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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2002년 한-일월드컵을 잊지 못한다. 세계적인 선수와 맞서 뛰는 태극전사, 그 중에서도 설기현과 이천수는 소년의 우상이었다. 설기현과 이천수의 플레이를 보며 꿈을 키운 소년은 정확히 12년 후 우상과 나란히 같은 유니폼을 입고 함께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인천의 새로운 엔진' 김도혁(22) 이야기다.
그는 2014년 자유계약으로 인천 유니폼을 입었다. 2012년 U-리그 대학선수권 MVP 출신인 그에게 J-리그 팀들의 러브콜이 이어졌다. 하지만 김도혁의 선택은 단호했다. 그는 "다들 떠나듯이 일본으로 가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았다. 테스트도 봐야했고. 자유계약 제도가 생기면서 '내가 원하는 팀을 선택할 수 있는데 굳이 일본까지 갈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기현이형과 천수형이 뛰는 인천에서 제의가 왔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입단을 결심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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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혁은 지난달 30일 부산전에서 후반 27분 이보의 코너킥을 머리로 받아 넣으며 프로데뷔골을 기록했다. 그의 데뷔골에는 세가지 재밌는 이야기가 숨어있다. 김도혁은 "경기가 열리는 날 오전 김봉길 감독님이 사우나에서 '이제 한 골 넣을때 되지 않았냐. 오늘 기대하마'라고 하셨다. 임하람형은 '너 오늘 골 넣을거야'라며 칫솔과 면도기를 사줬다. 아버지께 전화를 드렸더니 '맨날 골 넣으라니까 못넣고, 오늘은 넣지마' 이러셨다. 모두 같은 날 들은 이야기다. 신기하게도 그날 골이 들어갔다"며 웃었다. 그가 항상 꿈꿔온 환상적인 중거리슛은 아니었지만, 그의 축구인생에 영원히 기억될 골이다.
그의 시즌 초반은 쉽지 않았다. 예상보다 빨리 기회를 얻었지만, 김 감독의 마음에 들지 못했다. 김도혁은 "처음에는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해 너무 공격적으로 나갔다. 절제를 못했다. 내가 팀플레이를 망치면 다른 선수들이 힘들어진다는 것을 깨닿지 못했다"며 "그래도 다시 한번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었다. 그때 달라진 마음가짐을 감독님이 잘 봐주셨다"고 했다. 이제 김도혁은 명실상부한 인천 중원의 핵이다. 김 감독은 공격적인 김도혁과 수비적인 구본상을 더블볼란치(두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 중이다. 김도혁은 "코치 선생님들이 '너 이제 팀내 입지가 많이 올라갔다. 너 없으면 안된다'고 해주신다. 그 때마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는 형들의 얘기를 귀담아 들으며 더 큰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 김도혁은 "형들과 사우나나 커피숍에서 얘기를 많이 나눈다. 특히 기현이형이나 천수형이 얘기해주는 부분은 가슴에 박힌다. 형들 얘기를 다 흡수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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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 석자를 확실히 알리고 싶다
남해 동네축구를 주름잡던 소년은 이제 인천의 핵심 미드필더로 성장했다. 준비된 신인답게 올시즌 목표도 야무졌다. 김도혁은 "지금 1골-2도움을 올렸다. 남은 시즌 5골-5도움을 채우고 싶다. 그러면 영플레이어상의 기회도 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대학 때 골을 제법 넣었다. 이제 프로에서 뛰는 법을 조금씩 알게된만큼 더 자신있게 플레이한다면 내 목표도 충분히 이룰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그는 태극마크와는 큰 인연은 없었다. 2010년 20세 이하 대표팀 상비군 멤버에 든 것이 전부였다. 김도혁은 당시 '공이 골프공만하게 보였다'며 아쉬워했다. 그의 꿈은 단순히 태극마크가 아니다. 더 원대한 꿈을 꿨다. "모든 이가 알아주는 선수가 되는게 꿈이다. 요즘은 대표가 되도 몰라보는 선수가 많지 않은가. 그걸 뛰어넘고 싶다. 대표선수도 되고, 유럽도 가고 그러다보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선수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너무 큰 꿈이기는 하지만, 끝까지 노력하겠다. 그래서 지금 인천에서의 시작이 너무 행복하다." 김도혁의 꿈이 시작됐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