사유로 실패를 겪은 박 감독은 한동안 실의에 빠져 은둔생활을 했지만 천직인 '배드민턴'을 포기할 수 없었다. '다시 시작'을 다짐하고 대한배드민턴협회 이사직을 맡으면서 국내 대회가 열릴 때마다 방역대책위원장 등 이른바 '허드렛일'도 마다하지 않으며 행정 경험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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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정성이 통했을까. 요넥스 코리아 김철웅 대표가 2년째 공석이던 감독직에 새 인물을 찾으면서 박 감독을 선택했다. 이런 박 감독을 가장 반갑게 맞아 준 이가 이용대다. 지난 2006년 고교를 갓 졸업한 이용대가 삼성전기에 입단했을 때부터 어린 이용대를 보살펴 온 박 감독이다. 이용대가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할 때 부상, 몸 관리는 박 감독의 몫이었다. 박 감독이 포스코특수강 감독으로 떠나면서 둘은 헤어졌다. 이후 이용대는 2017년 요넥스로 이적했다.
박 감독은 "감독 선임 통보를 받은 뒤 가장 먼저 축하 전화를 해 준 이가 이용대였다"면서 "용대가 '잘 부탁한다'고 하길래 '요넥스 입사 선배는 너잖아. 내가 잘 부탁한다'고 말했다"며 웃었다.
박 감독은 이용대에게 복식 전문 코치 겸 선수로 플레잉코치를 맡길 예정이다. 박 감독은 "젊은 시절 이용대를 생각하면 1인2역을 충분히 소화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면서 2008년을 회상했다.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이후 이용대는 숱한 방송 출연, 광고 스케줄 등으로 얼굴 보기도 힘든 '귀한 존재'였다. 외부 활동에 피곤할텐데 밤늦게 숙소로 복귀하면 곧장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코트에 나가 나홀로 보충훈련을 빼놓지 않았다. 그때마다 어디 다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바라봤던 기억이 난다."
박 감독은 열정으로 더 성숙해진 이용대와 의기투합해 요넥스를 신흥 강호로 키우고 싶은 소망이다. 박 감독은 "요넥스는 젊은 선수 위주여서 차근차근 키워가야 한다. 3년 안에 우승팀으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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