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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하면 척이죠. 우린 눈빛만 봐도 아니까요."
대한민국 파라아이스하키의 전성기를 이끌어온 '깐부 삼총사'가 펄펄 날았다. 장동신이 2골 1도움, 이종경, 정승환이 나란히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2006년 국내 유일의 파라아이스하키 실업팀 강원도청이 생긴 이후 15년 가까이 아이스링크 안팎에서 동고동락한 이들에게 파라아이스하키는 운명이고, 서로는 서로에게 동료이자 형제이자 가족이다. 삼육재활원에서 수영을 즐기다 파라아이스하키에 입문한 이종경이 2006년 한국복지대에서 만난 '04학번' 동기 정승환에게 파라아이스하키를 권했고, 2002년 부산, 2014년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휠체어펜싱 은메달리스트 장동신이 2008년 강원도청에 입단하며 이들은 '한솥밥 동료'가 됐다. 15년 '깐부'는 서로의 움직임, 속도, 기분, 컨디션을 귀신같이 알아챈다. 경기 후 이들은 한목소리로 "눈빛 호흡"을 노래했다.
장동신의 킬패스를 받은 정승환은 "동신이형이 줄 것 같은 생각이 딱 들었다"고 했다. 장동신은 평창 동메달 때 킬패스를 준 정승환에게 빚을 갚았다. 세 번째 골 장면에선 정승환이 이종경을 바라봤다. 이종경은 "승환이와 눈이 딱 마주쳤다"고 했다. 정승환은 "퍽을 빼내고 뒤돌았는데 종경이형이 보였다"고 했다. 이겨야 사는 이탈리아전을 앞두고 정승환은 "제가 골 욕심을 내면 진다. 어시스트에 집중하겠다"고 했었다. 세계파라아이스하키연맹이 '로켓맨'이라는 애칭을 선사한 '월드클래스 공격수' 정승환은 '슈팅마스터'보다 '패스마스터'를 꿈꾸는 이타적 선수다. "형들과 함께 뛴 지 정말 오래 됐다. 이젠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서로를 믿는다. 그래서 좋은 플레이가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4강에 진출한 한국은 11일 오후 1시 5분(한국시각) A조 2위 캐나다와 결승행 맞대결을 펼친다. 캐나다는 2006년 토리노 대회 금메달, 2014년 소치 대회 동메달, 2018년 평창 대회 은메달을 따낸 '세계 2위'의 강호다. A조 조별예선에서 한국은 캐나다에 0대6으로 패했고, 4년 전 평창 준결승 땐 0대8로 패했다. 역대 전적은 35전 35패, 그래도 대한민국 파라아이스하키팀에게 포기란 없다. 눈빛으로 말하는 이들은 서로를 위해 헌신할 줄 아는 '원팀'이다.
캐나다와의 준결승서도 골을 기대한다는 말에 장동신은 "저는 디펜스(수비) 20번 장동신"이라고 했다. "골 넣는 수비수도 좋지만. 수비수는 무조건 무실점이 우선이다. 캐나다전 내 목표는 무실점이다. 그래야 우리 팀이 한 골만 넣어도 이긴다. 승환이, 종경이형 우리 공격수들을 믿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종경은 "한민수 감독님이 선수들을 무조건 믿어주신다. 선수들은 코칭스태프를 믿는다. 평창 때보다 분위기가 좋다. 평창 이상의 성적을 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쌍둥이 채율, 수호를 위해 최선을 다해 달리겠다. 아이스링크에서 죽는다는 각오로 모든 것을 다 쏟아부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빙판메시' 정승환은 캐나다와의 준결승전을 앞두고 '첼시 에이스' 은골로 캉테의 명언을 새겼다. "전념하면 무엇이든 가능합니다."
베이징(중국)=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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