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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스타' 박태환 도핑사건은 결국 '호의'와 '무지'가 빚은 참극이었다.
뷰티 컨설턴트 B씨는 박태환에게 T병원을 소개한 경위에 대해 "모 잡지기자를 통해 부탁을 받았다. 둘이 친한 사이였는데, 태환이가 수영하다보니까 피부가 약해져서, 보습관리를 받고 싶어하는데 케어해달라고 부탁을 해서 만나게 됐다. 피부관리를 부탁 받았다"고 했다. 마침 T병원이 B씨에게 병원 컨설팅을 의뢰했고, B씨는 T병원을 박태환에게 연결했다. T병원은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둔 박태환에게 1년 무료 종합관리프로그램(기본 3300만원)을 후원했다.
도핑에 대한 안이와 무지
간호사 C씨는 박태환에게 네비도 주사를 2번 놓았다는 병원측 주장에 대해 "2013년 12월27일 첫 주사는 상황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카톡 일일보고에 그렇게 기록이 남아 있다"고 했다. 2014년 7월29일 네비도 주사 사실은 확실히 기억했다. 일반적으로 남성호르몬 주사시 "엉덩이주사다. 남성호르몬을 놓을 것이다. 상당히 아프다. 통증이 2~3일 갈 수도 있으니 아플 때마다 수시로 문질러주라고 말한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간호사 C씨 역시 남성호르몬이 도핑 금지약물인지는 알지 못했다고 했다. 네비도 겉포장의 경고문도 보지 못했다고 했다. "설령 알았더라도 선수에게 말하지 못했을 것이다. 간호사가 의사와 환자의 결정에 대해 뭐라 말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측은 의료기록부 부실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T병원에선 카톡을 통해 이뤄지는 일일보고를 통해 실시간 처방과 시술이 이뤄졌다. 의료 차트에는 충실히 반영되지 않았다. 이때문에 의료법 위반 협의가 추가됐다. 검찰측은 "박태환측에 발행한 진료기록부 2개, 검찰이 압수한 진료기록부 등 3개 기록부 내용이 제각각이다. 누락된 부분을 다시 채워넣는 과정에서 이렇게 된 것같다"고 했다. "그 이후 제시한 진료기록부는 또 다르다. 왜그런가"라고 간호사를 추궁했다. A원장의 변호인측은 이날 수백 장에 달하는 '카톡 일일보고' 출력 자료를 증거로 제출했고, 검찰측은 "카톡 일일보고 내용도 100% 신뢰할 수 없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4차에 거친 공판 과정을 통해 확인한 진실은 이렇다. 대한민국을 경악시킨 박태환 도핑사건의 경위나 과정, 등장인물들이 너무도 허술하다, 대중이 생각하듯 금메달을 위한 치밀한 계획이나 의도가 아니라, 박태환에게 주사를 처방한 의사나, 주사를 놓은 간호사나 병원을 소개한 뷰티컨설턴트, 주사를 맞은 박태환 모두 도핑에 대해 무지했고, 안이했다. 치명적인 주사를 너무 쉽게 놓고, 너무 쉽게 맞았다. 의사는 시술을 통해 선수의 컨디션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고자 했고, 선수는 의사를 절대적으로 신뢰했다. 호의로 시작된 후원은 '진흙탕' 법정 싸움으로 변질됐다. 도핑에 무지했던 책임이 의료인인 A원장에게 있느냐, 선수인 박태환에게 있느냐를 놓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