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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원룽은 “황대헌이 이겼다”고 말했다...낙담한 표정이 드러낸 진실 [줌 인 베이징]

정재근 기자

기사입력 2022-02-08 03:26 | 최종수정 2022-02-08 06:05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선에서 황대헌이 1위로 골인하고 있다. 3위로 들어온 리원룽(오른쪽)이 낙담하고 있다.

[베이징=스포츠조선 정재근 기자] 황대헌이 가장 먼저 피니시라인을 통과한 후 런쯔웨이에 이어 3위로 들어온 리원룽의 표정은 절망적이었다. 자신이 탈락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국 선수들도 깜짝 놀랄 일이 경기 후에 벌어졌다. 황대헌이 1위로 치고 나가는 과정에서 불법적으로 레인 변경을 했다며 심판진이 실격 판정을 내린 것. 중국 TV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며 편파 해설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는 왕멍마저도 "어머나, 이건 정말 의외"라고 놀랐을 정도다.


황대헌의 다리를 잡으며 추월을 막는 리원룽

신체 접촉을 피하려는 황대헌의 손짓. 정말 조심스러웠다.
쇼트트랙 1000m 세계신기록 보유자이자 유력한 금메달 후보인 황대헌의 이날 준결선 레이스는 정말 조심스러웠다. '바람만 스쳐도 실격'이라는 곽윤기의 말처럼 황대헌은 중국 선수들과의 접촉을 극도로 경계했다.

3위로 출발한 황대헌은 런쯔웨이와 리원룽의 극심한 견제 속에서도 기회를 노렸다. 결승선을 4바퀴 앞두고 아웃코스로 나가는 척하며 리원룽을 바깥으로 끌어냈다. 빈틈이 생기자 황대헌은 지체 없이 인코스로 파고들었다.

행여나 손이라도 부딪힐까 봐 두 손을 모두 앞으로 모은 채 그대로 코너를 돌며 1위로 치고 나갔다. 런쯔웨이, 리원룽과 어떤 접촉도 없었다.


아웃코스를 공략하는 척하며 리원룽을 끌어내는 황대헌

빈 틈이 생기자 지체없이, 하지만 너무나 조심스럽게 두 팔을 모으고 추월하는 황대헌.

어떤 신체 접촉이나 위협도 없었다.

황대헌의 승리로 끝났어야 했다. 저 기술이 실격이라면 인코스 추월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황대헌의 절묘한 추월 기술에 중국 선수 2명이 속절없이 당한 순간을 심판진은 황대헌의 실격으로 둔갑시켰다.

이 경기 후 열린 여자 500m 결승에서 이탈리아 폰타나도 황대헌과 똑같은 기술로 추월에 성공해 1위를 차지했지만 어떤 지적도 하지 않은 그 심판들이다.

유력한 우승 후보 황대헌을 탈락시킨 심판진은 결선에서도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결승선을 바로 앞두고 헝가리 샤오린 류와 런쯔웨이가 접전을 벌이며 몸싸움이 벌어졌다.

샤오린 류가 옆으로 팔을 뻗었고, 런쯔웨이는 두 손으로 상대방을 잡아당겼다. 심판의 비디오판독 결과는 샤오린 류의 실격이었다. 런쯔웨이가 금메달, 3위로 들어온 리원룽이 은메달을 따냈다.


샤오린 류의 팔은 런쯔웨이와 접촉이 없었지만, 런쯔웨이는 두 팔로 샤오린 류를 잡아 당겼다.. 심판은 헝가리 선수의 실격을 선언했다. 베이징(중국)=정재근 기자

황당한 샤오린 류, 두 팔 들어 환호하는 김선태 감독(맨 오른쪽)
심판이 중국의 손을 들어주자 김선태 감독은 두 팔을 들어 올리며 환호했다. 중국팀 감독으로서 당연한 행동이다. 하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심판들의 판정에 화난 상황,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스포츠가 더럽혀지고 있다. 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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