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마 다다모리 일본 중의원 의장이 12일 한체대를 방문해 김성조 총장을 예방하고, 학교 구석구석을 돌아봤다. 빙상장에서 밴쿠버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승훈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제공=한체대
"최근 국제대회 금메달 수를 보니 일본이 한국에 늘 지고 있더라. 이게 다 '한체대' 때문이다. 2020년 도쿄올림픽 때는 여러 가지로 '배려'를 부탁드린다."
집권 자민당 출신의 11선 의원 오시마 다다모리 일본 중의원 의장이 12일 오후 2시 30분 한체대를 방문했다. '3선 의원' 출신 김성조 한체대 총장과 덕담을 주고받는 자리에서, 부러움 반 질시 반, 진담반 농담반 같은 코멘트를 던졌다.
2박3일 짧은 일정으로 방한한 오사마 의장의 한체대 방문은 이례적이다.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아 정의화 국회의장의 초청으로 방한한 오시마 의장이 외교 일정 중 짬을 냈다. 일본 중의원 의장으로는 처음이다. 명예학위 수여나 포럼 등의 이유가 아닌 '단순 시찰' 목적이다. 2020년 도쿄하계올림픽 준비에 한창인 일본 정부의 스포츠 및 전문체육 강화 정책 기조와 관련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일본대사관을 통해 직접 한체대 방문 의사를 전달했다. 오시마 의장은 김 총장에게 "방한 전 도쿄올림픽 조직위원장인 모리 요시로 전 총리와 통화했다. 김 총장께 도쿄올림픽에서 한체대의 좋은 활약 기대한다는 말씀을 전하라고 하셨다"며 예를 표했다. 이날 오시마 의장을 중심으로 한 중의원 의장단은 '세계 톱5' 스포츠 강국, 대한민국의 역대 올림픽 메달(225개) 중 획득한 3분의 1이상(80개) 을 획득한 한체대 훈련 현장을 둘러봤다. 잠시 머물다 가는 요식행위가 아니었다. 교육부 부장관 등 최고위층 관료들과 함께 2시간 가까이 한체대 구석구석을 꼼꼼히 돌아봤다.
빙상장에서는 한체대 출신 밴쿠버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금메달리스트 이승훈과 조우했다. "스피드스케이팅에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냐, 1만m를 달리고 나면, 무엇이 제일 힘드냐"며 질문 공세를 펼쳤다. 양궁장에서는 1979년 베를린세계선수권 5관왕에 빛나는 '양궁 레전드' 김진호 한체대 교수와 마주했다. '원포인트 레슨'을 받으며 활시위도 당겼다. 역도장에서는 훈훈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한체대에서 일본 최고의 역도 스타 '미야케 패밀리'가 합동훈련을 한 인연을 언급했다. 미야케 요시유키 딸 미야케 히로미는 런던올림픽 여자역도 48㎏에서 은메달을 땄다. "일본 역도 영웅과 함께 이곳에서 함께 훈련했던 여러분, 감사합니다. 실력을 열심히 닦아서, 도쿄올림픽에서 꼭 메달 따주세요"라고 격려했다. 2시간 내내 잠시도 쉬지 않고 태권도장, 펜싱장, 웨이트트레이닝장 등을 두루 돌아봤다. 필드 훈련이 한창인 남자하키 학생선수들을 향해 오시마 의장은 "일본에도 체육대학이 있지만, 여러분의 모교처럼 훌륭한 체육대학은 없다. 한체대가 어떻게 올림픽에서 그렇게 많은 메달을 딸 수 있었는지 잘 배우고 간다. 훌륭한 환경에서 훌륭한 선수로 성장하기 바란다"고 인사했다. 스포츠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 묻어났다. 도쿄올림픽 및 패럴림픽의 성공을 위한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행보가 눈에 띈다.
일본 정부는 지난 1일 일본 문부과학성 외청으로 스포츠청을 출범시켰다. 총 121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스포츠청은 2020년 도쿄하계올림픽을 앞두고 복수 기관에 흩어져 있던 스포츠 정책 창구를 일원화해, 추진력 있게 체육 시책을 펼치고자 하는 시도다. 정책과, 스포츠건강 진흥과, 경기력향상과, 스포츠국제과, 올림픽-패럴림픽 등 5개과를 설치해, 스포츠 기본 정책 기획 및 입안, 스포츠 관련 행정기관의 사무 조정, 스포츠 대회 유치 등 관련 정책을 종합적으로 담당하는 '명실상부' 체육 전문 정책기관이다. 초대 장관으로는 1988년 서울올림픽 남자 배영 100m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스즈키 다이치 일본수영연맹 회장(48)이 임명됐다. 도쿄올림픽 및 패럴림픽 조직위원회 선수위원장, 일본올림픽위원회 위원을 두루 역임한 올림피언 출신 스즈키 회장의 취임 역시 일본 내 엘리트 체육인의 가치와 위상을 보여주는 본보기다. 40대 선수 출신 스포츠 행정가가 정부 중앙 부처 수장, 특히 일본 체육정책을 총괄하는 부처의 초대장관에 오른 것 역시 상징적인 일로 평가받고 있다.
김성조 한체대 총장은 일본 정계의 관심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한국이 아시아 스포츠 최강국으로 도약하면서 일본의 최강 이미지가 손상됐다. 1990년 이후 일본 경제가 정체되고,한국, 중국의 추격이 거세지자 경제적 불안감도 팽배했다. 2011년 쓰나미, 원전사고로 인해 국민적 자긍심도 떨어졌다. 이런 상황속에 일본이 찾은 솔루션은 엘리트 스포츠"라고 했다. "국가적 이미지 제고와 국민 통합, 국민들의 자긍심 향상을 꾀하고 있다"고 봤다. 1968년 동경올림픽 이후 엘리트 체육 중심 정책에서 생활체육 중심 정책으로 전환한 일본이 '체육입국' 정신으로 다시 스포츠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안방' 도쿄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위해서는 메달 획득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김 총장은 "일본에는 전통의 일본체육대학과 카노야국립체대가 있지만 효율성이 상당히 떨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단일 대학으로 가장 많은 올림피언과 메달리스트를 배출한 한체대를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보는 것같다"고 분석했다. 김 총장은 "세계 100여 개의 체대 중 한체대의 국제 경쟁력은 '톱5'다. 이번 오시마 의장의 방문은 글로벌 한체대의 존재 가치를 다시 인식하게 된 계기"라며 흐뭇함을 표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